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분루의 술잔을 들이키며...

정순이 2004. 10. 28. 12:04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글 자모순데로 나열되어있는 곳‘ㅎ’자를 찾아 마우스 스크롤바를 아래로 끌어내려갔다. 그러나 나의 이름은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있을꺼라는 생각과 먼가 잘못되었을꺼라는 생각이 나를 위로한다. 당첨의 행운의 여신은 항상 나를 외면하는거 같아 쓸쓸한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시누이가 '동서커피 공모전'에 참여해보라는 말에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든건 글을 쓰는 원고지서식에 익숙하지 않은 부담스러움이었고, 더 비중을 차지하는건 굴레에 속박당한다는 부담스러움이 나를 짓누르곤했기때문이다. 내가 자주가는 사이트에서 글을 잘 쓴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터라 문장의 짜임새에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그 모티브에는 시누이의 말(언니정도의 글쓰기 실력이라면 '가작' 정도는 할 것 같아) 도 힘을 보태곤 했으니까...

 

누가 봐주는 사람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다가 공모전에 참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의 글을 본다는데서 느끼는 부담감이나,몇 년 전 한번 참가했다가 떨어지고 난 후의 허탈감도 뇌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해서 시누이가 보낸 메일을 한참 후에 다시 보게되었고, 가게 가까운 '문구점'에 들러 원고지를 샀다. 그리고 서점에 들렀다. 원고지서식에 관한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 한번 공모전에 참가할 때 원고지를 써보긴 했지만, 잘못 쓰여진 서식으로 인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우뇌와 좌뇌를 교란시키곤했다. 그러나 서점 어느코너에도 원고지 서식에 관한 책은 보이지않았다.

 

해서 한동안 사다놓은 원고지는 책꽂이에 방치되고 말았다. 얼마의 날이 지나갔을까? 언뜻 언뜻 마감이 다가오고 있다는게 뇌리를 무겁게 하고있었지만, 확신은 서지 않았다.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그런 내가 나는 다시 시누이가 보낸 메일을 찬찬히 훑어보게 되었고, 꼭 원고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한글97' 로 첨부를 하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럼 글을 쓰는 팔아픔의 수고로움이나 서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쾌재를 불렀다. 시누이가 보낸 메일에서 '동서식품 공모전' 의 주소를 링크시켜둔 도메인을 클릭했다. 동서식품 홈페이지로 들어가니 지명도 있는 텔런트가 커피잔을 들고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맞이했다.

 

공모전 홍보를 하는곳으로 다시 클릭보니 예년에 공모전에 당선된 사람의 글을 읽으려면 가입을 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서둘러 가입을 하게되었고, 2년 전에 당선된 사람들의 글을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보았다. 몇 페이지를 넘기는동안 의미모를 미소가 입가를 맴돌았다. 그들이 쓴 텍스트를 읽어보니 공모전에 참가해도 그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생각에 승산이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처음부터 자만심이 다분했다. 다시 내가 쓰는 칼럼에 들러 이전에 써두었던 내용중에 하나를 골라 손질을 다듬었다. 그리고 공모전에 보내기 위해 첨부파일을 우송했다. 그리고 애써 잊으려는 듯 잊혀지지 않은 듯 당첨자 발표날을 기다렸다.

 

그런 어제 당선자 발표했을꺼라는 사실에 컴을 켰고, '한국일보' 에도 당선자를 발표한다는 말에 검색창에 '한국일보'를 클릭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그런내용의 섹션은 보이지 않았다. 출근길에 종합일간지인 '한국일보'를 사서 봐도 된다는 생각에 출근길을 서둘렀고, 아직 개문하지 않은 서점셔터문을 보면서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나중을 예약했다. 그런 내가 가게에 출근해 컴을 켜고 동서식품사이트를 클릭했다. 동서식품 사이트에도 당선자 이름이 실릴꺼라는 생각에서다. 처음부터 그런생각이 들지않은건 아니지만, 첨부파일을 읽어보았을 때도 그랬고, 칼럼의 글을 보았을때도 내용이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당선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려져 있지 않을꺼라는 생각에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시누이가 말한 가작에는 당선되리라 생각했다. 가작에라도 당선되기만 한다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커피라도 한잔 살 계획까지 세워두었다. 미리 말을 하지않고 깜짝쇼를 벌리듯이 하고 싶었는데...심리적 허탈감과 함께 이렇게 물거품이 될 줄이야... 그런 내자신에게 분루의 쓴잔을 들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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