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산 <생태공원 조성사업> 시동의 북소리를 울린지 몇 달이 지났다. 처음 공사개요 시방서 표지판이 정상석 옆으로 세워져있었을때는 언제 시작하나 했는데 행정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하자, 진척이 빨랐고,어느새 낙엽화목류들로 이루어진 공원이 만들어졌다. 산 들머리에서는 파쇄된 자갈들이 미끄러운 등로위로 깔렸다. 빈번히 오가는 탐방객들의 발에 등로가 다져져야할텐데, 다뎌지기 전 내린비로 등로 중간중간 골이 패여져버렸다. 안타까운 마음에 "기후가 건조한 건기인 겨울철에 자갈을 깔았으면 이러진 않았을건데..."하는 퉁명스런 심사가 일렁거렸다.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면 등로 길섶으로 이태 전 식재해놓은 메타쉐퀘이어가 걸음마를 뗀 아기처럼 뽀송뽀송 돋아난 파란잎을 자랑하며 잘 자라고 있음을 신고하는 듯하다. 지난 겨울, 상록수가 아닌 메타쉐쿼이어는 옮겨심은지 얼마되지않아 활착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는건 아닐까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 잎이 다 떨어지고 고사목처럼 메마른 가지만 앙상하니 몸체만 드러내놓고 있을때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과 가끔 내린 단비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을 더하고 구월산을 가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작년 소쇄원 가는 길 가로수로 심겨져있던 메타쉐쿼이어를 보고 가까운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수종이였음 바랜적도 있었다. 성황당...산행 들머리에 있는 성황당 앞 제단에는 늘 촛불이 켜져있다. 가끔 이른 아침 산에 오를 때 잿빛승복을 입은 사람들은 가족의 안녕을 위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그 앞으로 무더운 여름에 제격인 등나무아래로 목재평상이 놓여있다. 더위를 식히기위한 많은 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랑방구실을 하는 곳이다. 잿빛 옷을 입은 청설모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이방인들이 이웃처럼 느껴지는지 눈길을 피하지않다가 가까이 다가가기라도할라치면 어느새 긴 꼬리를 감추며 나무위로 쪼르르 올라가버리곤하는 정겨운 구월산이다. 그 눈빛이 얼마나 형형한지, 언젠가 실험실 사육장속에 갇혀있던 슬픈 눈의 모르모트를 생각하면 마음이 스산해졌다.
제2만남의 광장 시계탑을 오른쪽으로 비키고 잠시 숨고르기를하면 오른쪽으로 아이보리색열매를 단 때죽나무가 가지아래로 몸을 드리우고 싱그러움으로 여름을 장식하고있고, 맞은편쪽으로는 마삭줄이 하얀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10여분간 오르면 청미래덩굴에 친구인 듯 몸을 척 걸치고 기운차게 줄기를 뻗고 있는 환삼덩굴,댕댕이덩굴... 그 옆으로 쥐똥나무며 광나무는 계절을 잊은 듯 아직 꽃이 피어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몸을 일렁거리며 탐스러움을 발산했던 아카시꽃은 이제 자취를 감췄고, 진한 보라색의 꿀풀이 지천에 늘려있다.,꿀풀에 눈길을 고정시키며 쉼호흡으로 호흡을 가다듬으면 바이올렛색상의 제비꽃이 함초롬히 얼굴을 내밀고 있고, 부끄러운 듯 얼굴 붉힌 노란 달맞이꽃도 고개를 내밀고있다. 나즈막한 언덕처럼 솟아있는 고총(古塚)위로 부들과에 속할 것 같은 여러 해살이 풀들은 정상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며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시원한 모습으로 드리워져있던 등꽃나무들은 노동력으로 차출된 인부들의 손길에 굴취되고, 그 비어진 구덩이에 팽나무 세그루가 지주목에 의지하며 웅지를 펼칠날을 기다리고있다. 그 주변으로 일곱개의 작은 흙길이 만들어지고 원을 그리 듯 철쭉이 식재돼있다. 정상 울타리처럼 둘러심어진 꽃댕강, 금목서 병꽃나무들이 병렬로 나란히 줄 잇기로 조경돼있고, 넓은 목재데크 위로 너트와 볼트로 고정된 목재의자가 피곤한 탐방객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팔각정이였음 좋았을법한 사각의 파고라는 쉼터로 자리잡아 갈 것이다. 정상을 뒤로하고 체육공원과 헬기장으로 활용했던 헬리포트가 있는 쪽으로 난 등로옆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조성해놓은 채마밭이 있고, 채마밭을 이웃하고 나무공원을 조성해놓은 듯 제법 많은 양의 가시나무와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나무가 식재되어있다.
등산로 옆으로는 수해예방을 위한 관개시설과 치수사업으로 PVC재질로 된 배수로도 설치되어있다. 세갈래 길 중 우회를 하면 하산길이다. 여러 가지 나무들과 풀들로 등로를 막다시피했고, 두 사람이 비키기도 힘들었던 협소한 등로가 3m 임도로 넓어지고 음수대가 설치해놓은 곳이나, 약수터 옆으로 넓은 빈공간에는 많은 양의 체육시설물들이 기존 있던 운동기구를 밀쳐내고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곳곳에 두어대의 기존 운동기구가 있는 곳이라면 낡은 기구들을 들어내고 스테인레스 재질인 단단한 운동기구가 토대를 만들어 놓은 공간 옆으로 시공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길을 재촉하니 삼나무들이 지주목에 의지해있지만, 머지않아 단단한 골격을 갖춘 모습으로 뽐 낼 것이다.
내친걸음에 운동기구들이 가장 많이 비치해놓은 곳으로 잰걸음을 옮겼다. 댕댕이 넝쿨과 이름 모를 풀들로 어우려져있던걸 깨끗히 처리하고 몇 군대 목재계단으로 길을 만들어 탐방객들의 불편함을 덜어놓은 듯했고, 자연석으로 누벽을 쌓고 그 틈새로 철쭉, 팔손이 나무로 조경되어 운치를 자랑하고 있다. 아직 인부들의 손길이 닿지않아 비닐을 씌운채 등산객들의 손길과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 운동기구들...
몇 년 후면 울창한 삼나무와 메타쉐쿼이어 나무들로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늘어나고 생활의 질이 높아지면서 숲을 가꾸기 위한 사업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성취감을 만끽하며 아파트내로 들어서자 현관 옆 화단에 식재되어있는 비파 나무에 노란 비파 열매 두 개가 매달려있다. 나뭇가지를 벌리며 손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고 비파를 채취해 입으로 넣으니 부드러운 비파액이 입안을 간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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