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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주검앞에서...

정순이 2006. 7. 7. 12:22

 

“오늘 아침 TV뉴스 봤어..?”텔레비젼을 잘보지 않는다는 말을 몇 번에 걸쳐 이야기 했었건만 드라마 이야기나 다큐이야기를 할때마다 TV 를 봤느냐고 물어오는 그녀는 엄청난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든지, 숨가쁘게 말을 이어갔다. “글세, 00이가 집에 퇴근해서 그러는거 있죠? ‘직장(병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뒷길(뒷길이 지름길이라 항상 뒷길을 이용)로 해서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 데 길옆으로 왠 남자가 꼬꾸라져 있더라지 머에요.


밤새 마신술을 견디지 못해 쓰러졌겠거니 하는 가벼운 생각에 그냥 지나치려다가 왠지 낯이 익은 듯 보여 다시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드니 오래 전에 딸아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환자후송을 하는 기사였다지 머에요.  해서 가든길을 다시돌려 꼬꾸라져 있는 사람 곁으로 가서 팔을 부축해 일으켜 세울려고 보니 온통 피범벅을 하고 있더라지 머에요. 너무 놀라 병원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나봐요. ”하여간 00이가 착한것만큼은 알아줘야해요.“ 그녀의 딸은 한창 멋을 부릴 아가씨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생활력이 강한지 자신이 스스로 응급실을 택했을정도다. (응급실은 일반 병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보다 보수가 조금 더 많다.)


그녀는 말을 잇는다. ”그러나 아무리 초를 다투는 응급 환자가 들어와도 바로 수술에 들어가진 않거든요. 보호자가 있어야 하고 또 보호자의 서명없이는 수술을 받게 하지는 않나보더라구요.” “그런 절차들 때문에 초를 다투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목숨을 잃는경우가 더러 있나보죠?”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자신의 딸이 근무하는 직장이 병원이고, 병원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음을 묵시적동의로 말 대신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피해가고 싶은 부분이였는지 모른다.


미간을 찡그리 마른침을 삼켰다. “아랫배 중앙 배부분이 가로로 20cm정도 칼로 그어져있었나봐요. 얼마나 상처가 깊었는 지 창자가 다 나왔더라지 머에요.” “그렇게 많은 피를 그렇게 흘렸다면..?” 행여나 자신의 사소한 언의 유희로 인해 병원의 실수를 드러내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대답은 흐릿했다. “죽었다나봐요.” “.....”그 사람의 아버지가 해부를 해보자고 하나봐요.” “어버지가 있담 나이가 얼마되지 않았단 말인가보군요.” “이제 25살이라든걸요. 평소 때 술도 마실 줄 몰랐고, 담배도 잘 피우지 않는 섬약한 마음을 갖고 있다나봐요. 남한테 해꼬지 할 사람은 더더구나 아니구요. 그래서 해부를 해보자고 한 모양이에요.

 

너무 유순해 보이는 인상 때문에 지나가는 불량배들한 테 당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속시원히 알고 싶었나봐요 .” “ 그 부모 마음이 어떠했겠어요?.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하루 무사히 잘 지내다가 한통의 전화로 아들의 비보를 들어야하는 부모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였을꺼에요. ” “누가 아니래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규얼굴이 중첩되어왔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오늘 들었던 이야기를 민규한테 들려주고, 행여나 길을 가다가도 시비거는 사람이 있다면 모른척해야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