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훌라후프...

정순이 2004. 4. 30. 12:48

“밖에 걸려 있는 이것밖에 없어요~?” 두꺼운 유리너머로 보이는 주인인듯한 남자분에게 고개를 주억 들이밀며 말을 건냈다. 그말을 듣고 황급히 달려나오는 쥔장은“왜 없겠어요. 이건 그냥 진열 시켜둔 거구요 가게에 들어가시면 상자안에 포장된게 많이 있는걸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따라올 거라는 생각이였는지 확인도 않은채 뚜벅뚜벅 앞서갔고, 나는 쥔장을 뒤따라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차곡차곡 포개진 종이 박스를 뒤적이드니 그중에서 하나를 꺼내들며 받으란 듯이 내게 내민다.

 

두손으로 건내주면서 나를 힐끗 올려다보드니 “이런거 하지 않아도 날씬한데 뭐하러 할려고 그러세요?” 대답대신 엷은 미소로 화답했다. “돌기가 두줄로 박힌거 어때요? 가격은 비슷하면서도 더 나을 듯 해서요.” “아는 사람이 두가지 다 써보았는데 한 줄로 된게 더 낫다던데요.” “네...." 훌라후프... 가게에 들리는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13살이나 많다 사회에서 만난사람은 10살 전후로는 서로 친구로 사귀도 흉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여러사람들과 많은 교류로 외연을 넓히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가끔 이런말을 들을때면 닭살이 돋곤하는 말이 있다.

 “언니~~”비염섞인 목소리로 고객의 환심을 살려는 젊은 여주인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닭살스러워 했다.‘ 내가 어떻게 지 언니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세월의 더께에 힘입어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생각으로 살던 내가 가게에 들리는 딱 한사람에게만은 ‘성님’이라는 호칭을 쓴다.처음 이 호칭을 쓸때만해도 몇 번이나 입속에서만 맴돌았지만 차마 입밖으로 뱉어내진 못했다. 남들은 스스럼없이 쉽게 부르게 되는 호칭인지 모르겠지만 내 성격상으로는 쉽게 할수 없었고, 어렵사리 부르게 된 호칭이 ‘성님’ 이라는 단어다. 그녀에게 '성님' 이라고 부르기까진 장구(?)한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조심스럽게 부르게 되었다. ‘형님’이라는 호칭은 남편동기의 아내들에게 부르는 호칭이 아닌가. 동서들과 같은 반석에 등재되는거 같아 선택하게된 ‘성님’...

 

그렇게 어려워보이던 호칭도 몇 번 부르고 나니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친숙해진 일반명사이다. 그녀역시 처음에는 내게로부터 듣는 호칭이 어색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나이를 가늠해보았을테고 한참 아랫동생뻘인지라‘ 성님’이란 말에 익숙해진 듯하다. 그런 그녀는 맏언니 만큼이나 내게 잘한다. 우리가게까지 오려면 차를 타고 30분은 족히 걸린다. 그래도 맛이 있는 음식을 했을때는 찬합에 넣어 들고오는 성의를 보이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런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의 순기능을 역설하며 나를 데려갈수 없음에 안타까워했다. 내가 자신과 같은 학원에 다닐 수 없음에  내게 추천한게 ‘훌라후프’다. 불과 몇 년 전 훌라후프 가 처음 시중에 유통되었을 때는 많은 여성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집에서 가볍게 운동을 할수 있다는 장점에 집집마다 훌라후프 한두개쯤은 없는집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집 역시 두 개를 사다두고 번갈아가면서 사용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달이 가고 몇해가 지나가드니 흉물스런 천덕꾸러기로 전락을 하다 급기야는 폐기처분하고 말았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훌라후프 안쪽에 돌기같은게 없었는데 지금은 돌기안에 자석이 부착되어있어서인지 강도가 아주 심해 몇번 돌리지 않아도 허리에 멍이 들것 같이 통증이 동반되어온다. 그러니 다이어트하기에도 그저그만이고 변비해소에도 딱이라며 변비로 고생하는 내가 안쓰러운 듯 적극 권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매장에 들렸던 나는 매장 바깥에 걸려있는 훌라후프를 보고 기겁을 할 것 같았다. 예전보다 크기가 훨씬 큰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그런 느낌으로 구입하지 않았던 내게 다시 그녀는 속삭인다.“ 줄이면 돼. 한칸씩 줄이게 설정되어있거든” 다시 가까운 매장에 들러 하나 구입했다. 그러나 장난이 아니다. 연결지어진 부분을 두개나 빼고 사용하는데도 그 면적이 얼마나 넓게 차지하는지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는 내모습이 영 마땅찮은지 남편은 핀잔이다.

 

“니는 아침마다 러닝머신만 뛰면된다. 살 더 빼서 머하게? 시집한번 더 갈일이 있나 그렇게 고생하지 말구 지금 이상태로 유지만 하면 된다.”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남편에게 "보긴 흉하긴 하죠? 거실에 나가서 할까봐요." "그렇게라도 해라" 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받으며 훌라후프를 돌리는 내 모습이 큰방에 있는 화장대 거울에 비친다. 정말 가관이다.^^ 오래 전 기억이 비집고 나온다.처은 훌라후프가 나올 당시만해도 아주 능숙하게 잘 돌렸었는데로 한동안 공백이 생겼다해서인지 마음데로 잘 되지 않는다. 훌라후프 안쪽으로 뾰족하게 돌출되어 있는 돌기안으로 자석이 들어있다.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훌라후프 돌리는 건 어설픈 내 실력으로는 몇번 돌리지않아 바닥에 떨어지기 일쑤다. 두어번 돌리다가 바닥에 떨어지려는걸 다리로 필사적으로 나꿔챈다.  훌라후프돌기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금새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정말 날씬해지기나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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