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마이너리티들의 소리없는 아우성

정순이 2008. 8. 29. 08:35

 

 이른 시각이라 아직 셔터문을 열지않은 시장안, 여기 저기서 술렁거리는 소리에 시장안이 더 썰렁하게 느껴졌다. 밤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듯, 술렁였다. 한 사람은 넓이를 재 듯 다리를 벌리며 간극을 재는 듯했고, 옆에 있던 사람은 빛을 차단하기 위해 쳐놓은 천막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밤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거예요.?" 나의 물음에 "새벽에 화재가 일어났나봐요." "어디서요?" 이웃은 검지손으로 밤사이에 화재가 났던 곳의 위치와 상호를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녘에 설핏 잠이 들었나봐요. 요란한 경적소리에 꿈인가했어요. 계속 울려대기에 눈을 뜨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4시가 다 되어가더군구요. '이 시간에 무슨 불이야?' 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봤어요. 몇 대의 소방차가 경광등을 켜고 도로행렬을 하듯 집앞을 지나가는거예요.  어디서 화재가 일어났는진 분간할 수 없어 답답했지만, 내 집에서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방으로 들어오려다가 멀지않은 곳에서 자동차가 멈추는 것 같았어요. 가까운 곳에서 화재가 났다는 사실에 누구집인가 궁금도하고, 걱정도 돼 그냥 앉아있을수가 없더라구요. 해서 대충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재래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소방차량을 주차해놓고 호스를 끌여다 화재진압을 했나보더라구요. 소방차 위로 시뻘겋게 타오르는 화마가 보였는데, 순식간에 온 시장안이라도 다 삼킬 듯 촉수를 널름거리는것 같았어요." 

 

이태전까지만해도 한 사람이 진압봉을 허리에 차고, 시장내를 경비하게 경비원을 뒀었다.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잡는다.' 옛말이 있듯 한 사람의 경비원이 시장안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을 다 경비할 순 없다. 그런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밤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기만하면 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곤했다.  몇 차례 작은 화재 날 것을 발견해 큰불이 날것을 미연에 방지한 적도 있었고, 좀도둑을 잡진 못했지만, 휘슬을 불어 쫓아내기도 했었던적도 있었다. 그러나 쉬지않고 시장안을 돌며 경비를 한다고했었어도 작은 화재는 끊이지않았고, 좀도둑들이 설치는건 여전했다. 재래시장안에서 오랫동안 장사한 상인들은 경비원을 두지않았을때와 다르지않다며 쑥덕대곤했다. 상인들은 가게 단속을 철저히하면 굳이 경비원을 둘 필요가 있겠나는 생각을 공유한 듯 협조가 원할한 것 같지않았고 슬그머니 경비원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그런 오늘 몇 블럭 떨어진 곳에서 화재가 났다. TV 뉴스로는 두 곳에서 화재가 났다고했지만, 실은 세 군데서 화재가 일어났다고한다. 한 곳에서의 화재가 아니라, 여러곳에서의 화재는 방화라고 봐야하지않겠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노후된 건물이 많고, 낡은 전기피복선,  빛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인화성 높은 천막들로 인해 항상 화재의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 여러 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있어 대형 화재가 일어날수 있음에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져야 알겠지만, 화재가 일어난 곳에서 지문을 찾는다는건 쉽지않을 것 같고, 수사관들이 철저하게 수사를 할지 의구심도 생기고, 무엇보다 목격자가 없다는 사실에 불안감이 생긴다.

 

이런 화재가 일어날때마다, 그곳에 입주해 있는 입주민들과 점포를 얻어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고민한다. 차가 다녀야하는 길 중간에 좌판을 벌려놓고 장사를 하고있어 진입로가 막혀있기때문이다. 진입로가 막혀있다보면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1초를 다투는 화재에 재빠른 소방응대를 못하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전  병원에 가기위해 신작로를 따라 걷고 있으니 요란한 소리가 후각을 때렸다.  "도로정비를 해야하니 도로에서 장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좌판을 걷어세요." 라는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들려왔고, 이내 둔중한 소리를 내며 장사하는데 사용했던 여러什物들을 걷어 적재함에 싣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온 공무'라며 무조건 집기들을 걷어가는 그들을 보며 불도저가 생각났다.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점포임대료를 내지않으니 부담이 적다. 부담이 적으니 가격을 다운시켜 판매할 수 있다. 그러니 그런 상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실상 점포를 임대해 장사하는 시장안의 상인들이다. 시장안에까지 들어오지않아도 값이 싼 물건들을 바깥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굳이 냄새나는 시장안에까지 들어올 이유가 없다. 그런 생각이 바탕된다면,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질 않았다. 그들은 장사를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식량도 구할수 있고, 옷도 사입을 수도 있는 장사를 그만두게 하는 공무원들이 매정스럽게만 느껴졌다.

 

17년 전쯤의 기억을 거슬러올라가보면 지금의 그들이 이해된다. 어느날 느닷없는 방문과함께 "건물 벽을 경계로해서 밖으로 돌출되어있는 모든것들은 다 걷어치워야한다" 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목소리톤을 높인 환경 공무원들이 있었다.  소방도로가 아주 넓어 그렇게 하지않아도 소방차 진입은 무난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며칠이 지나도 진전이 없자, 감투라도 쓴 규율부장같이 눈을 부라리며 재빠르게 행동하지않음을 독책(督責)했다. 未久에 그들의 힘에 눌린 상인들은 못을 뽑아내고 크고 작은 철제구조물과 점포효율성을 높이기위해 덧된 구조물들을 제거하지않을 수 없었다.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던 그들은 그렇게 왔다가고 난 후 다시는 오지않았다. 그 자리를 대신해 다시 철제구조물과 각종 설치물들이 설치됐다. 철제구조물을 뜯었던 사람들만 손해를 본 것이다. 그 후론 두번 다시 그런 단속은 하지않았다.

 

경제를 살리겠다면 출범한 현정부에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음을 지난 촛불집회 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터이다. IMF때보다의 더 심한 체감경기로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만가는데, 얼마 전 6-7천만원의 연봉이 적다며 투쟁을 벌이던 어느 기업의 노동자투쟁을 보면 울분이 일었었다.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하는 우리들의 삶과 그들의 삶이 비견되었기 때문이다. 새벽 2-3시면 주5일장으로 물건을 하기 위해 선잠으로 눈을 부비며 2-3시간이 걸리는 시골장으로 물건을 하러간다.  요즘은  많은 푸성귀들이  제철이다.  푸성귀들을 좌판위로 펼쳐놓고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들....요즘은 다듬어 놓은 푸성귀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많아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놓치지않기 위해 눈을 아래로 고정시키고 푸성귀 다듬기에 하루를 보낸다. 푸성귀를 다듬다보면 손톱에 풀물이 새카맣게 든다. 버스를 탈때마다  버스손잡이를 잡아야할  때 제일 부끄러워진다며 고단한 삶을 사는 야채아주머니들은 자신의 삶을...운명을... 숙명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주5일제, 더위를 피해 외국으로 여행을 떠떠나는 사람들, 높은 봉급에 골프를 친다는 울산의 노동자들....먼나라 이야기들이다. 휴가철이라 한 푼의 매상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오늘도  마이너리티들은 전쟁의 참화속으로 모둠발을 내딛는다. 

                                                                                                          어제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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