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인명은 재천

정순이 2006. 11. 6. 12:00

 

 인명재천 [人命在天] 사전적의미로는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목숨의 길고 짧음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음을 이르는 말로 정리를 해두었다. 사람은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우몽하고 우매하다. 옛말에 죽을 사람은 접시물에 코를 박고도 죽고, 살아날 사람은 낭떠러지에 떨어져도 살아난다고 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병마(病魔)와 싸우더라도 본인의 살고자 하는 의욕과 옆에서 병간하는 사람의 노력과 주치의의 도움, 삼위일체가 조율을 이룬다면 거뜬히 일어날 수 있음을 주변분을 통해서 들었다.

 

가끔 일간지 섹션을 통해 암진단을 받고서도 병마와의 싸움에서 투지(鬪志)를 불태우는 사람이 있다는걸 기사를 통해서 본적이 있다. 그런 내용의  아티클을 볼때, 액면그대로 받아들여지지않았다. 통상 메스컴이나, 신문매체를 통해서도 거짓정보가 있다고 들었기때문이다. 그런 엊그제 이웃하는 분이 가게에 들러 자신의 경험담과 체험담을 담담하게 실타래 풀 듯 풀어놓는다. 지나고나서야 담담하게 회상하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는 얼마나 절박하고 가슴 졸였겠는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일요일은 좀 쉬어가면서 하지 않고 뭐하러 문을 열었누?” “ 내가 가게문을 열지 않으면 자기가 어디가서 고기를 사누?” 가게를 쉬지않고 문을 열었는데 대해서 상시적인 변명을 늘어놓지만, 속으로야 왜 쉬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요즘들어서는 일요일만되면 등산하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흔들리곤한다. 한때는 등산보다는 가게문을 열어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일요일마다 쉰다는걸 알면 미리 준비를 해놓지...”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수육한걸 찾으러 들렀다가 하는 소리다. 애면글면 살아봐야 종국에는 허무한 생각과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이유 내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으로 소급해, 남편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거의 보름동안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남편이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판단하에 가족모두가 다 모였고,  산소호흡기를 제거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조율되었다. 직계가족은 아니지만, 동생남편 즉 제부의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그녀의 언니는 펄쩍 뛰면서 반대를 했단다. 남도쪽 특유의 가족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유난했던 까닭이 바탕되어있었고, 언니의 말에 한 가닥의 줄이라도 놓지 않으려는 동생의 생각이 맞물리면서 다시 가느다란 삶의 끈은 이어지고 있었다. 잠시 좌절감과 낙담했던 자신을 추스르며 병에 좋다는 민간요법을 병행해보기로 결심했다.


고단한 세상살이가 다 그러하듯 그녀에게는 또 하나의 절망감이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가끔  마른기침으로 호흡기 질환에 문제가 있나 싶어 검진을 하게 되었고, 폐에 이상이 수술을 했고, 깨어나고 얼마 후 몸도 다 추스르기도 전에 간에 양성종양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엎친데 덮친격이긴하지만, 다행스러운것은 악성이 아니라, 양성이라는 희망이였다. 다섯 번의 수술을 끝내고난 남편의 몰골은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프리카 난민들의 모습과 다름없었죠.  일이 있어 바깥에 외출이라도 하고 집에 들어가면 남편 숨소리부터 체킹하고 했어요. 메마른 숨소리라도 들리기만하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가위눌렸던 가슴을 쓸어내렸죠.”


“그런 세월을 5년 동안 이어졌어요. 마음은 피폐할데로 피폐해져 남루한 삶이 이어졌습니다. 남편이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밥먹듯 했으니 어디 돈이라도 남아났겠어요? 집 두채값 정도는 남편 병원비로 다 탕진을 했죠.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는 사람 간병인이 점술을 잘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남편 관상을 보드니 그러는 거 있죠? ‘이집 아저씨는 재물운이 없어요. 돈이 손에 들어오면 그 돈만큼 다 빠져나간다’는 것이였어요.  아내인 내 복으로 산다고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마음을 비웠죠. 내가 원한다고해서 다 가질수는 없다는거....

 

돈보다 귀중한건 가족들의 건강이라는 생각에,  남편 몸에 좋다는 민간요법은 직접 손으로 다 만들어 먹이고 있어요. 메주콩과 흑두를 믹스에 갈아 통깨 조금 넣고 갈아 아침마다 밥대신 먹여요. 그리고 민들레, 인정쑥, 가시오가피, 대추 하고도 삶아 그 물을 먹이기도 하구요.” 구하기가 쉽진 않을텐데....“ ”우리 고향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놓으면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걸 구할 수 있어요. 그런 내 노력때문인지, 요즘은 건강을 회복해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요. 3개월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으면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구요.“


주지하다시피 남편들은 아내들의 역할이 더없이 소중함을 인지해야한다. 그렇지만 많은 남편들은 단편적인 생각으로 아내의 노력을 저평가하고 불평을 늘여놓는 경우도 있다. 가끔 남편이 어디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남편들이 자리보전을 하더라도 아내들의 수발을 받을 수 있지만, 정작 아내들이 아파 자리보전을 하면 남편들이 아내처럼 해 줄수 있을까? 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JK산악회~  (0) 2006.11.09
언어의 덫  (0) 2006.11.08
자매결연  (0) 2006.11.04
미운정 고운정  (0) 2006.11.03
엊그제 생각...  (0) 200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