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수가 끝난 농촌은 지금 쯤이면 고즈넉함을 즐길 수 있는 농한기다. 군것질의 원천인 고구마 에서부터 달콤한 연시까지 몇가지 밖에 되지 않지만, 부러움없이 유년시절을 보냈다. 지금 고구마는 삶아줘도 아이들의 손길은 다른데로 향할만큼 홀대를 받는 고구마다. ^^그 시대를 같이 공유했던 분들은 다들 공감하고 있을테다. 하루에 두서너번 운행하는 버스 정류소에나 겨우 구멍가게가 있는 정도이니 우리들의 군것질거리는 당연히 한정되어 있다.
엊그제 아파트 단지 바깥에서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무가 세 뿌리에 천원 합니다." 출근길을 서두르던 나는 '아무리 싸다고는 하나 저 많은 무를 언제 다먹는담' 하는 생각에 그냥 지나칠 까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려 무를 팔고 있는 트럭있는 가까이까지 다가서니 운전석에서 손님오기만 학수고대하던 아저씨가 반색을 하며 밖으로 나오셨다. "드릴까요?" 나를 향한 물음이다. "네, 주세요. 그런데 무가 이렇게 가격이 싸면,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어떻겠어요?" "누가 아니래요." 그분이 비닐봉투에 담아 건내주는 무봉투를 손에 들고 고민이 생겼다.
방금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가 억울하다는 생각에 경비실아저씨께 맡기기로 작정하고 "아저씨, 이 무 여기 좀 뒀다가 나중에 찾아갈께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시며 온화한 미소를 날리신다. 경비원아저씨의 웃음을 뒤로하고 출근길을 서둘렀다. 이웃에 식당하는 가게가 서너군데 있다. 그중 한군데서는 남자분은 제법 큰 많은 양의 자루에 스쿠터에서 내리고 있었다. 스쿠터를 타고 가면 15분 거리안에 '농산물 센터' 가 있다, 거기서 사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그분의 말을 빌리자면, 무 한포대 가격이 500원, 배추 한포기에 100원 한다는 것이아닌가. 중국에서 값싼 농산물 수입으로 우리가 키우는 우리 농산물인 배추나 무 가격이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소비자에게 팔리는 모양이다. "시골에서 배추농사 짓는 분이 인부를 들여 배추를 뽑을려고 해도 인건비가 나오지 않으니, 한뙈기에 1000원씩 상계해서 직접 뽑아가라는 말을 해도 상인들이 달려들지조차 않는데요. 그러니 농부들의 마음은 어떻겠어요? 할수 없어 갈아 엎나보더라구요. 갈아 엎을 때 마음이 어떻겠어요? 우리나라도 수출을 하고 있으니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건 알지만, 이렇게 가격이 떨어진 걸 보면 농부들이 너무 불쌍해요. 일년농사를 힘들게 지어 가격이 떨어지면, 고생한건 둘째치더라두, 키우는데 들어간 돈은 다 나와야할 것 아닌가요?"
자신의 부모님도 예전에 농사를 지었다는 그분은 지금 처해진 농부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듯 들렸다. 오늘 TV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제주도에서는 흔해빠진 감귤을 특화사업의 하나로 귤모양이 하트모양이 되도록 만든다음 특허를 받은 모양이다. 기존 시중에 유통되는 귤보다 당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신혼부부가 하트의 뜻을 알고 쉽게 살 것 같다는 말도 들렸고, 외국으로 수출물량이 많아 시중에 유통될려면 아직 기다려야 한다는 즐거운 소식도 들린다. 우리같은 주부들이야 굳이 비싼 가격으로 감귤을 사먹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사랑하는 연인들이라면 잘 사먹지 않을까 생각이다. 한때는 귤나무 두 그루면 아이들 학자금 대는데는 걱정이 없었다는 감귤나무가 지금은 집집마다 심지 않은 농가가 없을정도록 심겨져 있고, 귤나무 아래로 떨어져도 주울 생각을 않을 만큼 흔해진게 감귤이다.
비단 감귤 뿐만이 아니라, 한해 풍작으로 가격이 떨어지게되면, 그 다음해에는 파종을 하지않아 가격이 폭등하고 가격이 폭등하면 다음해에는 또 많이 심어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걸 여러번 TV를 통해서나 활자매체를 통해서 보고 느꼈다. 한.칠레의 자유무역 협정 체결 후 과일농가들이 도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정부에서는 궁여지책으로 과수농가들이 폐원을 할 경우 일정 금액을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모양이다. 지난 7월말까지 신청을 받은 결과 정부 예상보다 무려 7배가 많은 폐원 신청이 있었고, 폐원 농가들은 신청을 해놓고도 2008년까지 그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니.....
정부는 과수농가의 폐원에 지원하기 보다는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지원해야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농민 또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품질 고급화에 힘쓴다면 경쟁력에서 승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값싼 중국제품에 가격으로 맞설수 없다면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x-text/html; charset=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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