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소탐대실(小貪大失)

정순이 2006. 8. 3. 12:11

 

사방이 막혀있고, 열기를 내뿜는 곳 뿐이니, 한증막이 따로없고, 여기가 바로 찜질방이다. 사람들마다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한 마디씩 내뱉곤 한다. “여기오면 왜 이렇게 더워요? 다른 곳에는 이렇게 덥지 않든데...” 그럴 때마다 웃음제조기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분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한 마디 거든다. “아이 낳은 사람은 여기 와서 산후조리하면 된답니다.” 다들 그말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파안대소를 한다. 그녀의 말을 뒷받침 할만큼 사방 50m 안으로는 더운열기가 대단하다. 우리 가게에서 뿜어내는 환풍기 열기에다 옆집식당에서 뿜어내는 화기(火氣), 어묵가게에서 뿜어내는 식용유의 비등점, 떡가게에서 뿜어내는 스팀열기, 활어횟집에서 뿜어내는 냉각기 열기....햇볕을 가려주기 위해 설치해둔 천막, 더운 열기는 활로를 찾지 못하고 막혀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거들지 않는이가 없을 정도다.

    

“퇴원하셨어요?” 얼굴에 온통 땀 범벅을 하고 가게에 들어서는 바로 앞집에 사는 아주머니께 아저씨의 퇴원이 궁금해했다.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걸어 내려오다 클랙션도 누르지 않고 허리부분을 들이받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한지 벌써 넉달 째 접어들었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는 속담이 있다. 그날 운세가 나쁘면 자신은 실수하지 않아도 예기치 않은 화를 당한다는 뜻이리라. 앞집 아저씨 같은 경우도 그러했다. 좋은 기분으로 집을 나섰지만, 길을 가다가 화를 당했다. 그런일을 당하리라곤 생각이나 했겠는가. 허리가 다쳐 입원을 했으니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사정이 그러하니 아내인 이웃집 아주머니도 남편 옆에서 식사하는것에서부터 시작해 대소변 받아내는 일까지 수발을 들어야하니 창살만 없다는 것 뿐이지 감옥이 따로없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남편을 그렇게 만든 가해자가 원망스럽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날수가 늘어갈 수록  괘씸하기까지 했을테다.


사정이 이런데도 가해자 측에서는 병문안 한번 오지않았다며 분루를 삼킨다. 가족중 누가 입원이라도 해 있으면 입원비 외에 들어가는 돈이 소소하게 많이 들어간다. 우선 병원에 가기 위해 차를 타야하면 왕복차비가 들어갈테고, 끼니를 해결할려면 밥값도 들어가야한다. 환자같은 경우야 병원에서 밥이 나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간병인은 일일이 사먹어야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가족 중 누가 입원해 있지 않으면 돈 씀씀이의 내막을 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 주머니에서 많은 돈이 빠져나간다. 가해자측이 병문안 와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이해못할 사람도 아니다. 4달이나 진단이 나왔으면 구속감인데도 병문안 오지 않는 가해자측이 괘씸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큰 아들의 만류로 가해자측과 합의는 봐주었단다.


합의까지 봐주었는데도 병문안 한번 오지 않는 가해자측이 괘씸해 경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이제 보험회사와의 신경전을 벌리게 되는 모양이다.  일단 경찰에 고발을 하게되면 벌금이 나오고, 매달 들어가는 차량보험료가 많이 오르고, 벌점이 매겨지는 모양이다. 이런 여러 가지로 손해를 보는데도 가해자측은 묵묵부답으로 있고, 보험사와의 힘든 신경전이 남아 있다니 모쪼록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오래 간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허리부분이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는 생각이다. 아들의 지인이 경찰서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어 그분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달 말 쯤 퇴원할려다 지인의 만류로 퇴원을 미뤘다는 말도 들린다. 해결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퇴원을 해버리면 피해자측이 손해를 보게 된단다. 무슨 생각이 병문안가지 못하게 했는진 모르지만, 작은 걸(자신의 자존심(?))  얻기 위해 더 큰 손실을 보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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