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응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재단 되어지기에는 그녀의 삶의 세월들이 너무 메말라보이고 윤기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 처럼 보인다. 가끔 남자와 시장에 들리는 그녀를 만난 기억은 몇 년 전으로 소급해 올라가야 한다. 동부인해서 다니는 그 커플을 보고 부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것이다. 그만큼 다정한 미소를 날리면서 정답게 시장을 보러 다녔던것이다. 시댁에서나 남편이나 여자하고 같이 시장에 다니는 데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는 알레러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라 다정하게 다니는 부부들을 보면 은근히 부러움과 시기심이 동조의식을 느끼며 합류한다. 하기사 이혼율이 높은 지금에서야 부부 라는 당의정을 걸치고 다니는 가짜 부부들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세태의 흐름이 이런 상황이고보니 이혼에 대해서도 몇 년 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진편이다. 즐거운 날들보다 그렇지 못한 날들이 더 이어진다면 이혼이라는 극약처방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것은 내게는 큰 변화이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너그러워졌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가계를 꾸려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아내의 사회활동은 더없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아내의 힘듦) 불구하고 남편들의 사대주의적 의식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아내를 힘들게 하고 결국은 부부싸움이 잦게되고 가정이 파탄에 이르게 됨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 세대들의 남편들이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는 봉건적 의식은 많은 아내들의 마음을 사지로 내몰고 있고, 남과의 대화를 기피하는 대인기피증, 내지 우울증이나 자폐증을 앓게 만든다. 그녀, 웃을때 마다 볼우물이 웅숭깊게 패였고, 아미같은 눈웃음은 사람들의 마음을 웃음짓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마침 그 커플들이 가게에 들렸을 때 다른 지인이 와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같은 동네에 산다는 건 그 커플이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가고 난 후 지인으로부터 득게 되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면 서로 눈인사나 목례라도 할것 같은 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저 사람들 우리동네에 살아.” “그래? 그런데도 왜 아는척을 하지 않았어?” “아는척 하면 상대가 불편할 것 같아서지. 그리고 우리동네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여자가 남자를 꼬드겨 우리동네로 이사를 온모양이더라구. 말도 마, 저 여자 때문에 남자가 패가망신 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걸...”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빠르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침소봉대로 부풀어지기 십상이다. 급기야는 주홍글씨라는 고유명사의 명찰을 가슴에 달아주면서 살아가게 하는 무서운 형벌이 주어진다. 시지프스의 형벌과 다름아니다.시지프스는 죽은 뒤에도 신들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는데, 그 바위는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져 형벌이 영원히 되풀이된다고 한다. 평생을 죄의 대가로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로 낙인찍기에 참새들의 입방아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서 헤어진거야? 저 여자가 절복을 입고 다니는 걸 보니 서로 헤어진 모양이지. 하긴 그 두 사람이 가게에 발걸음하지 않은 게 꽤 오래된것 같았다. 만약에 그여자가 남자의 재산을 몽땅 가지고 가보렸다면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삼십육계를 놓았음직한데 어째서 아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이런곳에 정주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지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녀는 절에서 공양주 일을 하는 모양이다. 가끔 주문하는 부위를 요구할 때 ”우리 주지스님이 드실꺼니까 연하고 좋은걸로 주세요.“말을 잊지 않는걸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그녀는 절에서 공양주를 하고 있음을 미루어 알수 있다. 나와 비슷한 연배처럼 보이는 데도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를 볼때면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인다.
같은 또래의 나이라는 거, 같은 여자라는 거 한꺼풀 벗겨보면 그녀와 내가 다를 게 별로 없는 데도 살아가는 뉘앙스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가끔 볼우물이 패이는 웃음뒤로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 걸 보면 작은 파문이 인다. 하기 쉬운 소리로 ‘행복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라고 일갈하지만, 그녀에게나 또는 궁벽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물음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는 자명하다.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하고 싶은가?!!
' human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비노의 저주(Bambino's curse) (0) | 2005.12.19 |
---|---|
貧者一燈 (0) | 2005.12.16 |
Behind story (0) | 2005.12.02 |
어떤 생일 날 (0) | 2005.11.30 |
생채기 (0) | 2005.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