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생채기

정순이 2005. 6. 29. 12:16


"이거 하나만 팔아주세요. 절대로 다른 용도로 돈을 쓰진 않을꺼에요. 믿어주세요."
애절함이 가득담긴 모습으로 애원을 하듯했다. 하루에도 몇번씩인지도 짐작하기 힘들다. 그정도로 구걸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는 학생을 가장해 물건을 팔러오는 사람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가게에 들려 손을 내밀곤 한다.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경기가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정도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현실이 이러니 많은 사람들이 구걸인파에 동참하는 것 같다. 작년부터는 부쩍 대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며 팔러 다니는 물건들도 있고, 이어 올해 연초부터는 고등학생까지 합류를 해 물건을 팔러다닌다. 유년시절 방물장수들이 동네골목 곳곳을 누비며 여성들의 물건들을 팔러다녔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가정에서 필수품으로 사용되는 수세미에부터 시작해 빨래집게, 행주, 이태리타올, 고무장갑....자잘한 소품들을 가방안에 가득 넣고 어깨에 메고 다니며 가게들을 누빈다. 안쓰러운 생각에 몇번 물건을 구입해보았지만, 번번히 속았다는 생각이 뇌리에 뚜렷이 남아있다. 볼펜을 구입해 사용해보면 나오다가 나오지 않다가를 반복해 쓰레기통에 들어가버리기가 일쑤였고, 이태리 타올도 크기가 작아 손에 들어가지조차 않았고, 수세미도 서너번 물을 적시면 이내 힘이 없어 두 번은 못 쓸정도로 물건이 좋지않았다. 해서 다시는 물건을 구입하는 실수는 없을꺼라며 나자신에게 다짐받았다. 그들의 안쓰러운 행동에, 협박하는듯한 표정에도 넘어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런 어제 그 학생 또한 그런 부류와 다를바 없다는 생각에 "요즘 물건 살 형편이 안되니 이거라도 받아가세요." 라며 돈을 몇 푼 건넸다. 다른사람에게 몇번 그렇게 적은돈을 주었드니 다들 그냥 받아갔었다. 해서 별 생각없이 그렇게하면 물건을 팔아주지않는 미안함이 상쇄 될꺼라는 생각에  돈을 건냈다. 그러나 거절하는 손사래도 않고 실망하는 빛이 역력한 얼굴을 하고 힘없이 발길을 돌리는 순간 얼굴이 뜨끔해왔다. '그까짓 몇 천원 좀 손해보면 어떻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을 그 학생을 그냥 돌려보내?'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그 학생이 골목을 돌아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넋놓고 있었다. '  한번 더 그 학생이 가게에 들린다면 웃으면서 물건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다지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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