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가을 맞이 야유회

정순이 2007. 10. 25. 09:09

늘 야유회를 갈 때마다 먹었던 음식에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고, 그 생각의 연장선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준비했으니 총무의 할 일이 줄어든 셈이다. 야유회때마다 아침, 점심 음식을 준비해갈 때는 총무의 일이 아주 많았다. 특히 이른 아침시간에 출발할때는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시래기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곤 했다. 먹는 회원이야 시래기국이 부담없는 요리라 좋긴하지만, 일일이 그릇을 씻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점심 매뉴로 불고기나 바닷장어구이를 할때는 일거리가 아주 많았다. 회원들이 일손을 들어주긴 하지만, 일반회원들이 모르는 총무의 신경쓰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몇 년 전부터 돌아오는길에는 버스 기사님의 가이드로 식당에 들러 음식을 해결하고 있으니 부담없는 야유회다.

 

도시의 소음들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을 태운 차량은 농무(濃霧)속을 헤집으며 목적지를 향해 미끄러지듯 앞으로 내달렸다. 창문 밖으로 너머다 본 視界는 하늘이 땅에 닿아있는 듯 구름속을 헤쳐나가는 듯 심무(深霧)가 심했다. 평일이어서인지 고속도로는 한산했지만 적당한 등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높였다.

 

가드레일 너머로 앞을 다투며 얼굴을 내밀고 있는 미루나무,플라타너스, 노간주 나무들이 목적지가 가까워졌음을 신호한다. 창녕 나들목으로 들어서니 감나무에 단감들이 가지가 부러질 듯 달려있다. 여기 저기서 빨갛고 노란 옷을 입은 마타리식물과 이름모를 나무들이 우리 일행을 반겼다. 자하곡매표소를 지나니 어린이 만화에서 나오는 스머프지붕을 한 집들도 보였다.  제 1등산로와 제 2등산로 제3등산로의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다. 같은 일행 중 연치 있으신분이 있어 그 분들이 가파른 길을 오를 수 있을까는 생각에서다. 그래도 긴 시간을 요구하는 다른 등산로보다 가파르긴하지만 제일 짧은 코스를 따르기로했다. 아무래도 우포늪엘 들렸다 가려면 하루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삼림욕(피톤치드)을 즐길 수 있는 교목들 틈사이로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했다.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는 옆으로 키작은 나무들이 서로 몸을 감고 이웃하고 있는 모습들이 토피어이를 해놓을 듯하다.  서문에 도착하자 왼쪽으로는 정상이 오른쪽으로는 배바위...그 아래로 분지의 대평원에 억새들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모습이  천일염을 뿌려놓은 듯하다. 억새들속으로 가풀막 뛰어올라 피사체로 각인되기위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한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있는 바위 틈을 지나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일행의 말에 마음속으로 주문(呪文)을 외며 지나가보기도했다. 바위틈을 빠져나가 한 바퀴 돌아 현무암인 거칠은 바위를 올라가니 발치아래로 만산이 가을색 옷을 입고 있다. 다시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협소한 등로 옆으로 진달래꽃이 보였다. 라니냐의 반대말, 아기 예수를 의미한다는 스페인어인 엘니뇨..이상기온으로 늦가을의 쌀쌀한 날씨에도 진달래가 피어있다.


배바위를 올랐다오고 정상에 갔다오니 총무님이 후미팀들을 인솔해 도착해있었고, 돗자리 위에 푸짐한 점심상이 마련돼 있었다. 허기진 배를 김밥과 여러과일들로 채웠고, 늘려진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서문에서 멀지 않는 곳에 허준 세트장이 보였다.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짚으로 엮어진 지붕들을 보고 있으니 우리의 유년시절의 추억들이 숨가쁘게 달려온다. 싸리나무로 엮은 사리문으로 들어서니 소나무 전나무로 짓는다는 너와집...소나무와 전나무 구하기가 어려워 참나무 떡갈나루를 재료로해서 지었다는 굴피나무의 집들이 지나가는 산객들에게 옛시절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줬다.

 

동동주로 목을 축이고 하산길을 재촉했다. 늦가을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우포늪으로 가기 위한 차량속으로 농익은 홍옥같이 빨간 저녁해가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나무에 가렸다, 구름사이로 가려짐을 반복하드니 서산으로 기운다. 그 아래로 많은 차량들속의 삶들이 속력을 내며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대비를 이룬다. 땅거미가 어둑어둑할 때 도착한 우포늪...길게 뻗어있는 물위로 가을산의 나무들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일렁이고 있다. 한폭의 수채화에 작은 탄성으로 구두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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