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을 홍엽을 물들였던 나무들이 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훌훌 털려버린 뒤 앙상한 가지들만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인간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으니 앙상한 고갱이들을 볼때마다 그 처연함에 가슴이 아려온다.
손이 저려온 유병기간은 몇 년이나 된다. 뜨개질을 한다거나,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계속 이어지면 손이 저린다. 그럴때마다 손을 심장 아래로 떨어뜨리고 앞뒤로 흔들기를 하면 금세 저림 증세는 사라진다. 손이 저리다고해서 죽음에 이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참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건 아니니 병원에 가길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 이르렀다. 손저림증세는 그나마 견디겠는데, 발이 시린 건 정말 고통스럽다. 따듯한 날씨에는 저림 증세가 나타나지 않다가 차가운 날이 계속 이어지자 증세가 심해졌다. 뜨거운 곳에 발바닥 부위를 갖다대면 그 시린 증세는 멎지만, 그렇다고 마냥 따뜻한 바닥에 발을 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처지도 못 되니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병원 문을 두드렸다.
무슨과를 가야할지몰라 안내창구를 기웃거리니 신경과를 소개했다. 20 여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차례가 왔다. 몇 분동안 이어지는 문진에 나온 답은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말초신경이 압박을 받아 관이 좁아져서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림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말초 신경이 왜 압박을 받는지의 나의 물음에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술로 인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기관지가 좋지않아서 오는 경우도 있고, 당뇨로 인해 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어느 한 가지도 해당되는게 없었으나, 얼마전부터 남편과 같이 술 한잔씩 마시는게 원인일 수도 있나는 생각(술을 마시기 전부터 손저림 증세는 있었다.)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을 했드니 그럴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기는 음식을 먹다 얹히지말라고 술을 한 잔씩 마신다. 그런데 술 때문에 말초 신경이 압박을 받는다는 말에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반문을 하니 한 잔을 마시는 양과 내가 마시는 양 (하루에 반병정도라고 했다)과는 다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엊그제 검사를 받았다. 근전도검사.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근전도 검사는 근전도 검사와 신경전도 검사로 구성되어있지만 통틀어 '근전도 검사'라 부르고 있다. 처음에는 말초신경의 진단을 위한 수단이었으나 점차 중추신경계의 진단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한다. 근전도 검사는 신경을 자극하여 뇌나 근육에서 오는 전기적인 신호를 기록하여 그 신호의 이상유무로 결과를 학인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약간의 전기 자극이 필요하다. 5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시트지를 전기 자극을 해야하는 부위에 붙이고 전기를 자극하면 모니터 화면에 수치가 나타난다. 수치가 변할 때마다 기록을 했다.
어제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병원에 들렀다. 결론은 혈액순환이 잘 되지않아 손저림 증세가 올 수 있으니 손을 많이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발의 검사결과는 심하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발의 시림증세가 더 시급하다고 했드니 일주일분의 약을 처방해줬다. 일주일분의 약을 복용해보고 난 후에 예후를 보자고했다. 일주일분을 처방해주는걸 감안하면 심하지는 않다는 뜻인데, 왜 발은 이렇게 시린건지...발은 시려 견디기 힘드는데 검사결과 수치는 괜찮게 나왔다니...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처방전을 받아들고 문진약국으로 향했다. 약사가 약봉투에 들어있는 약의 효능과 효과를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비타민 결핍을 보강하는 약이라고도 했다. '결핍?' "그렇담, 이런 증세에는 어떤 식품이 좋아요.?" 라는 나의물음에 Va,b,c,e. B1,6.12결핍이 있을 때 섭취해야 하는 음식으로는 현미가 제일좋고 7분도 쌀도 좋다는말도 곁들였다. 7분도 쌀이란 현미를 도정에 의하여 쌀겨층과 배(胚)의 70 %를 제거한 쌀이다.
몇 년 간 잡곡으로 식단을 차렸다가 백미를 한 번 맛보고 난 아들이 하얀 쌀로 된 밥을 먹고 싶다며 침묵의 카르텔을 벌였다. '현미가 몸에 좋다고하긴하지만, 백미가 몸에 해롭기야하겠어? 그렇담 옛날 어른들은 백미로 밥을 해드셨는데 장수한 사람들이 다 머야? 그러고보면 꼭 백미를 먹는다고해서 나빠지는건 아닐꺼야." 혼자서 의문부호를 날렸다가 나름데로 답안지를 작성한 내 좌 뇌는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리고 여태까지 백미로 된 쌀로 밥을 해�먹었다. 백미로 길들여진 혀끝을 다시 현미밥으로 길들인다는게 쉽진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몸에 좋다는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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