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고 이웃의 암진단과 수술로 입원해 있는 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왔다. 우려했던 모습보다는 한결 밝아보이는 환자분의 얼굴을 보니 병문안 갔던 우리들도 같이 웃을 수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으면 퇴원한다는 보호자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공감했다. 주변에 알고 있는 적지 않은 분들의 암 진단과 입원으로 건강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놀란가슴을 진정할 겨를도 없이 운전하고 있던 분이 가위를 눌리게 하는데 일조를 했다. "우리 집 뒤에서 가게하는 분 있죠? 그분도 며칠 전 에 입원한거 알아요?"
"아뇨, 요즘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어디 아픈데라도 있나보죠?" "그게 아니라...." 말끝을 흐리기에 호기심의 원천이 분화를 일으킨다. "왜요? 무슨 말못할..?" "글세 말이에요..." 몇번의 뜸을 들이고야 겨우 포문을 열었다. "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해 머리수술을 받아야 하나봐요." "네...그런일이 있었나보죠?" TV에서나 봐왔던 사건들이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저으기 놀랐다. 우리주변에는 고생하는 부모들이 많아 착한 아이들이 많은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막대먹은 행동을 하는 아들이 있었다니....그 부모마음이 어떠했겠는지 느끈히 짐작이 되었다. '이런꼴을 볼려고 자식낳아 그 고생들을 하는지....얼마나 속이 상하셨겠누...'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상상만 해도 쓰라렸을 그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전율을 일어났다. "3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취직할 생각은 않고, 부모에게 용돈 안준다고 아버지를 폭행 했다지 뭐예요." "주변분들이 그러시는데 이번에도 몇번 째인지 모른데요. 부모가 자식일이라 창피해서 쉬쉬해서 그렇지, 들추어내자면 구근줄기처럼 실상이 드러날꺼에요." 옆에서 듣고 있던 이웃사촌은 자신도 공분을 하며 목청을 높인다. " 만약 내가 그런 처지에 섰다면 내가 자살하고 말꺼에요." "자식이 팔난봉인데 왜 부모가 자살을 해요?" "챙피하니 그렇죠. 것도 아니면 고소해 구속을 시켜버리던가요." "요즘은 자식들이 부모에게 용돈 달라는 소리만 하지 않으면 효자라고 한다네요. 세상이 어떻게 될려는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는 우리들보다 당사자인 그부모들이 별 생각을 다 해보았겠죠. 그 부모도 그런생각을 왜 해보지 않았겠어요? 다만 자식의 앞날을 생각해 구속시키는 것보다 '개과천선' 하길 바라는 마음중심의 무게가 더 컸겠죠." "그런 팔난봉에게 '개과천선'을 바란다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격 일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좀전에 병원입원실에서 본 환자 아들이 생각났다. 가게하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들인 자신이 간병을 하겠다며 엄마에게 '쉬어라' 한다는 그 아들의 세심한 배려가 클로즈 업 되어왔다. 아버지의 수술로 인해 소변을 받아내야한다는 사실과 소변이 가득 담겨진 비닐백을 익숙한 듯 링거병에 옮겨담는 부지런한 손놀림을 하고 있던 그 투박했던 손이 눈에 어른거려왔다. 다같이 고생을 해서 얻은 자식인데 취직해서 고생한 부모님 호강은 못시켜줄 망정 '천양지차'를 보이는 두 청년....침묵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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