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발이라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시도한 환승제도, 제도 자체로 보면 시민들을 위한 제도로 보이긴 하나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눈가림식 제도인거 같다. 오히려 불편만 가중되지 않았나는 생각이다. 늘 그렇듯 집이나 가게만 왔다갔다 하는 나로서는 어디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 있으면 바짝 긴장을 하게된다. 어느 정류소에서 버스를 타야하며, 번호, 또 어느 노선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 지 늘상 남편의 자문을 구하곤 한다. -1이나 -2가 있는 버스의 노선은 다르기 때문에 미리 숙지하지 않으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걸 몇 번 겪고 난 후부터는 더 신경이 쓰이곤 한다.
한때 가게가 성업할 때만해도 “남들은 자가용 타고 다니는 데 그깟 택시 좀 타면 어때?” 라는 생각에 집을 나서면 택시를 이용하곤했다. 그러던 생각이 IMF 외환위기였던 때보다 더 경제난을 겪고 있는 지금은 정부에서 권장하지 않아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애국자로 변신하였다. 그런 내게 부산에서 시외로 벗어나는 일은 더욱더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시누이라는 촌수에 힘을 입고 느지막히 가게를 나섰다. 지난 번 같이 갔던 막내올케는 일찌감치 제수음식 장만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다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조카네 집으로 가버리고 난 후라 혼자서 가야했다. 가게를 나설때만해도 189번을 타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류소에 보니 148번이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일전에 몇 번 환승하는 정류장에 있는 병원을 이용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그 버스에 탑승했다. 혹시나 싶어 버스 기사분께 묻는다. “동래 전철역까지 가죠?” 대답은 “예”였다. 그래도 ‘아주 바보는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나자신이 대견스럽기까지하다.^^
바짝 긴장을 하고 창밖의 바뀌는 큰 건물들을 유심히 살폈다. 비록 스피커에서 정차할 곳의 위치를 말해주지만 행여나 놓칠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분명히 내려야 한다는 표시로 벨을 눌렀는데도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하나 지나쳐 세워주는 게 아닌가. (정확한건 모르겠다. 거기가 동래전철역이였는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거기서 내려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노선인거 같았다. 정류소 길섶에 세워져 있는 철제 버스노선표를 보니 내가 갈아타야할 버스번호가 보였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혹시나 그냥 지나칠까 싶어 교통카드를 바짝 쥐고 있던 손에서 땀이 뽀송뽀송 나 있다. 버스를 타고 올 때 천정에 보이는 교통이용 매뉴얼을 보니 일반버스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탈 경우에는 450원의 요금을 더 지불하면 된다는 내용이 보였다. 환승할 버스를 기다리며 450원의 돈을 손에 쥐고 있었다. 2-3분을 기다렸을까? 시야에 들어오는 내가 타야할 번호의 버스가 온다. 리더기에 교통카드를 대니 “환승입니다” 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김해까지 갈건데요? 그럼 나머지 금액은 현금으로 내야하나요? ” 제도가 시행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제법 있을터이다. 나의 물음에 “아뇨, 내리는 곳에서 2백원을 더 내시든지 그렇지 않으면 카드를 인식기에 대기만 하면 됩니다.” 백인백색이라고 했든가? 버스 기사분은 아주 친절하다. 혹시나 물어볼게 있을지도 모른다 싶어 버스기사 바로 뒷죄석에 앉아있으니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도 환승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이걸 보면 다 알수 있죠. (카드 리드기 옆에 보이는 단말기)내 앞서 가는 버스하고 2분 간격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요. 같은 회사 차량이라면 최소한 15분 정도는 떨어져서 달려야 하는 데 다른 회사 버스니 상관이 없어요. ”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타코라고 적혀 있는 데 저건 뭘 말하는 거에요?”
“이건요. 타코메타라고 하는 데, 정확한건 나도 잘 모르지만 말하자면 블랙박스 같은 거에요.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이것으로 판별이 가능하대요.” “운송업체들은 버스 요금을 올리기 전에부터 적자라고 하든데 환승제도까지 시행을 하면 더 적자를 볼텐데 왜 하는거에요?” “적자 부분은 시에서 지원해줘요.” “그럼 결국은 시민의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다 나가야 하는거잖아요. 결국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국민들만 볼모로 놀림당하는거 아니에요?” “따지고보면 그렇게 생각되기도 하겠네요.” 늦은 시각이라 차량통행이 많지않아서인지 고속도로처럼 질주를 했다. 부산시를 벗어나자 버스에 탑승하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큰소리로 말을 하는 버스 기사분 “내리 실때는 요금을 더 내지 않고 내리셔도 됩니다. 그리고 앞문으로 하차를 해주세요.” 시내에서 타고온 사람들은 추가요금을 더 내야한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김해가 신흥도시로 부상하면서 젊은층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김해시로 유입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거대한 아파트 밀집촌들이 형성되어있었다. 그러니 러시아워때라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은 데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려야 할 정류장이 보였다.
한 달 전 와본 기억을 되살려 찾을것 같았던 조카네 집은 전화를 하고 마중을 나오고서야 찾을 수 있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