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여자의 변신

정순이 2003. 9. 25. 14:51
피부에 닿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질정도로 가을은 성큼 내 앞에 다가와 있다.
장롱속 싶이 넣어두었던 긴팔옷을 꺼내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않게
볼수 있고,길섶에 심어진 금잔화의 노란 꽃잎이 내 시선을 유혹하는 것 같드니 어느새
꽃은 다 시들어지고 열매를 맺는 결실의 계절이다.

이래서 ‘화무는 십일홍’이라는
아폴리즘이 생겨났나보다. 아파트 밑 택시 회사안 널찍한 광장 위로 계절의 전령사인
잠자리가 춤사위를 벌리고 있음도 가을이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몇달동안 머리를 틀어올린뒤 헤어핀 하나로 고정시킨채 여름을 났다.
벌써 미장원 갖다온지가 꽤 여러달 되었다. 미장원 출입을 잘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이 많다면 아마 미장원은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그런 내게 며칠전에 시어머님 생신에 시댁에 들렀더니 큰 동서가 나에게 충고를
한다. “민규야(나를 부를때는 아들 이름을 앞세움) 니는 머리 틀어올리는게 제일
보기 좋더라. 지금 머리가 많이 길어 있으니 미장원에 가서 좀 자르고 머리를
올리고 있어. 목 뒷덜미도 머리 올리는게 더 나아보여.“
그 소리를 귓전에 공명음으로 떠 올리며 미장원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이른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가서인지 침체된 경기랏인지 미장원안이 썰렁했다.

원탁을 사이에 두고 책을 보며 앉아있던 마담과 보조로 일하는 사람은 나의 방문을
반색을 하며 다가온다.
자리에 앉기가 바쁘게 가운을 내 등뒤로 가져오드니 팔을 끼어라는 시늉을 한다.
노란색 가운...그걸 걸치고 미장원 내 벽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 거울앞에 비친
내 모습에 적이 놀란다. 또 다른 내모습을 보는거 같아서...
미장원에 있는 거울과 옷가게 탈의실에 비치해두고 있는 거울앞에 서면 항상
더 예쁘게 또는 더 날씬하게 보인다. 아마 거울 주문을 할때 눈가림으로 그렇게
보이도록 설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운을 입고 앉아있으니 어느새 보조직원인 아가씨가 월간지와 소퍼에 얹어두는
미니 등받이를 가져다 내 무릎위에 올려준다. 책을 볼려면 무릎위에 공간이 비어있어
등받이로 바치면 다리가 덜 아플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뭘 마실지도 물어온다.
돈 몇만원에 대한 서비스...정말 돈은 있고 볼일이다.^^

“프림은 넣을까요?말까요?”
“프림은 빼구요.”
머그잔에 3분의 2정도 타가지고 온 커피 한손으로 입으로 가져가며
다른 손으로는 책장을 넘긴다. 한 시간 여후....중화제를 바른뒤 다시 20여분후
머리에 감겨진 세팅세트를 빼고 마담이 오라는 곳으로 가 눕는다.
퍼머약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따뜻한 물이 나의 두피를 간지럽힌다.
마담의 다섯손가락이 내 두피를 자극하며 골고루 맛사지 하듯 했다.
두피속을 문지르고 다시 따뜻한 물이 샤워기를 통해 머리 속살들을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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