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시댁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고, 피부에 닿는 아침공기의 찬바람도 상쾌하기만했다. 저만치 남편은 앞서 걷고 아들과 나란히 걸었다. “어머니, 특별하게 입고 싶은 옷이라도 있으세요?” 생뚱한 민규의 질문에 ‘혹시 추석용돈을 받아 옷이라도 사줄라나?’ 를 생각하며 되물었다. “왜~?”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용돈 받으면 어머니 옷 사드릴려구요.” 앞서 걷고 있던 남편이 등을 돌려 “민규야, 좀 전에 뭐라고 했노?” “오늘 추석용돈 받아서 어머니 옷 하나 사드릴려구요.” “그럼 나는?” “아버지는 용돈 더 모아서 사드릴께요.” “어떤거 사줄건데?” “어떤옷을 입고 싶어세요?” “등산복” 아버지의 지나친 요구에 볼멘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 등산복을 사드리고 나면 전 일년동안 허리를 졸라매고 살아야하는데요.” “왜 아깝나?” 직선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무안하게 만드는 남편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양산에 있는 천성산에 등산하기로 약속되어있다. 해서 내일은 쉬어야한다는 생각에 이른 오후, 동서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뒤로하고 5분거리에 가게로 내려왔다. 인터넷 서핑도 할겸해서... 며칠간의 혹사로 피곤이 몰려와 잠시 눈을 붙이고 인터넷 서핑을 향유하기에 바빴다. ‘따르릉...’ ‘오늘같은 추석날에 전화 올때도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화기를 들자 아들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어머니, 오늘 <밀리오레>에 언제 가실꺼에요?” 생각해두지 않아 몇시에 가야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가시기 싫으시면 그만두구요.” 마음 단단히 먹고 엄마의 옷을 사줄려는 아들의 성의를 무시한거 같은 미안함이 몰려왔다. “몇시에 만날까?” “어머니 편한데로 하세요.” “그럼 8시쯤 만나자. 지금 어디 있는거야~?” “지금 부대앞에 있어요. 흥덕이 형님이랑 민호형하고 같이 이쪽으로 넘어왔어요.” 오fot만에 만난 사촌들끼리 술한잔 하나 생각하며 벽시계를 보니 6시다. 아직 두시간이 남았다는 생각에 쓰던 글을 다듬고 블로그에 올리고 난 후 시간을 보니 7시가 조금 넘었 다. 서둘러 청소를 마치고 아들과 만남의 장소를 향해 버스에 올랐다.
지하철 정류소 앞에서 기다리든 아들은 열려진 승강장 문으로 “어머니”를 외치며 내리라는 손짓을 한다.^^ 부대앞 이라는 말을 주고받은터라 부대앞에서 만난다고 생각했던 난 한코스 더 가야하는 줄 알고 다음 정거장을 생각했고, 지하철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버스에 타고 있는 날 본 모양이다. 아들이 버스에 탑승한 날 보지 못했다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음정류소에서 내려 아들을 찾아야부대앞 길거리는 학생들과 오가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젊은이들 위주의 옷으로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진열장 안을 기웃거리는 나는 영락없는 시골여자처럼 느껴졌다. 길섶, 자그마한 리어카 위로 온갖 머리삔과 헤어밴드, 캐쥬얼한 옷들, 먹거리....없는 게 없다. 네온사인의 불빛이 명멸하는 곳에 처음 와본 시골여자처럼 신기한듯 사물을 눈에 담기에 바빴다. “어때요?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요.?” 마음에 드는 옷이 너무 많아 어떤걸 구입해야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기만했다. “서면에 있는 밀리오레로 가볼까요?” “그래, 거기도 구경하러 가보자...”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나는 추석연휴라 쉴지도 모른다는 민규의 말에 시간을 낸 여세를 몰아 서면까지 나가 사람들과 어깨를 부대껴보고도 싶었고, 아이쇼핑이라도 즐기고 싶었다. 지하철을 타고 롯데백화점앞에서 내리니 젊음이들의 물결이 격류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밀리오레에 가기 위해 지하위로 올라오니 우뚝 솟은 모든 건물들에 둘러싸여 미로를 찾듯 골목을 돌고 돌아 밀리오레에 도착하니 건물에 불이 켜있지않았다. 서운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골목길 가장자리로 늘어서있는 노천식당들이 줄지어있다. 탁자 가운데 먹을 음식들을 두고 먹거리문화를 즐기고 있는 젊음들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수가 없었다.
“어머니, 스타벅스에 가볼래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스타벅스?” “네, 분위기가 아주 좋은곳이에요.” “그러자~” 내친김에 어디든 다 가보고 싶었다. 다시는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한 브라운 계통의 두꺼운 유리창을 한 가게 안으로 들어섰고, 메뉴판을 보니 밥한끼의 가격보다 더 비싼 커피값이 적혀있었다. 아들이 사준다고 했으니 분위기를 즐기기만하면 된다는 생각에 이름도 생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