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가게에 들어서는 그녀에게 뜨악한 눈길 과 함께 오랫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50대 중반의 그녀는 집에서 쉬고있으면 몸과 마음에 퇴화현상이 빨리 찾아올꺼라는 생각에 직장을 다니고 있는 분이시다. 내가 알고 있기만해도 벌써 몇 년째이니 그 성실함은 알아줘야할 것 같다. 그런 성실함이 인프라가 되어서인지 그분의 성정을 보면 50대 중반의 나이로 전혀보이지 않을만큼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5년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도 결근을 하지 않았다는분이 퇴근시간보다 한참이나 이른시간에 가게에 들렀으니 의문부호를 날릴수 밖에....
"이시간에 어쩐일이세요?" " 좀 쉬고 있어요." "쉰다면 직장을 그만 두었단 말인가요?“ ”네...“말이 이어질까 싶어서인지 의자에 앉는 그녀다. ”어떡해요? 계획되어진 한달 생활비에 차질이 생기면...어떻게 충당하세요?" "월급은 나오는걸요" "그래요? 직장을 그만두었어도 월급이 나온단말이에요?" 무슨말인지 그녀의 눈길을 쫓는다. "고용보험때문이죠." "고용보험은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할때까지 노동청에 신고만 하면 기본급을 받는제도 아니예요?" "맞아요.실업자에게 실업보험금을 주는 제도죠." "우리가 세금을 많이 낸다고 투덜대긴해도 이럴 때 '고용보험 제도' 를 보면 좋은 제도인거 같아요.그럼 생활하는데는 지장이 없는 거에요? 실업보험금은 한시적이라고 들었는데..." "그럼요, 3개월이죠." " 그동안에 직장을 구해야 겠군요."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일거리가 줄어들어서 한달동안만 쉬라고 하더군요. 한 달 뒤면 어떻게 해결이 나겠죠.지금같아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요즘 체감경기가 너무 심해요. 경기란게 그렇죠, 대기업에서 경기가 나빠지면 중소기업으로 이어지게되고 우리같은 자영업을 하는곳까지 도미노현상을 보이니 그 파장이 크죠.직장 다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은 거의 일거리가 없어 일하는 시간을 많이 줄어들었다고 힘들어 하더라구요.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당연히 봉급도 줄게되는거죠. 직장생활하면서 받은 봉급으로 생활계획표를 짜는데 차질이 생기니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니까 이런 자영업자들에게도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임계질량에 도달하는거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가게하는 우리같은 영세업자들이나 중소기업을 하는 분들은 종래에는 파산하고 마는거죠."
"정말 심각해요." "따지고보면 이게 다 인건비가 우리나라사람들의 절반밖에 안되는 중국인 들 때문이에요. 우리회사도 그런걸요. 몇 년 전 까지만해도 잘나갔죠. 수주가 너무많아 잔업하기 일쑤였고, 일요일 날은 쉬지도 못하고 특근하는날이 얼마나 많았다구요. 그렇게 잘나가던 회사였는데 요즘은 중국물건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구요. 전에는 원단만 가져와서 우리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완제품까지 중국에서 들여오는 입장이니 우리들의 일거리가 없어진거죠.“
"참으로 딱하긴 한 일이지만 만약 내가 회사오너라고 해도 외면하지 못하고 뿌리치지 못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힘든 일은 하지않으려면서도 봉급은 많이 받을려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아요. 가게오시는 고객 한 분중에 장갑공장을 하고 있는 분이 있어요. 사람이 필요해 구인광고를 써붙여 놓았는데 며칠만에 사람이 왔더래요. 그런데 그사람은 자신이 어떤일을 하는지 먼저 물어보고 힘이 드는 일 같아보이니 다음날은 오지 않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등록된 업체를 통해 중국인을 소개받았고, 그 중국인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결혼을 하게 되었고, 거주할 집을 마련해주고 일을 시켜보니 너무 성실하게 잘해준다는 말을 들었어요. 인건비도 우리나라 사람 절반밖에 주지않아도 되니 오너로서는 일석이조 인셈이죠. 그러니 경영인은 너도 나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외국인을 고용할려하지만 외국인을 많이 고용을해도 법적으로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그게 안되니 공장하는 분들은 너도 나도 땅값과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엑소더스현상이 일어나는거죠. 인건비도 저렴함도 구미에 당기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공장을 짓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현실인거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힘든일은 하지않으려고 하면서 봉급은 많이 받으려는 생각으로 춘투(春鬪)니 하투(夏鬪)니 추투(秋鬪)니 계절마다 투쟁을 벌리고 있으니 어느 오너인들 한국에서 공장을 하고 싶어하겠어요. " " 그나마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하고 있어도 투쟁하지 않는데 대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어때요? 연봉이 6천만원이니 얼마니 하는데도 올해역시 또 쟁의신고를 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먼나라 일인거 같이 아득하게 느껴지더군요. “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수당을 한푼이라도 더 챙겨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토요일 근무에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수주물량이 없는 것보다 낫다며 기쁘해야 할 현실에 처해있다.
잠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고달픈 현실이 투영되어와 마음이 알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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