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아들 만나기 하루 전

정순이 2004. 5. 1. 22:12

몇분의 공명음이 울리고나서야 수화기를 들었다. “어머니 콜렉트콜~“ 아들의 목소리가 잠시 들리드니 이내 콜렉트콜 아가씨의 음성이 아들의 목소리를 포획하고 만다. “계속 통화를 원하시면 아무버턴이나 눌러주세요.우물 '정'자 나 '별'표를 눌러주시면 됩니다" 라는 안내코멘트를 듣고 얼른 우물 '정' 자를 눌렀다. “어머니...”

 

“그래 어쩐일이야? 저녁은 먹었구?” 매번 통화를 할때마다 물어보는 안부이지만 아들에게 관심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더 없는 애정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아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올때면 식사부터 했느냐는 말로 관심을 표시하고 지난 통화때 나누었던 이야기들의 끈의 타레를 이어가며 관심을 표시한다. "일전에 났었다는 상처는 다 아물었냐" 등등... 같은 집에 살때처럼 여러가지의 궁금증을 해결하곤 한다.“ 참 민규야 이번에 휴가갈 때 머 필요한거 없어? 필요한거 있으면 말해.”

 

“ 없어요. 제가 벌써 상병에 진급했는데 어머니가 머 안 사온다고 해서 누가 내게 머라하겠어요? ”“그래도..빈손으로 가긴 머해서 말이야...” “괜찮아요. 꼭 그냥 오시기 머하시다면 오실 때 건오징어나 몇 마리 사오실래요?” “그럴까? 그거면 되겠어?” “네. 내무반 친구들하고 심심할 때 먹을려구요. 참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어요. 아버지는 mp3시디 구울 줄 아시죠?“ ”그래 왜?“ ”그럼 이번 면회 오실 때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시디 좀 구워오시라는 말씀 좀 드려주세요.“ ” 음악을 들을 수도 있는거야?“ ”네.“ “그럼 아버지께 말씀드려보마.” 전화수화기를 내려놓고 할일을 마저할 생각에 뒤를 돌아나오는 망막안으로 남편의 피사체가 들어왔다.

 

 “민규아빠. 방금 민규하고 통화를 했는데...” 말끝을 흐리니 빨리 말을 하라는 듯 눈길로 재촉한다. “민규가 좋아하는 음악 몇곡을 시디로 좀 구워(다운로드)오라는데요.” “그놈 참...요즘은 군인이라해도 하나도 군인같지 않아. 우리가 군대생활 했을 때는 바늘도 안들어갈 소린데 말이야...” 내키지 않은 얼굴을 하던 남편이 무슨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나의 눈길을 호객하며 “민규가 듣고싶어하는 음악 시디 구워가면서 민규부대 부관이 들을 노래도 몇곡 구워(다운로드)갈까?” 처음에는 마땅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꽤 신선한 발상이다 싶어 동조를 했다. “그거 괜찮은데요. 비용도 많이 들지 않을거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것 같은데요”

 

 “니가 생각해도 그렇지? 나중에 민규한테서 전화가 걸려오거든 부관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물어봐바라. 기왕이면 상대방이 좋아한는 노래를 구워(다운로드)가는게 안 좋겠나. ” “ 그럴께요~” 그런 그저께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흘러간 노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건 어제였다. 남편의 할일이 생겼다. 가까운 컴퓨터 매장에 들러 공시디를 사다가 구울려면 마음이 바빠질테다. 한곡을 다운로드(굽는데)걸리는 시간은 길진않다. 그러나 많은 곡을 굽자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내일이면 아들을 만나러 경기도 양평까지 간다. 벌써부터 마음에 설렌다. 잘 다녀오라는 이웃가게들의 환송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한층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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