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和而不同...

정순이 2004. 6. 17. 22:21


和而不同의 뜻은, 남과 사이 좋게 지내되 의(義)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는 뜻으로, 곧,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뜻깊은 사자성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사람과 교분을 나눈다. 내가 원하든 원치않는 사람과의 만남이든 맞닥뜨리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어짜피 부딪혀야 할 사람들이라면 좀 더 정감스럽게 상대방을 대하는 게 서로가 편할 듯 하다는게 평소에 갖고 있는 내 지론이고,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아우를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함에 늘 목말라한다.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의 자본으로 더없이 인관관계의 소중함을 인프라로 두고 외연 넓히기에 결코 소홀하진 못할 것이다. 또는 자식의 결혼을 앞둔 가정이나 노부모님을 가까이 모시고 있는 맏이들은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목모임을 결성하는 경우도 다반사 일것이다.  얼마 전 살기에만 급급했던 어느 분은 자식의 결혼식을 앞두고 배정된 의자수를 채우지 못할 것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이런 제안을 한적이 있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좋으니 제발  비어있는 의자수를 채워주면 일당을 주겠다."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말이지만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제안까지 하면서까지 빈의자를 채우고 싶어했을 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나 역시 그분과 같은 입장이 될지모른다는 생각에 그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이해타산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맥쌓기에 소홀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수 있다. 우리들 세대의 나이라면 학연을 바탕으로 해서 친목회 모임을 결성하기도 할 것이고, 자식의 학교행사에서 만난 학부형들과의 모임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세상을 혼자 살아갈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런 생각을 바탕이 되어 인터넷상에서의 만남도 소중함에는 틀림이 없다. 내게 있어서 대화방에서의 만남이나 게시판의 글을 통해서의 만남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메신저를 통해 관심을 가져주는 모든분들에게 성의를 다해 응해준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건 더없이 감사한 마음이다. 감사한 마음을 바탕에두고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면 순수하게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음을 엿볼수 있었다. 같은 동성인 경우야 정이 돈독하게 쌓여가겠지만 이성일 경우에는 정말 난감하기 이를데없다.

 

몇번의 메신저를 통해 교신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성격은 대충은 파악이 된다. 어떤 목적으로 접근을 하는지....항상 성실하게 응해주려는 마음을 바탕에 깔고 대하지만 상대의 추근거림이 엿보이면 심리적 갈등을 겪지 않고 “노” 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유약한 마음에 자꾸만 응하게되고, 조금이라도 빈틈이나 여유를 보일라치면 어느새 말초적인 감정을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다. 오프라인에서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적은 없지만 남편과 같이 몇몇분을 만나본 적이 있다. 온라인상에서 느꼈던 마음과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만나보았을 때 느껴지는 뉘앙스는 거의 80%정도는  맞았다. 대저, 다른사람들도 나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이다.

 

그러나 나머지 20%의 사람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른 경우도 있긴 했다. 그래서, 20%라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언제이든가 어느사이트 게시판의 만남에서 그사람의 글은 현란스러울 정도였었지만, 막상 만났을 때는 전혀 다른 변주로 연주되고 있었다. 발랄하고 쾌활 한 성격일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에두고 만났을 때 느껴야 했던 색다른 감정.... 서로 모르는 상태인 온라인상에서 상대방 가치판단의 기준은 글의 내용이나 어휘력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남편역시도 그렇다. 글은 잘 쓸줄 모르지만 일상생활에서 내가 모르는 많은것을 알고 있다.  아들이 중학교 다녔을 때였든가, 그 당시 아들이 했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수학문제가 어려워 헤매고 있을 때 아버지께 물어볼때마다 "그것도 모르냐며" 가르켜 줄 때가 많이 있었다. 모르는 문제를 해결해준다는건  아버지가 모르는 것이 없는걸로 착각할 수 있다.  아버지는 수학문제만 잘 아는게 아니라 다른것 역시도  다 잘아는 만능맨인줄 알고 어린마음에 "아버지는 컴퓨터 예요" 라는 말을 한적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학과공부를 잘했던 사람이라도 자신의 느낌을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음을 느낄수 있다.

 

특히 남자분들은 글쓰는 어휘력에서 취약함을 가지고 있는분들이  있다. 물론 여자들도 예외는 아니지만. 해서, 온라인에서의 만남과 실상의 모습은 전혀 다를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정치적인 글에서는 여성들의 추종을 불허할테지만...다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건 프로필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에 현혹되고 상대방의 직업에 또 다시 미혹되고  상대방의 말의 화술에 넘어가는 경우로 인해 패가망신을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아왔다. 이런 취약함에 힘입어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 듣기 좋은 말만 하게되면 얼마든지  여자를 포섭할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온라인을 통해서 상대방을 파악하기란 많은 애로점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얼마전 그런 사건이 있었다. 수려한 외모를 바탕으로 해서 여자들을 꼬드겨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킨다음 토사구팽 할려했던 남자가 있었다. 대저 여자들은 한남자에게 마음을 주면 마음이 잘 변치 않는다. 그러나 남자의 호르몬은 여자와 반대인지,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 여자와의 만남에는 자신의 욕구만 채우고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냉소적인 면이 많이 있음을 느꼈다.그래서 남자들은 외도를 해도 가정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말과 아내들은 돌이킬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되고 때늦은 후회로 무릎을 치는 경우가 많았는지 모른다. 마음의 상처는 여자들이 더 많이 받는다는데서 느껴지는 안타까움....그래서 마음을 주더라도 지역이 먼곳의 사람과 사귀라는 말을 하나보다.

 

아무래도 거리가 먼 곳일 수록 만나기가 쉽지 않게되고, 서로에게 갖고 있는 애틋한 감정을  누그려뜨리기에는 거리가 멀수록 더 나을 듯해서 그런말을 했을 것이다.내 자신의 너그러움의 성채를 쌓지못하고 남을 평가한다는건 어불성설이지만, 주변에서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느꼈던 해답이다.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의 파장이 깊으면 깊을 수록  시작되는 마음의 방랑... 치유하려면 반복된 훈련을 해야 한다는 걸 어느 여인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화상을 그린다. 아침과 저녁, 세면장의 거울 앞에서, 버스나 지하철의 차창가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길거리의 쇼 윈도우에서, 늘 부딪치는 타인의 모습에서.....한 순간도 쉴 새 없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또 확인 당한다. 자화상은 화가들만 그리는 게 아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게 자화상 그리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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