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이든가, 교회 행사때 한번만이라도 아니 잠시 참석만 했다가 목사님 설교 들어보고 정 듣기 거북하면 이내 돌아가도 괜찮다는 말을 한적이.....참석만 한번 해달라는 S친구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여러번 이었다. 이번에 또 거절해야한다는 사실이 자꾸만 좌뇌를 자극했다.
'그래 한번만 참석해주는거야, 친구의 체면도 있지 안그래? 거절하는 것도 한번두번이지 어떻게 매번 거절한단 말이야? 참석한다고 해서 다 그 종교를 받아들이는 건 아냐, 그렇지 않어?' 나자신에게 그렇게 자문자답을 했다. 그렇게 여러번을 거절했는데도 그S친구는 내게 서운해 한다든가, 속상해하는 눈치를 보인적은 전혀 없었다. 다만 " 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왜 거절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말과, 혼자 천당에 가는 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오는 정도였다.
그러나 "항상 기도할 때 마다 빠뜨리지 않고 '하정순' 이라는 여자를 위해 기도하는거 모르지?" 그런 말로 나를 미안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그런 보름 여 전, 다가오는 이번 일요일(21일)날 '추수감사주일잔치' 가 있으니 잠시만 참석할 수 없느냐고 했다. 거절하는 것도 한번 두 번이지 매번 거절하는것도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다.
해서 지나가는 말처럼 '이번에는 갈께" 희미한 목소리로 한 말이었지만 그S친구는 너무 기뻐했다. "잠시 참석만 했다가 돌아올테니 서운해는 말어" "그래, 그래도 서운해하지 않을게, 그리고 참석하면 내가 선물 줄께. 난 있지? 내아는 사람이 선물받아가는게 좋지 다른 사람들이 선물 받아가는건 서운하더라구. 내가 선물 챙겨놓았다가 전해줄께. 고마워..." " 선물같은 건 바라지 않아. 그러니 그런 생각에 연연해하진 말어..."
그런 엊그제 그 S친구는 목사님이 주시더라며 초청장을 내밀었다. 가게에 출근한 남편에게 그 초청장 이야기를 하며 잠시 다녀올꺼라는 말도 했다. 물론 남편이 천주교를 믿음으로해서 새생명을 얻었다는데 대해 고마운 마음으로 천주교 외에는 어떠한 종교도 우리가족 중 한사람이라도 믿을때는 받아들이지 못 할것 처럼 말을 한적은 여러번 있었다. 그런 남편을 이해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구의 부탁으로 행사에 잠시 참석한디고 해서 마음이 동해 개종 하지는 않을것이라는 사실을 남편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가정에 두종교를 가진다는건 나 역시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몇번 남편에게 언급한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늦은 저녁시간 퇴근시간이 임박했을 때 그 S친구가 가게로 들렀다. " 나 있지? 자기 선물 줄려고 사왔다. 너무 많이 사다보니 무거워서 같이 퇴근하려고 들렀어." 양손에 잔뜩 비닐가방을 들고 서있는 S친구에게 자리를 권하며 앉으라했다. "청소하고 퇴근할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릴려면 마음놓고 앉아있어야 할꺼야." 속으로는 기분이 좋은건 아니었다.
무거워보이진 않았지만, 퇴근길에 비닐가방하나를 내가 들어야 한다는 서운한 생각이 없진 않았으나 일전에 한번 그런 이유로 가게에 들러 내가 미간을 찡그린적이 있어, 또다시 친구의 말을 거절한다는게 못내 미안한 마음이었다. 자리에 앉은 S 친구는 청소하는 나를 향해 쉬지않고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는 타고난 사회성과 다양한 이야기 소재로 시간을 지루하지않게 하는데는 일가견이 있다. " 11시부터 12시까지 남편에게 잠시 가게를 맡기고 교회에 와, 알았지?" 멀지않을 곳에서 남편이 듣고 있다는게 여간 눈치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은 그S친구를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국 여행을 한다든가, 12월달에 성지순례를 한다는 이유로 유럽을 다녀온다는 게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남편은 뼈빠지게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외국여행을 다닌다는게 남편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도 다른 이유는 그S친구의 권유로 내가 잠시나마 교회에 가는걸 원하지 않는 다는 한가지 이유와, 그S친구를 썩 달가와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친구의 말에 자꾸만 남편의 눈치가 보였다. 그런 그때 남편은 느닷없이 " 우리 와이프한테 교회 가자는 말 하지마요, 그런말 할려면 우리집에 오지도 마요." 그친구는 예의 웃음을 잃지않고 대답한다.
"이 친구와 같이 퇴근할려구요. 물건을 잔뜩 샀드니 무거워서 같이 퇴근할려구요." "우리와이프가 뭐 짐꾼인 줄 아세요? " 그말을 남기고 남편은 휑하니 가게밖으로 사라져버린다. 조금 있으면 퇴근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남편은 그렇게 가게를 비우고 나가버렸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나의 자존심은 구겨진 휴지같았기 때문이다. 그S친구 얼굴을 계속 대하기가 무안해졌고, 남편의 갑작스런 태도에 황망해졌다. 내 나이가 몇인가? 나란 존재란 뭔가? 남편의 그늘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도록 중간에서 가로막아버리면 나라는 존재는 도대체 머란 말인가! 나라는 실체는 없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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