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며느리 자랑~

정순이 2004. 7. 6. 12:13


퇴근을 서두르고 있는 나의 시야에 낯익은 피사체가 시야속으로 빠르게 접속을 해왔다. 바람을 가르며 원색의 빨간윗도리를 입은 그녀는 기다란 생머리를 가지런히 트레머리를 한 모습이 스쿠터를 타고 빠른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는 낯익은 그녀....

오랫동안 시야에서 멀어질동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참으로 부지런한 여성이네' 몇 달전부터 가게에 들리기 시작한 할머니는  우리가게에 단골이다. 한손에 지팡이를 집고 다니시는 그할머니는 성정을 뵈면 전혀고생을 안했을 듯 한 하얀피부와 깨끗한 외양을 갖추고 계셨지만, 친구의 빚보증을 선 아들의 실수로 집안은 풍비박산 되다싶이 거들나버렸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며느리마저 가출을하고 말았다. 70세를 바라보는 연세라 며느리의 밥상을 받아야 할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아들과 손자의 뒷바라지를 자신이 도맡아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할머니는 이층난간에서 발을 헛디뎌 실족을 해 한쪽다리마저 온전치 못하시고 한달 째 병원에 다니시지만 연세가 많아서인지 호전되지 않아 지팡이에 의존하신다. 그런 할머니 앞에 새로운 며느리가 들어왔다. 새며느리가 들어온지 달포가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며느리이야기를 꺼내셨다. 행여 입바른소리로 어렵게 맞이한 경사에 액운이라도 낄까조심스러워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게를 아르켜 줄 셈으로 같이 가게에 들린 며느리의 첫인상을 보니 아주 야무지게 생겼다. 얇은 웃입술과 부지런해 보이는 갸름한 생김새에 눈은 항상 웃음을 머금고 살아온듯 잔주름이 얇게 패여있었다. 성격또한 아주 활달해보였다. "어머님이 같이 가자고 해서 왔어요. 제가 다니는 가게는 다른곳이거든요." 깎듯이 어머님이라는 존칭을 접두사로 붙이는걸 보니 지금으로봐서는 나무랄데 없는 며느리인 것 같았다. "잠시 다른 재료를 사올테니 어머님은 여기 앉아 계세요" 라며 며느리는 다른 식재료를 사러 가고  없는 막간의 틈을 이용해 며느리 자랑을 늘어놓으신다.

 

"우리며느리 있지? 얼마나 부지런한지 말도 마... 아들하고 만나기 전까지는 식당을 하고 있었다는데.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우리집에 와서 음식을 해 상에 차려내는 데 무슨 음식이라도  내 입에 다 맞는거 있지? " "그래요? 다행이네요. 할머니는 까다로우실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집에 들어오면서 식당을 그만두었다는데, 자리가 잡히면 또 뭐든지 할꺼라네...."

 

부지런함을 바탕되어선지 그녀는 스쿠터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게 여전사같이보인다. "할머니, 그저께 며느리 오토바이타고 어딜 가는걸 보았어요, 가게를 차린거에요?" "아냐, 통닭집에 취직했는데 봉급이 솔솔한가봐...오후 6시에 출근해 11시에 미치는데 육십만원을 준다지 뭐야." 며느리자랑에 여념이 없는 할머니시다. "그래요? 요즘 취직하기 힘들다는데 꽤 받는거네요."

 

얼마 전 <닭콜레라> 때문에 프렌차이즈로 시작한 많은 분들이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렸었는데 성업하고 있는 가게들이 있다는 소식에 놀라서 물어보았다. "요즘같이 불경기라고 아우성들인데 배달하는 사람을 들일만큼 잘되는 가게도 있나보죠." "누가 아니래, 잘되기에 배달하는 사람을 들였겠지...우리 며느리도 얼마나 부지런하고 야무딱지게 잘하는지 그집에서도 대환영일꺼야..." "네~......"

 

그분의 얼굴에는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아지랑이 같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의 건강앞에서 고개를 떨군 그녀  (0) 2004.07.09
전도....  (0) 2004.07.07
좋은 생각...  (0) 2004.07.04
무제...  (0) 2004.07.01
고용보험  (0) 200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