기본

삐거덕 되는 관절...

정순이 2004. 7. 29. 11:40

속도를 측정하는 speed와 달린 총거리를 체크해주는distance, 몇시간 동안 달렸다는 time 달리는 동안 소모되는 calories.... 작년까지만 해도 러닝머신의 기울기를 경사지게 설정 해놓고 스피드는 약간 낮추고 달리곤했다.‘러닝머신’을 구입할 때 대충 읽어본 매뉴얼 이라 달리 방법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가까운 동네목욕탕에 비치되어 있는 ‘러닝머신’을 봤을 때 간단하게 설치되어있는 듯 했고, 높낮이는 조절한다는 사실조차 습득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제법 경사진 상태로 두고 달리던 어느날 러닝머신을 뛰는 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힘이 별로 들지 않은 듯 했고,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어제까지 해오던 시간만큼 달렸는데도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과, 달릴때마다 당기곤 했던 아킬레스 건이며.....한결 가뿐해진 사실에 반복되어지는 훈련에 운동신경이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에 회심의 미소까지 날렸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은 “오늘 러닝머신 달려보니 어떻데? ” “왜요?”“ 내가 평지로 바꾸어놓았거든...” “어쩐지....” “나는 또 내 운동신경이 많이 좋아졌나 했드니, 그게 아니였네요.” 평지로 설정되어진 러닝머신위에서 달려보니, 운동강도가 미진한 것 같아서 다시 경사지게 해놓고 달리기를해보니, 며칠만에 젖어버린 관성탓에 도저히 못할 것 같았고, 다시 평지로 설정해놓고 달리고 있다. 그만큼 편안함에는 빨리 즉응을 하는 탓이리라. 누가 그랬던가, ‘좋은 습관은 받아들이는데 꽤 많은 시간을 요하지만, 나쁜 습관을 받아들이는데는 아주 짧은 시간안에 적응이 되어진다고....’ 하루도 빠지지않고 운동하기를 노력했다. 그 바탕에는 하루라도 거르게되면 행여나 살이 찌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45분동안 달리고나면 땀이 비오 듯 하게되고, 샤워를 하고나면 기분은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그런 내게 무릎도가니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날이 갈 수록 그 통증은 심해졌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일주일 전 가까운 병원의 문을 노크하게 되었고 “심한운동으로 인해 그럴 수가 있으니 한 일주일동안은 운동을 하지말아보세요.” “ 며칠 병원에 다녀야 할꺼에요. 그러니 내일도 병원에 들리세요.” 라는 젊은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병원문을 밀치고 나왔다. 무슨 큰병인지 알았다가 운동 때문에 생긴 무릎통증이라 했으니 젊은의사 말처럼 '며칠 운동하지 않으면 자연치유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가슴 저변에서 꽈리를 틀고 있었다. 혹시 <디스크>는 아닌지 적이 의구심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였는데 가벼운 진단이 나와서 무엇보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같이 체감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 간단한 무릎통증으로 인해 병원비를 공제시킨다는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안해도 안해도 되겠네. 운동때문이라했으니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낫지않겠어?‘ 자문자답을 하며 혼자만처럼 중얼거리며 병원문을 나섰다. 젊은의사 처방전대로 하루에 두어번 먹어라는 경구약을 한번만 먹었는데도 벌써 효과가 나타나는 걸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도 될 듯 했다. 그러나 왠걸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듯이....다시 무릎통증이 시작되었다. ’러닝머신‘을 뛰지 않으면 나을 것 같았던 다리통증은 병원약을 먹을동안에는 괜찮다 싶드니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규모가 큰 병원에 들렀다. 그 병원은 이태 전 팔꿈치에 ’테니스 엘보‘라는 진단이 내려졌을 때, 주사를 한대 받고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때 내 생각에 다음부터 이런통증이 있으면 이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들었고, 가게에 오시는 고객중에도 그런 증세가 있으면 그 병원을 이용해볼 것을 추천하곤했다.

 

그런 생각이 기저에 있었기에 다시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5분 진료에 2시간 대기라는 말을 실감이라도 하는 듯이 각 과별 창구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커다란 TV도 설치되어있다.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고 정해져있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는건 많은 인내심과 지구력을 요구하고, 특히 나같이 바쁜 사람에게는 턱놓고 기다리는 시간만큼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없다. 시간이 많은 분들이야 냉방이 잘 되는 병원에서 강태공처럼 시간을 낚을수도 있지않는가... '예약하는분은 기다리는 시간없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만 예약을 하지않고 당일로 접수를 하신분은 2시간을 기다릴 수도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라는 글귀가 간호사 뒷벽에 대자보같이 붙여져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나는 인내력테스트에 한계를 느끼며 뉘엿뉘엿 간호사가 있는 앞으로 다가갔다. "기다린지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 내 순서가 안되었어요? 혹시 차트를 빠뜨린건 아니에요?" 내 뒤에 온사람은 벌써 호명이 되어 의사실로 들어간걸 보았고, 그걸 본 순간 손해본다는 생각에 물어본 것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예약'을 한 사람이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있으면 부를꺼에요. 다 되었네요." 살색의 제복을 입은 간호사가 친절하게 말해준다. 다시 자리에 앉아있으려니 나의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사와의 문진시간은 정확히 3분여...오늘은 통증부위에 혈액검사와 방사선만 찍고 결과가 나오는 모레쯤 다시 들릴수 있느냐는 의사의 목소리에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3분여동안 만나기 위해서 투자했던 긴시간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산창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를 뽑아들고 기다리고 있었디. 나도 번호표를 뽑아들고 그 행렬에 동참했다. 자그만치 30분을 기다리고 나니 내 번호가 전광판에 뜬다. 시간을 놓치지 않기위해서 결사적으로 계산대 창구앞으로 달려나갔다. 각 창구마다 기다렸던 시간과 검사받기 위해서 기다렸던 시간을 역산해보니 서너시간을 허망하게 보낸 것 같았다.

 

더운 날씨에 기진맥진 할 것 같았다. 양산을 받쳐들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작열하는 여름 때약볕이 정수리를 내리 쪼은다. 예약해둔 모레도 다시 오늘같이 반복해야한다는 사실에 아연해지는 무더운여름이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 아더...  (0) 2004.08.02
세번째의 만남  (0) 2004.07.31
진정한 웰빙주의자  (0) 2004.07.25
여심.....  (0) 2004.07.22
피트니스(fitness)  (0) 2004.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