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황당무계

정순이 2006. 5. 2. 11:53
  

“여보세요?” “아니 이렇게 많이 고기를 들려보내면 어떡해요?” 다짜고짜로 따지기부터 하는 낯익은 사람의 목소리다.  아내와 같이 동부인해서 가게에 들린 분이라 목소리가 낯이 익었다. 우선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몹시 언짢은거 같아 그분의 말씀이 끝날때까지 듣기로 했다. “고기 양이 많았든가보죠?” “그렇지 않구요. 이렇게 떠 맡기면 어떡해요?” 거듭되는 짜증 난거 같은 목소리에 난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다. 아무리 고기양이 많이 사갔다고는 하지만 아내의 판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이라는 신분을 무기로 목소리를 낸다는 건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취중에 한 행동이었다면 이해했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아주 많은 양을 구입해간것도 아니구, 또한 내가 권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남편분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궁핍한 삶으로 덧칠되어진 자신의 성격에 어쩔수 없는 행동이었으리라는 생각에 이해는 할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내의 판단을 문제삼고 나서는가. 아내의 기분은 무시해버리고 물건을 판매한 나까지 도매금으로 고객에게 많은 양의 고기를 판매해버리는 파렴치한으로 단죄하고 말지 않았는가. 하긴 아내의 돈 씀씀이를 믿지 못해서 확인차 전화를 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화 통화를 끊고 난 후 별별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전후 사정이야기는 자세히 들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시장비를 많이 사용했다고 남편에게 걱정을 들었을지 모른다. 해서 내 핑계를 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남편으로부터 받은 시장비의 한정내에서 적당한 양을 구입하고 싶었는 데 내가 고기를 많이 사갈것을 권했다고 말했을지 모른다.


남편의 잔소리 내지는 언어폭행 앞에서 자신은 위해를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하면 부부싸움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내게 책임을 미루고 자신의 입장은 그렇지 않았다고 변명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남편이라는 분이 내 잘못이냥 따지려들기만 했겠는가. 가끔 부부가 동부인해서 시장을 보러 올때 남편의 입김이 더 세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종종있다. 백인백색이라고, 사람성격의 색깔이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남편 분들이 그러는 걸 보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내의 판단에 맡기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더 좋은 방법이리라. 먼지만큼 작은 알갱이 하나에 불과한게 인간의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그들의 부부싸움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우해서 내가 덤트기 쓰기로 했다. “그랬어요. 제가 권했어요. 비닐에 다 말고 나니까 막상 저녁에 먹을 찬거리가 마땅찮다는 말에 내가 권했더랬어요.”


순간 그녀를 보호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가해자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평화의 사도(?)가 되기로 작정을 했다.^^ 가끔 가게에 들리면 남편의 꼼꼼함에 질식할 것 같다는 넋두리를 늘어놓곤 했었다. 그녀의 남편 입장을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전화 한통화로 인해 그녀의 넋두리가 사실이였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부부가 살아가면서 이해해야할 부분과 이해하지 않아야 할 부분을 가리지 못하는 남편이라면 청맹과니와 뭐가 다르겠는가. 해서 부부싸움이 거기서 비화가 되지 않을까는 생각이다. 그녀는 정말 알뜰하게 사는 사람이다. 자신을 가꾸는 데 전혀 투자하지 않을 정도로 보인다. 화장을 하지 않는 맨얼굴로 다닌다든가, 똑 같은 옷을 오랫동안 입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은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이런 사소한 문제로 남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아내의 판단에 문제를 삼고 나선다면 그녀의 삶은 보지 않아도  메마른 삶을 살고 있으리라. 그러나 그녀의 말을 잠시 빌리면 ‘그래도 남편은 아이들 보는 앞에서는 자신에게 악다구니를 하지 않는다’ 는 말로 남편을 너무 몰아부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차단막을 치곤 했었다. 그녀의 말을 상기하면서 없었던 일로 묻어두기로 했다. 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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