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관습

정순이 2003. 8. 28. 07:43
25년동안 이어져오던 관습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건 어떤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타성에 젖어있는 습관을 바꾸기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혼일 때 나는 화장을 잘 하지 못했다. 밑화장 정도로만 미장을
했을 정도이니....화장을 하지 않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많은비율을 차지하는게 단연 답답함 일 것이다. 특히 계절적인 요소가
연원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나싶다. 작열하는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화장한 얼굴에 땀이 범벅이 된다면, 얼굴에 많은 얼룩이 질 것이다.
요즘같은 세월에야 숙달된 노하우로 변주를 하였지만, 그 시대배경에서 영화를
볼때 나는 절대 화장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배우들의
눈에 그려진 아이라인이 슬픈 눈물씬 앞에서는 얼룩이 많이 져있어 시각적인
면에서 보기민만할 정도로 좋지않았다. 특히 남자들과 같이 보고있을때는 더욱더
그런생각이 들었다.

그런생각을 하고 있던 내가 결혼택일을 받은 이후 시어머님 되실분이 내게 보낸
화장품함에는 투명한 메니큐어가 들어있었다. 나는 적잖이 놀랬었다.
새댁이니 친척집을 다니면서 인사치례를 해야할곳이 많아, 한복을 입거나
화장을 할려면 투명한 색의 메니큐어보다는 화려한 색이 더 낫지 않을까.
그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엷은 웃음이 저절로 입가로 뿜어져 나왔다.
내게 투명한 메니큐어를 화장품함속에 넣어보낸 시어머님의 생각 기류에는
내가 그만큼 순진해보였을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메마른 성격의
굴레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내게 일대 변혁이 일어난건 결혼초기였다.
시댁에서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곧잘
활용할 정도로 여자는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의 모티브에 선머슴같은 내가
합류하기에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게에 있을때는 화장하지 않는 내츄럴한
모습으로 있어도 자신(남편)은 괜찮으나 시댁에 갈때만은 화장하고 가라는 말까지
남편으로부터 들었으니 말이다.

그런 어느날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늦게 집에온 남편을 뒤로하고 내가 가게문을
열었던적이 있었다. 가게에 출근해서 청소할 요량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게에
출근했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진을 찍으러 온 손님을 놓치기 아쉬워 시댁에 전화를
걸었었다. 거리가 멀지않아 이내 달려온 시숙님은 나의 트레이닝복과 화장하지
않는 맨얼굴을 보곤 시댁에 돌아가셔서 시어머님께 말씀을 드렸던 모양이다.
서둘러 가게로 내려오신 시어머님은 내게 화장할 것을 주문하셨고, 그 이후부터는
화장하는데 습관을 들였다. 큰 동서는 입술 라인은 어떻게 그린다던가
립스틱의 색상은 어떤게 새댁한테 잘어울리는지
축적된 노하우를 설명하기에 이르렀고,콤팩트는
화운데이션 다음으로 두드려 발라야 얼굴에 잘
묻는다는 말도 덧붙이곤 했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많은 변주로 화장을 하지 않으면
외출하기를 꺼릴정도로 화장문화에
익숙해져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나 역시 시댁식구들의 생각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 하면서‘여자의 변신은 무죄‘ 라는 생각에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생각이 바꾸지 않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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