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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한 인생?

정순이 2005. 10. 11. 13:11
 

그녀는 가게에 들를 때마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이드노?" 라며 고개를 떨구곤했다. 그런 어제, 흙빛의 얼굴을 하고 가게에 들린 그녀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한 모습으로 가게에 들렀다. “왜 그렇게 힘이 없어요?” 말하는 것 조차 힘에 버거운 듯 손사래를 친다. “얼른 고기나줘요” “어디가 사용할 건데요?” 더 이상 묻는다는 건 더 피곤 하게 할 뿐이라는 생각으로 입을 다물었다. “산적할 거에요.” 지방을 더 제거할가요?“ ”제거하든 지 말든지...“그녀가 가져갈 부위를 비닐에 담아 가져가기만 되지만, 일어설 힘조차 없는 지 그냥 앉아있었다.

 

“커피 한잔 타 드려요?” “커피를 타주든 가 말든가...” 평소 때와는 달리 그녀는 너무 많은 변화를 겪어서인지 자포자기한 사람들처럼 넋을 잃은 듯 보였다. “무슨 말이 그래요?” “남편을 잃고 나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 “네? 아저씨가 돌아가셨다구요?” “지난 9월1일 날..." "까마득히 몰랐어요.” “알턱이 있나? 경황이 없어 시장에 온것도 오늘이 처음인걸......” “어떡하다가요?” 미간을 찡그리며 묻는 내게 “하루는 직장에서 연락이 왔더라구. 남편이 쓰러졌다며...” “그래서요?”

 

“부랴부랴 달려갔드니 남편이 사지를 뻗은 체 누워있는 거 있죠? 직장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에 갔었죠. 그때부터 말문을 닫드니 의식이 혼전을 거듭하며 사경을 헤맨 끝에 지난 9월 1일날 세상을 하직한거에요.” 그녀를 알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5년 정도)매번 볼때마다 느꼈던 건 5년 동안 한번도 웃는 얼굴을 보지못했을 만큼 그녀의 삶은 부박한 듯 보였다. 자신은 결코 내색은 않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에 엄마따라 시장에 오곤 하는 막내딸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 그녀에게 돌아온 건 또 한번 절망의 손길뿐이었다.


강원도 산골에서는  더 이상 자식들 공부를 뒷바라지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남편과 생각을 같이하며 부산으로 오게되었고, 딱히 기술이 있는것도 아닌 남편에게만 생활을 맡길수 없어 자신도 안해본일이 없다는 그녀. 식당종업원부터 시작해 공장에서 시다로, 공공근로취로사업에 열심히 살았건만 그녀가 만질수 있는 액수는 늘 빠듯했고, 허리가 아파도 쉴수 없었고, 허리를 치료하지 않아 다리까지 통증이 내려왔지만, 그녀는 치료비를 아끼느라 제대로된 치료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박봉인 남편의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지 못할 것 같아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생활전선에 내 맡겨야 했던 지난날들의 남루한 삶들....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어 다시 경제활동을 해야한다 게 그녀의 현주소다. 다리에 관절통이 심해 쉬라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지만, 자신이 쉴수 없는 현실에 절박해한다.

그나마 그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건 대처에 나가있는 큰아들이다.  세월이 좋아, 결혼적령기가 없다고들 하지만 사귀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늦은 나이지만, 목돈을 만들어 놓은것도 아니라 그녀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덜컥 남편마저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으니....따끈한 커피를 한잔 타 주었지만, 마음이 급한지 나누어마시자며 빈잔을 하나 꺼내 들어 내놓고는 숭늉을 마시듯 후루룩 들어마시고는 누가 잡기라도 한 듯 총총히 사라진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아둥바둥 자식을 위해서,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우선 먹고 살기 위해서 한평생을 투자했건만, 손에 들린 건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살아갈 일이 아득하기만 한 그녀앞에 한가닥 불빛이 비친다면 이정표 삼아 헤쳐갈 수 있을텐 데....그녀의 뒷모습이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때까지 눈길을 뗄수가 없었다. 삶,인생,행복이란 무엇일까? 그 많은 단어들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남루한 자신의 삶을 비추어보며 고개를 떨구고 있는건 아닌지....휑하니 가을바람에 소스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