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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때와 취할 때

정순이 2005. 6. 15. 11:46

 

한 개, 두 개 사모은 화분이 인제 제법 베란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한때는 조카가 사다준 '인삼벤자민'도 게으런 주인을 만난 탓에 서너달을 넘기지 못하고 생사를 넘나들곤 했다. 날이 갈수록 한잎, 두잎 타 들어가는 벤자민 잎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이웃하고 있는 분에게 주었드니  아주 잘 키운 모양이다. 잎도 무성하고, 잎사위마다 윤기가 반지르르해 보기 너무 좋다며 "도로줄까요?" 란다. "무슨 소리하느냐" 며 손사래를 쳤던 내가 벤자민을 키워보겠다며 사다놓고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버릴 때 도 있으면 취할 때 도 있다' 고 했든가? 언제는 키우지 못하겠다며 이웃에게 주고말았지만, 이젠 키워보겠다며 화초들을 사고 있으니 말이다. 군자란을 비롯해 산세베리아, 테이블야자, 퍼뮤라, 고무나무,제비란....어느 이른 아침 집에 들린 막내올케가 "인제 사람사는 집같다" 며 핀잔을 주며 눈흘길 때 난 소리없는 미소를 날리며 피식거렸다. 무릇 여자는 집안을 아기자기하게 꾸며야 된다는 생각을 모토로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시누이라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속으로는 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겠는가.

 

4년 전 쯤이지 싶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동우님이 부산에 볼일이 있어 내려왔다가 집에 들렀던 적이 있었다. 물론 아내와 동부인해서다. 자신의 아내가 부지런하고 꾸미길 좋아하는 탓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집에서 살다가 우리집에 들러보니 자신의 집과는 영 분위기가 달라 "형수님, 집이 너무 썰렁해요." 라고 했다. "깨끗해서 좋지않아요?. 난 깨끗해서 좋기만 하는 데...^^" 그분이 우리 집에 오기 훨씬 전 우리부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한적이 있었다. 물론 겨울이래서 그랬을테지만, 거실은 온통 화초로 가득했고, 거실 사방은 장식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거실 한가운 데 우뚝 세워진 기둥 가장자리로 갖가지 화초들과 과실주를 담구어놓은 병들이 진열되어있겄고, 그 옆으로는 수족관도 보였다. 분위기가 있어보이고, 아늑하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어쩐지 답답하다는 먼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나보다 더하지만, 깨끗함을 좋아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민다고해서 깨끗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숨이 막힐 듯 이 기기들을 들여놓거나, 드러눕고 쉴공간 없이 들어차 있는 것도 숨막힐 것 같다.  전에도 그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인터넷의 바다를 유영하면서 알게 된 커뮤니티들에게 쏠림현상이 급격한 이동을 하면서 꽃에 대한 관심 또한 멀어졌다.

 

화초를 키우다보니 화초에 대한 욕심이 은근히 생기는 게 아닌가. 뒷산을 오르내리면서 등산로 옆으로 자생되고 있는 이름없는 풀들이다. 따지고보면 집에서 키우는 화초나 산에서 자라는 이름없는 화초들이나 다를 게 머가 있겠는가. 그 푸르름만 맥을 같이한다면 굳이 산에서 자란 야생초라해도 시원함을 주기에는 전혀 손색이 없을 듯 싶어 뒷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모양이 괜찮은 화초를 집으로 가져와 화분에 심고 싶은 욕심이 발동을 하곤 한다. 그저께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화초를 주문했다. 크다란 고딕체로 쓰여진 카테고리에는 분명 '화훼마트 공기정화식물 6/ 무료배송 써비스(리본카드) 새집증후군해결 집들이 선물 개업화분 산세베리아 1만8천8백원' 그렇다면 1만8천8백원이라는 가격에 6그루를 준다는 게 아닌가. 너무 가격이 저렴해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두 번 세 번을 읽어도 한 그루 가격이라는 글자는 눈에 뜨이지 않았다.

 

같은 동네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많이 저렴하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주문을 하게되었지만, 실상은 한 그루 가격인 것이 아닌가. 한꺼번에 6그루가 베란다에 들여놓고난 후 녹음이 짙은 화초를 보고있으면 마음이 싱그럽기까지 할 것이다. 해서 한 시간 이라도 빨리 화초가 도착하길 기다려지곤했다. 그러나 내생각과는 달리 한 그루 가격이 아닌가. 조금은 황당했지만, '파키라' 한 그루만 구입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양이 차지않아 다시 경매사이트에 접속해 한그루에 6천5백원 하는 '스파트필름, 홍콩야자'도 추가로 주문했다. 어느새 부자가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