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직업관

정순이 2006. 7. 30. 20:54
 

벌써 그녀를 알게 된지도 3년째를 접어들었다. 그녀 동생을 통해서 알게된 사이지만, 매번 느끼는 건 직업관 하나는 투철하다는 것이다. 그녀 여동생을 알게 된 걸 거슬러 올라가자면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될 때만 해도 그녀는 부잣집 둘째 며느리였고, 나는 한낱 조그만 가게를 하는 자영업자에 불과했다. 해서 그녀가 가게에 들릴때마다 매번 느끼는 건 ‘시집하나는 잘 갔다’ 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참 복이 많은 여자’라는 생각을 늘 했었다. 아내밖에 모르는 마음 착한 남편이 곁에 있었고, 가정 경제의 어려움을 전혀 모르고 살았든 그녀다. 그러다 가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건 마음이 착한 이면에 귀가 얇아 남의 말에 쉽게 동요되는 남편 때문이다. 격일제로 근무를 했던 부군은 하루는 당번 근무를 했고,  또 하루는 집에서 쉬는 날이다. 당번 근무를 마치면 곧바로 퇴근을 해야하는 데 일이 있어서 늦다며 전화가 걸려오곤 했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말을 믿었지만, 그 회수가 길어지면서 아내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아내가 알게 되었을 때는 아내의 충고도 잔소리로만 들렸는지, 비번날도 집으로 퇴근하지 않았고, 밤을 세워 도박에 바졌고, 도박하느라 잠을 설친 충열된 눈으로 출근을 하는 날이 이어졌다. 사정이 그러니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도박에 진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첫 번째는 아내가 그 빚을 갚았다. 혹시라도 직장에서 불이익이라도 생길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한번 맛을 들여놓은 이후라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공무원이라는 담보된 직업을 십분 활용해서 따로 담보를 잡히지 않아도 판돈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판돈의 이자는 시중금리보다 무려 몇 배나 비쌌다. 그러나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후라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이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더 깊이 블랙홀로 빠져들어갔다. 그녀 삶의 지형도가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악몽같은 재앙은 발화를 일으켰고, 삶의 파토스에 채색을 시작했다. 


험란한 생활전선의 격랑에 몸을 맡기고 파고의 높이에 따라 휘청거리던 그녀가 택한 건 보험설계사...그때 몇 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시숙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남편의 벼랑끝 결정에 의해 보장성 보험, 한창 외환위기로 인해 시중금리가 꽤 높았을 때다. 부실 기업을 정리 하기 위해 빅딜(Bic Deal)로 인해 불안한 상태였다. 튼실한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불안감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고, 시중은행에 맡길까 하다가 고정금리와 그해의 실적에 따라 배당되는 배당금을 합산하면 꽤 괜찮다 싶은 저축성 보험에도 하나 들었다. 그러나 7년 만기가 되었을 때는 그들이 말한 액수만큼 나오지 않았다. 약정된 고정금리만큼은 나와야 할텐데.... 속았다는 생각에 괘씸한 생각이 들지 않은건 아니지만, 돈을 찾아도 되는 지금 시점에서도 돈을 찾지 않고 있다. 그 돈을 빼 다시 시중은행에 넣는다거나 집을 산다고 해도 이자율이나 임대소득이 그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일을 4년 하다가 힘에 부쳤든지 식당을 하게 되었고, 언니가 동생의 고객들을 인수받았다. 언니는 직업관이 아주 투철하다. 동생에게 고객을 인수받았으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떠날 고객은 아닌데도 며칠 걸러 전화를 한다든지,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묻는다. 매달 월간잡지책을 보내는 것도 빠뜨리지 않고, 명절 때도 잊지않고 챙긴다. 그런 엊그제 전화가 왔다. 내방을 하겠다는 전갈이다...그녀가 온다는 전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도 전혀 개의치않는다. 그녀가 방문하면 또 다른 보험의 좋은 점을 설명하며 가입을 권유할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주 유익한 방문이였다.

 

아들 앞으로 들었던 보험에 특약으로 가입했던 건 만기가 되면 저절로 소멸된다는 정보를 준다. “특약으로 들었던 건 지금 해약하고 찾으시는 게 유리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군대에서 무슨 불상사라도 생길까 싶은 생각에 특약을 신청하셨겠지만, 특약의 장점은 사고가 났을 때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서 유익하지만, 단점은 만기가 되면 소멸되어버린다는거에요. 그러니 굳이 만기까지 끌고갈 필요가 머 있겠어요? 해약하면 특약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불입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물론 불입했던 액수만큼 다 찾진 못하지만 소멸되는거 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라며 아주 귀한 정보를 준다.

 

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몰랐을 정보라 새삼스럽게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은행의 ‘방카수랑즈’ 로 인해 큰돈은 다 은행으로 몰린다는 소리도 있긴 하지만, 설계사의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나는 생각이다.  고객관리로 인해 몇 년 전부터  보험왕으로 자신의 이름이 등재되어 신문에 얼굴이 실렸단다. 그녀의 직업관에 찬사를 보내며 활기찬 내일을 열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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