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유예신청
한낮의 졸음을 이기지 못해 에어콘이 있는 이웃가게로 갔다. 잠을 쫓기위한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요즘같은 더운날에는 잠시라도 에어콘 바람을 쐬면 한결 더위가 가시는 것 같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낮에는 필수코스가 되고말았다. 작은 냉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또는 전기료를 절감하려는 차원에서 여닫이 문을 제거한 뒤 문설주 끝에 비닐을 설치해놓았다. 비닐을 밀치고 실내로 들어서면 그 시원함에 잠시나마 여름을 잊게된다. 해서 늦은 오후에 졸음이 올때는 자주 옆 가게를 이용해 돈 한 푼 들지 않는 알뜰한 피서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가게 안쪽 과 바깥의 온도차는 비닐한장을 장벽삼아 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것 같다. 비닐을 밀치고 가게안에 들어서면 겨울이 기다리고, 비닐을 걷고 밖으로 나오면 후끈한 여름이 나를 맞는다. 거의 하루종일 바빠 정신차릴 경황도 없는 식당이지만, 모처럼 찾아온 느긋함을 즐기려는 듯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어요?" 남편되는 분이 포문을 열었다. "좀 전에 연금보험공단에 다녀왔었던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에요." "보험공단에는 왜요?" " 지금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니 보험료 유예신청을 하러 간거죠." 직장을 못 구한게 아니라 구직하지 않는 그분의 입장을 내가 모르는게 아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
"어떤 사람이 보험료 유예신청을 하나요?" "나같이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 두었을 때, 급여를 받지 않으니 보험료 내는게 부담스럽다며 보험료 지불유예신청을 하는되죠, 그리고 다시 직장을 구했을 때 보험료를 납부하겠다는 암묵적 동의하에 지불유예신청을 하는거죠." "한번 신청 해놓으면 계속 유지가 되나보죠?""그렇진 않아요.일년에 한번씩 재신청을 해야하는데 그 기간이 되었거든요." "만약 지금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년퇴직 할 나이가 되었고, 연금 받을 나이가 되면 그래도 연금을 받을 수 있나보죠?""그럴때는 내가 불입 해놓은 보험료에다 이자 계산을 해서 일시불로 받든가 아니면 나누어 받는거죠." "액수가 크지 않으면요, 일테면 직장생활을 오래하지 않았는데 직장에서 낸 보험료는 있는데 그 액수가 얼마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연금은 받을 수 있나보죠.?" 다시 이어진다.
"이십 년 전 쯤 내가 직장을 다닐 때만해도 의무적으로 급료에서 보험료를 지불해야했죠. 지금도 마찬가지로 보험료를 지불하긴 하지만 지금은 연금혈식으로 묶어두었죠. 그러나 그 당시는 그러지 않았어요. 퇴직을 할 때는 자신이 불입한 연금을 일시불로 원하면 일시불로 받을 수 있었고, 연금형식으로 원하면 매달 일정금액을 받게도 되었죠. 초창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더라구요. 많은 퇴직자들이 매달 연금으로 받는 것 보다 는 일시불로 받아 개인사업을 하려는 경향이 뚜렷했거든요. 그러나 많은 퇴직자들은 사업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벌인 사업은 실패는 창업자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경우가 많았죠. 조금이라도 윤택한 노후를 보장 해 주겠다는 정부취지로 그런 제도를 도입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시불로 다 찾아가는 바람에 유야무야되고 말았던 제도였어요. 해서 새로 도입한 국민연금은 연금형식으로만 받게 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였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퇴직하고 난 후 퇴직자금이 있는 걸 알고 자식이 사업을 하겠다며 손을 벌린다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 연금제도를 도입한거 같아요. 연금으로 받는거는 자식이 손을 대진 못하지않겠어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제도지만 순기능이 많아보이기에 도입한게 아니겠어요?" "요즘 연금제도에 불만을 가진 많은 네티즌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남편의 이름으로 해서 보험료를 불입을 했고,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에게 직업이 있으면 연금을 주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러니 연금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초창기 시절에는 국민들의 반응이 냉랭하자 장밋빛 청사진을 제공하며 통장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최소한의 보험료만 내고 최대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로 국민들을 현혹했죠. 지금은 어때요? 불과 몇 년이 흐른 지금에와서는 해마다 보험료를 인상시키면서도 기금이 고갈되었다는 말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거죠. 기금이 고갈되었다면 당연히 공단직원들도 같이 허리를 졸라매야 형평성에 맞는데 공단 직원들은 퇴직을 하면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해서 무조건 따를거는 못된다는 생각을 갖게하는거 있죠?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요. 물론 소득이 없다며 디폴트를 했으니, 연금공단이 손해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순순히 넘어가더라는 겁니다. 물론 세금을 내지 않는 사업을 해서 소득이 노출되지 않아 넘길 수 있었겠지만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때 가입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힘들 때 보험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고 하구요, 기금이 고갈되었다는 말이 들리기라도 하면 혹시나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해서 그분의 선택이 잘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드는거 있죠?"
"요즘같이 소비심리가 일지 않아 소득이 격감해 있을 때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울때가 많더라구요. 해마다 인상된 보험료 고지서가 날라오는 데 정말 너무 하더라구요. 착실히 납부를 했다가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올지 누가 알겠어요? 연전에 큰시숙님이 돌아가시고 난후 큰동서가 연금공단으로부터 받는 연금액수는 한달에 이십만원 안쪽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만약에 큰시숙님이 돌아가신게 아니라 큰 동서가 사망했을 경우에 받는 연금액수와 시숙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받는 연금액수는 차이가 많이 나더라구요. 이렇게 일반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규정을 모호하게 책정해 놓은 보험료 계산방법은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그러니 정부가 시키는 데로 국민들은 따라만 오라는 우민정책을 쓴거같이 느껴지는거 있죠. 어저께 신문을 보니 어느 택시기사분은 수입이 격감해 연금을 낼수 없다며 연금공단을 찾아가 시위를 했나보더라구요. 우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판에 연금을 낼 돈어 어디있었겠어요? 그러니 몇 달 째 밀렸을테고,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는다고 공단에서 택시를 차압한다는 연락을 받았나봐요. 그 기사분은 연금공단앞에 가서 "여기서 나 죽어버릴테니 알아서 하라"는 말로 자신의 협박 비슷하게 자신의 절박해진 처지를 호소했든가 봐요. 그 기사분의 처지를 어떻게 했는지 알순 없지만 잘 처리되길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 뿐이지 이런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 이겠어요?!!!" x-text/html; charset=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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