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진정 보호받지 못할 죄를 지었단 말인가?

정순이 2005. 12. 31. 13:11
 

 


만나지 못할만큼 먼 곳에 사는 친구도 아니지만,  서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만남을 소원하고있다. 그나마 존재를 확인하는 데 통신문화를 잘 활용하며 수다의 갈증을 해갈하곤한다. “남편있어?” 그 친구는 전화를 할 때마다 남편의 부재를 확인하곤 한다. 남편이 있으면 우리들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불편한지 늘 그렇게 물어오곤했다. 어쩌다 남편이 전화를 받기라도 하면 수화기를 내려놓곤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의 착하고 연약한 심성을 엿볼수 있을만큼 그녀는 남편을 두려워한다. “어쩐일이야?” 반갑다는 표현으로 늘 이런 식으로 묻는 내 성격을 모르지 않는 친구는 “요즘은 어떻게 지내?. 바쁘진 않구?” 숨가쁘게 몰어오는 친구에게 “늘 그렇지 머...” 아이들이 다 자랐고 어느정도 나이가 들었으니 별다른 일이 없다는 걸 느낄텐데도 늘 무의식적으로 묻는 듯 했다.


서로 소통하지 않았던 지난 며칠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지 가벼운 인사치례를 통과의례처럼 치뤄야지만 안심이라도 할 것처럼 물어오곤 하는 친한 친구다. 그럴 때면 꼭 갓 시집보낸 딸아이를 걱정하는 친정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참 내가 일전에 말한 친구 있지?” 대답 대신 말을 않고 있는 내게 “ 왜? 외도 한다는 여자친구 말이야.” “그래, 그 친구가 왜?” 친구의 주변에 사는 여자라고 언제인가 그 여자를 소개했던 적이 있었다. 비슷한 연대라 친구처럼 커뮤니케이션이 오고갔고, 서로 흉허물을  가리지 않을만큼 스스럼없이 지낸다는 말도 곁들였다. 아내들이란, 아니 여자들이란 아니 남자들도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슴 밑바닥에 있는 숨은 비밀들을 흉금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더없는 행운인지 모른다.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계산부터 먼저 저울질하는 각박한 세상에서 그런 친구 하나쯤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 친구 말이야 지금 이혼하게 생겼어.” “남편이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며?”

 

남편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그녀는 자천타천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그나마 자식들은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착했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부산에서 머리 좋은 사람이 간다는 P대학 법학부에 다녔고, 두 살 터울 아래인 동생도 같은 학교에 다닐 만큼 부모속을 썩힌적은 없었다. 자식이 부모 뜻을 거스르지 않고, 면학에 힘을 쓰고 있다면 부모로써는 더할수 없는 기쁨과 힘을 얻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다.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이 있고,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이 있다.‘ 레토릭이 있다. 남이 보기에는 전혀 걱정거리가 없을 것 같은데도 그녀의 가정도 예의는 아니였던 모양이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의 남편은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퇴근할 때 먹을 걸 사오더라도 자신 것만 사올만큼 자식과 아내를 등한시했다. 그런 것쯤은 의연하게 웃으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몇 년동안 남편과 살아오면서 길들여졌다고도 했다.

 

참을 수 없었던 건 남편의 폭력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아내에게 서운했던 감정들이 있더래도 평소 때는 소화를 잘 시키다가도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고 나면 폭군으로 변신한다고했다.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면 아내가 얌전해진다는 엉뚱한 생각을 갖고 있던 남편은 전가의 보도처럼 빼어들곤했든 모양이다. 남편의 폭력 앞에서 무방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고, 자식들도 폭군으로 변해버린 아버지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  메마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직장을 다니면서 한 남자를 알게 되었든 모양이다. 처음 남자를 사귀면 미끼를 던질 속셈으로 여자들한테 잘해주겠지만, 한번 자신의 미끼에 걸려든 여자들은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지만 그 남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신이 퇴근 할 무렵이면 어김없이 직장가까이 자신을 데리러 와 주었고, 남편에게서 받아보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도 들었을때는 꿈속을 헤매는 듯 했으리라.  그녀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남자에게 향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쌓여갔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꿈같은 날들도 잠시. 어느 작가가 일갈했던가? 사랑의 감정은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그 남자에게서 실망스런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다시 마음을 잡지 못하고  궁벽해진 마음에 여자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가까이 하면서 그녀는 노름도 배웠단다.

 

노름이래봐야 푼돈이 오가는 정도겠지만, 자식의 눈에는 그런 엄마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지난 날 엄마가 아버지로부터 당했던 치욕스런 삶을 영위해왔다는 걸 자식들이 보고 느꼈을 터이기에 당연히 엄마의 어떠한 행동들이라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녀....어쩌다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놀고 있으면 둘째 아들은 엄마 친구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고한다. 그녀는 아들의 행동에서 적이 놀라고 황당했으리라. 아들의 태도가 못마땅하긴 했지만,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 그녀의 삶은 한번 어긋나고 부터는  건조해져만 갔다. 그런 지난 날 남편의 갑작스런 통첩이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다름 아닌 ’이혼‘ 을 하자고 요구를 한 모양이다. 생각같아서는 자신이 먼저 요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들었으나, 자식들을 보면서 참고 살았는 데 남편으로부터 먼저 그런말을 듣고보니 그 심정이 어떠했으리라는 건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엎친데 덮친격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한말인가? 자신과 외도를 했던 그 남자의 아내가 그녀의 남편에게 고자질을 한 모양이었다. 잠자리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했다고 하니 그 뒷일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고, 수치스러움에 모골이 송연했다. 어떻게 그런 수치스런 이야기를 한때나마 서로 마음을 주고 받았던 남자가 자기 아내에게 이야기 할수 있었으며 또 그 아내는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로 이야기 할수 있었는지 그부부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대처할 수 있는 건 “절대로 그런일이 없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태도는 완강했다. “의심스러우면 그여자를 고발해라. 인제 아무말도 하기 귀찮으니 조용히 헤어지자”고 했다는 그녀의 남편...지난 번 이혼하자고 요구를 할때는 재산의 50%를 아내에게 줄 생각을 갖고 있던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외도가 새로운 이혼의 이유로 드러나자 “위자료 생각은 아예 마라” 라며 엄포를 놓았단다. 친구는 그녀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난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며 걱정을 하고 있다. 자신의 행동들은 과거로 돌려버리고 아내의 외도만 문제 삼는 그녀의 남편도 같은 벌을 받게 할 방법이 없을까.

 

그녀는  정말 보호받지 못할 죄를 지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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