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북한산에 오르다.

정순이 2007. 10. 8. 12:14


몇 번의 곡절 끝에 북한산엘 갔었다. 몇 달 전부터 신청하는 사람이 많으니 일찌감치 신청을 해야한다는 지인의 말에 따라 남편과 고민 끝에 각기 다른 산악회를 따르기로했다. 같은 코스는 아니지만 남편은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 자신이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몇 번의 고민 끝에 남편의 생각을 존중해 나는 남편과 달리 지인과 동행하기로했다. 그런 며칠 후 지인으로부터 신청자수가 워낙 많아서 회비를 미리 내지 않은 사람은 갈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입속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아니 회비를 미리 내야한다는 공지도 올리지도 않고 달리 우리한테 말을 해준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회비를 내누?’ 한 번도 같이 가본적이 없는 산악회라 산악회의 운영상황을 몰랐고, 지인의 말만으로 정보를 입수하곤 했다. 그러니 기분이 묘해지는게 아닌가. 부부가 다른 산악회를 간다는게 모양새가 좀 그럴거같아 겨우 남편을 설득하고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그런말을 들으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런 이튿날 회장님이 직접 가게로 내방했고, TO 하나가 남아있으니 어떻게 하겠나는 의중을 물어보러 온 것이었다. “벌써 인원이 다 찼다고해서 다른 산악회에 신청을 했었는걸요.” 회장님도 그간의 사정이야기를 듣고보니 미안한 마음이 생겼는지, 돌아간 후 전화를 걸어왔었다. 다른 사람 한 분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TO 하나를 더 만들었고 남편과 같이 참석하라는 전갈이었고 그런 오늘 북한산에 갔었다.

 


출발지에 도착하고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는 도착할 시간은 아닌데도 미리 나와있었다. 낯익은 얼굴들도 보인다.  동네에서 운영하는 산악회라서이다. 버스도착시간이 꽤(한 시간) 지났는데도 버스가 도착하지않았다. 성수기라서 그럴수도 있겠거니 이해가 되기도했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이 되든 몇몇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니 기사분하고 통화를 해보고 어떻게 해봐야하는거 아니에요?” 나 역시 ‘ 다른 산악회 같았으면 기사와 실시간의 통화로  체계적으로 움직였을텐데...’ 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같은 동네사람들과 연고지를 이 곳으로 해둔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운영하는 산악회라서인지 많은 인내심과 이해를 하고 있는 듯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00산악회는 설립한진 오래되지 않았지만, 2대 회장을 맡으신 분이 젼문 산악인을 육성하는 부산크라이머스 회원으로서.부산등산연구소부설 부산등산교실에서 일반산행.암벽등반.빙벽등반등을 교육하며.후진양성에 매진 하며.해외 고산등반으로는 네팔.안나푸르나.쿰부히말칼라파타르.추쿵아일랜드피크봉을등정하여 그위상을 부산 산악계에널리 알렸읍니다.테마산행으로는 백두산 동계산행.낙동정맥 2차완주를하고 매월1.3주에정기산행을 하고있다는 사실과 산을 아주 잘 타는 알피니스트들이 많다고한다.


거의 한 시간 몇 분을 기다리고서야 한 대의 버스가 우리가 있는 앞으로 육중한 몸을 굴리며 들어섰다.28인승의 리무진, 한 대는 아직 도착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한 대에 56명을 태우고 다른 버스가 도착하기 쉬운 장소로 이전을 했다.  다시 동래전철역앞에서 40분을 기다리고서야 도착을 했다. 너무 죄송하다는 기사님의 말을 들으며 버스에 올랐다. 시간이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미안한 마음과 도착시간이 늦었던만큼 보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였는지 전속력을 다해 질주를 했다. 차창밖에서 스크린 돌아가듯 풍경들이 바람세기만큼 빠르게 장면연출을 하고 있다. 내일 오후 (일요일 오후)에 비가온다는 기상대의 예보에 등산화에 방수처리까지 한 남편의 세세함에 아무리 봐도 비는 오지않을 듯한 밤하늘의 별이 반짝인다. 하긴 요즘 달라진 기후로 갑자기 열대성 소나기가 쏟아지는 경우가 허다해 미리 준비를 해두는게 만약을 대비해 나을 듯하다. 리무진의 넓은 의자가 푹신한 자리가 어느새 꿈나라의 여행을 초대한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자장가삼아 꿈나라의 여행길에 올랐다. 친구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금 어디 가는데? ” 다시 장면이 바뀌고 엄마와 현실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고객과의 이야기도 이어지고...허공을 유영하듯 자유형과 배형으로 종횡무진했다. 남편은 달라진 환경에 잠을 한 숨도 못 잔듯 “코를 골며 잠 자는 사람들이 부럽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소리에 꿈나라의 여행은 구두점을 찍는다.

어느새 서울이다. 요란한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바깥의 풍경은 부산과 다를바 없다. 5시간 40분 여를 달리자 우리 일행이 내리는 종착지다. 다들 륙색을 챙기는 소리가 부산스럽다. 서울의 바깥공기는 신선하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주변이 깜깜한데 한 곳에 불이 켜져있다, 이런 시간에 영업을 하려나는 생각을 했었는데...우리들의 점심약속을 위해 미리 불을 밝힌 듯하다. 시래기국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신들메를 고쳐 신었다. 손에 들수 있는 손전등이나 이마에 붙이는 편리한 랜턴의 불빛과 산행대장의 가이드에 몸을 의지하며 낯선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해뜨는 시각은 6시 32분이라는걸 감안하면 아직 해가 뜰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한다.

 

나무 침목으로 된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자 희붐한 빛이 등산로를 가이드해준다. 희붐해지는 나무사이로  산행대장이 가리키는 검지손가락따라 시선을 돌리니 노적봉, 만경대와 백운대 그 옆으로 인수봉이 늠름한 자태가 사이좋게 시야속으로 들어온다. 탄성이 울대를 자극한다. 정말 장관이다. 나열된 능선들이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코스라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지만, 능선에 오를 때마다 터져나오는 탄성은 힘들다는 생각을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집어 삼킬 듯이 떠 있는 독수리 모양의 구름 뒤로 층적운이 일요일의 날씨를 예보하는 듯했다.

하늘 사이를 넓은 날개를 펼치며 여유롭게 유영하는 까마귀 한 마리...너무 멋진 한 폭의 동양화다. 뒤를 이어 따라오는 회장님의 발길이 뛰다시피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곧 있을 일출을 보기 위함이란다. 덩달아 발길을 빨리하니 나무사이로 크다란 알 하나가 어미새의 뱃속을  빠져나오는 듯 빨간 모습을 하고  하늘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낸다. 아...

 

집부에서 나눠준 약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가파른 계단을 와이어로프에 의지하고 오르고 또 올랐다. 남편은 쉽게 걸을 수 있는 육산보다는 로프를 이용해 암벽을 타는게 더 낫다는 말을 했지만, 가파른 암벽을 오를 때는 오금이 저려왔다. 특히 백운대 정상에 오를 때는 그 강도가 심해 아래를 내려다볼수가 없었다. 백운대를 거쳐 다시 원효봉에 도착하니 힘든코스는 끝이 난 셈이다. 힘든 코스를 걸어도 호흡이 가빠지지 않고 고르다며 우리부부가 제일 잘 걷는다는 산행대장의 인사치례에 박수를 유도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심호흡을 하고 하산길을 재촉하니 뱃속에서 시냇물소리가 요란하다. 8시간의 등산을 마치고 차량에 올라 의자에 앉으니 다리가 풀려서인지 뻐근해져온다. 잠시 후 우리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 차량이 공회전을 하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니 꿈틀거리며 앞을 향했다. 지난 밤 부산을 떠나 새벽에 서울에 도착해 산을 오르고 또 올랐으니 서울구경도 제대로 못한셈이다. 일정에는 청계천걷기도 들어가 있었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을 듯해 취소가 됐었다.

 

창문에 빗금을 그으며 빗줄기가 사선으로 흐른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하산을 하고 버스에 오른 다음에 비가 와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멀리서 비에 젖은 가로등과 미루나무 뒤로 아련히 보고싶은 얼굴 하나가 어른거리드니 어느새 피보나치 수열처럼 채화를 한다. 인간 관계라는게 고약하다. 잘 있겠지....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6.25의 잔재  (0) 2007.10.20
손자 뒷바라지  (0) 2007.10.17
내 이름은 임마꿀레  (0) 2007.10.03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0) 2007.10.01
배냇골에서...  (0) 200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