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색다른 산행

정순이 2005. 12. 4. 20:51

‘드르르륵..’ 현관문에 고정되어있는 자물통에 열쇠 넣는 소리와 열쇠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출근한지 10 여 분이 지난 시간이였다. 행여나 '필요한 물건을 빠뜨리고 나갔다면 그 시간 전에 집으로 돌아왔어야 하는 데‘ 라는 생각이 미치자, 공연한 두려움이 일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대청소를 하기 위해 열어둔 현관문으로 술취한 사람이 들어와 혼이 났던 기억이 자꾸만 뇌리를 누른다. 우리 식구 외에는 같은 모양의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없는데도 문여는 소리가 나다니...문을 열어 둔 것도 아니니 다른 사람일 경우는 없다는 생각에 미치자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남편이 뭘 잊어먹고 출근한 모양일꺼야 해서 다시 찾으러 온 거겠지?‘ 딱히 시간에 쫓기는 편이 아닌데도 아침은 종종 거리게 된다.

 

 아들 아침을 챙겨주고 러닝 머신위에 1시간 동안 뛰고 샤워를 하는 시간이 맞물리기 때문에 더 그렇다. 조금 전 러닝 머신 전원을 올리고 스타트 스위치를 켜고 한 5분 쯤 지나서였을까? 현관문 여는 소리와 함께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규야, (나를 부를 때는 아들을 앞세운다) 금정산에 눈이 온게 보이는 데 우리 산에 가지 않을래?” 출근하기 위해 밖에 나갔다가 하늘이 視界 안으로 들어왔을테고 산위로 눈이 쌓였던 게 보인 모양이다. 계기판에 opp를 누르니 러닝머신의 벨트가 그 속도를 늦추드니 스르르 멈춘다. “밤새 눈이 왔나보죠?” “ 다른데는 보이지 않는 데 ’금정산‘에는 보이네. 하긴 영동지방에는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도 들리더라. ”눈 쌓인게 많아 보이던가요?” 눈이 왔다는 소리를 듣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은 어느새 유년의 가풀막을 뛰어오른다. 


“그럴까요?” 시간을 보니 가게 문 열 시간이다.“ ‘일요일이니 좀 늦게 열지 머‘라는 생각에 장갑부터 챙겼고, 눈이 왔으니 추울지 모른다는 생각에 모자도 챙겼다. 물을 많이 마시는 남편은 이 추운 날씨에도 물병부터 챙긴다. 산들메를 단단히 고쳐신고 현관문을 나섰다. 정말 먼 산을 바라보니 눈이 제법 쌓여있다. 눈이 쌓여 있는 ’금정산‘ 옆으로  인접해 있는데도 눈이 와 있지 않는 산도 보였다. 마음이 바빠진 우리는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향해 손을 들었다. ”어디로 가는 게 낫겠노? 매번 금정산을 갈 때 마다 식물원에서 올라갔으니 이번에는 공원내로 올라가볼래?“ ”것도 괜찮지만, 워낙 경사가 심하고, 눈이 왔으니 힘들지 않을까?“ ”아이젠을 착용하면 괜찮을 것 같은 데...그럼 그냥 가는 길로 가지머“ 식물원 후문에서 하차한 우리는 주택가 쪽을 택했다. 차들이 다니는 아스팔트 길위로 가면 위험하지는 않으나 등산하는 묘미가 없어진다. 주택가를 좀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제법 올라갔는 거 같은데도 눈이 보이지 않았다. ’정상까지 가야보일려나? 많이 쌓이지 않아 다 녹은 건 아냐?’ 혼자 별별 상상을 다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상까지 올라갈려면 50분 코스다. 30분을 지나자 눈등산길 위로 눈이 조금 보였다.

 

”겨우 요 만큼 온 눈을 구경하러 추운날 이 고생을 사서하누^^?“ ”그래도 첫눈보면 기분 좋다 아이가?“ ”그렇긴 해요” 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흐릿하나마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앞에 <휴정암>이라는 암자가 보이는 걸 보니 정상에 거의 다 왔음을 알수 있었다. 제법 추운 날씨고, 일요일이라 느긎하게 등산을 즐겨도 될터인데, 벌써 등산을 마치고 하산하는 일행들이 보였다. 순백의 눈길위에  벌써 왔다간 흔적들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휴정암> 옆으로 조성되어있는 회양목, 가문비 나무 위로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게 상고대를 연출하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갈대들이 눈의 무게를 이지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눈꽃을 만들고 있었다. "디카가 고장나지 않았다면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었는 데..." 멋진 배경을 사진에 담아두지 못하게 된게 무척이나 아쉬운 듯했다. "니 휴대폰 사진찍는 기능은 없나?" "있긴 한데 될려나 모르겠어요."  휴대폰을 꺼냈다.

 

열흘 전 쯤인가 인터넷으로 휴대폰을 구입했다. 아내가 휴대폰 갖는걸 원치 않던 남편이 친목회 모임에 갔다와서 “다른 여자들은 휴대폰이 다 있던데 나만 없는거 있죠?” “니도 민규 줘서 그렇지 머.” 자신이 한때 “니가 휴대폰이 머 필요있노? 정 휴대폰이 필요하면 내껄 사용해라.그리고 나 이외의 다른 사람하고 통화 하는 건 싫다”고 일갈을 한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민규를 탓하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인제 휴대폰을 구입해도 말을 않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변하기 전에 휴대폰을 구입하게 되었다.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도 한 원인이지만, 게으름을 찬미하는 귀차니즘이 더 비중을 많이 차지 했는지 모른다.  어떤 물건을 구입하든지 여러번 응용을 해봐야지 숙달이 될텐데 가게에서 한번 찍은 거 밖에는 없으니 당황할 수밖에.....^^ ‘사용자 설명서’를 다 숙지 하지 못하고 눈구경을 온게 잘못이였다. 마음을 급하고 (가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 저기를 눌러봐도 ‘사진 찍기’ 기능을 찾을 수 없었다. 할수 없이 포기를 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해발이 높으니 귀가 시렸고, 손도 시렸다. 북문까지 갔다가 범어사로 내려오기로 계획되어있었지만, 그 상태로는 추워서 북문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북문 까지 가는 데 한시간이 소요 될테고, 북문에서 범어사까지 내려오는 데 30분이 소요된다. 1시간 30분을 떨 생각을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고, 마음을 바꿔어 남문에서 택시를 타고 가게로 돌아왔다.

에취~~

 

단기4336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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