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號外)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도 수런대고 있는 텍스트는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이다. 가게 오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물어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구근초마냥 달려져올라온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다 다루기에는 너무 많은 양일터. 워낙 많은 살인사건을 다루다 보니 메인뉴스에는 보도도 되지않았다고한다. 지방뉴스를 송출할 때 자막처리 되었고, 몇 초간 방송되었을 뿐이라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관심을 보인다.
“TV 00시뉴스 봤어요? 어제 00시 뉴스를 보니 이 부근에서 살인사건이 난 모양이든데..” “어디쯤인지 알아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에요?. 몇 동이라고는 듣긴했는데, 위치를 모자이크처리해 알수는 없더라구요.” 숨가쁘게 물으며 관심을 보이는 많은 사람들은, 흔히 TV뉴스로 더 큰 사건의 뉴스도 많이 접했을텐데도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면식없는 사람이라도 그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라도 하는냥이면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관심을 보이기도했다. 가게와 가게의 경계를 지어놓은 바리케이드 너머에서도 그악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일 옆가게에 들리는 사채업을 하는 사람이다. 예의 그 성마른 목소리로 불특정다수를 무시하고 사자가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사자후를 토하고 있었다.
“내가 그럴줄 알았어. 그년 하는 짓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내가 가만히 짚어보니 글세, 그 일이 있고난 후 산에 갔다가 그년을 만났지뭐요, 화장을 뽀얗게 하고 입술을 빨갛게 칠해갖고 산에 왔더라구, 그런걸 보면 얼마나 간이 큰 여자야? 글고 산에 갔다가 자신에게 말이라도 걸어주는 남자가 있으면 좋아서 헤벌쭉하고 입이 벌어지곤했었어.” 침을 튀겨가며 그간의 일들을 소상히 전해준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은 도마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난도질 당하고 있고, 민들레 씨풍선날리듯이 여기저기서 부유물처럼 떠돌았다. 오죽했으면 남편을 죽였겠냐며 여자를 동정하는 여성들도 많았고, 노동능력을 상실한것도 속이 상했을텐데, 하루도 걸르지않고 술주정을 일삼는 남편을 죽일 수 밖에 없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여성들도 많았다. 그러나 순간적인 격한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인 행동으로 남편을 죽였다는데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다가도 사체를 토막내 침대밑에 며칠간 두었다는 부분에서는 다들 소름이 끼치는지 몸서리를 치곤했다. 그 여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도 그 여자는 무료봉사도 많이 했다고하더라구. 같은 봉사단체에 있는 사람들이 그 여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벗겨주기 위해 청원서도 제출할꺼라는 말도 들리든걸....”
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아무래도 뒤에 누가 있지않나는 생각이 들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여자 혼자서 시체를 토막낼 수 있겠어? 아무리 간이 큰 여자라해도 혼자서 토막을 낸다는건 무리지않겠어?.” 정확한거야 본인을 통해서라야만 알 수 있지만, 들은 이야기의 정황으로만 미루어 짐작한다면, 배후에 누가 있을꺼라는 말에 공감이간다. 늦게 만난 동거를 시작했다는것과 15년동안 같이 살아오면서, 자신의 성기능 상실은 묻어두고 밤새도록 아내를 괴롭혀 아내가 다른 집에서 잠을 잘 정도였다고 하니 그 여성의 삶도 순탄치 않았음이다. 이야기를 들은 많은 여성들은 “이렇게 될 줄이야 알았겠나만, 한번 헤어져본 경험이 있는 여잔데 두 번 하는거야 머가 어렵다고 헤어지지 못했누? 결국은 자신만 쇠고랑차게 되었잖어..... 나이가 저렇게 들었으니 그 안에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는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많았다.....참으로 딱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