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다.
‘우리 주변에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경우를 심심치않게 볼수 있다. 비근한 예로 잔돈을 준비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일점에 백원짜리 고스톱을 친다면 잔돈이 늘 부족하게 된다. 그럴때 돈을 묻어 놓고, 칩으로 화투를 치다 수십판 돌다보면, 몇개 있던 진짜 백원짜리 돈은 보이지도 않고, 늘 돌아다니는 칩으로 거슬러 주곤하게된다. 이럴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을 쓴다.
가게에 들러 자신의 카타르시스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유기적이고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사람들과의 쌓인 스트레스를 토사물 토해내듯 하는 사람들이 몇 명있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내 자신의 시간이 부족해 아쉬울때도 있지만, 가게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라는 생각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와 마음을 열어놓는다. 때로는 하루에 두 서너사람이 될때도 있고, 때로는 한 사람이 몇 시간동안 이야기를 접지 않을때도 있다. 백인백색이라고 했든가? 특히 재래시장이라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다양한 삶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곳이다.
그런 엊그제 자신이 속해있는 모임에서 서운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그녀 이야기의 동선을 따라가보면 친목회에서 있었던 이야긴데 내 생각은 어떠냐며 의문부호를 날렸다.
모임을 구성하려면 회장이나 총무가 있어야 기본적인 골격이 갖춰진다. 행동의 양태가 크던 작던 회칙을 세우고, 그 회칙에 따라 회원들은 행동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야지만 친목도 도모할 수 있고, 회원들끼리의 의견대립이 없다는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규칙이나 규범을 정한 사람은 규칙대로 하지 않고, 규칙대로 따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행동은 자가당착에 다름아니다.
회원들의 참석이 저조한탓에 회장이 전략을 세웠다. 몇 번 참석 하는 사람에게는 마일리지를 쌓게해 횟수가 되면 한달 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였다. 회장의 전략대로 회원들은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을 했고, 마일리지가 쌓였다. 드디어 한 달 회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날이 되었다. 그러나 회원이 모임에 참석해 회비를 내지 않자, 언짢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순간 회칙에 따른 사람이 도리어 잘못한 일을 저지른 사람마냥 당혹스러웠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랬다면 회칙을 정하지를 말든지...회칙을 정했다면 자신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도 표현을 말든지....자신의 유리한 입지적 파워를 앞세워 은근한 압력을 행사한다면 회원들은 더 반발심이 생긴다는 것을 모른다면 청맹과니와 다름없다.
몇 년 전인가 기억은 희미하다. 어느 재벌오너의 무덤을 파헤치고, 고인의 음택앞에 식칼을 꽂아놓았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그들의 탈레반적인 행동에 소름이 오싹했다. 조상의 무덤에 칼을 꽂아두었으니 앞으로 행동을 조심하라는 뉘앙스와 앞으로의 행동을 좌시하지않고 계속 주시하겠다는 음계(陰計)가 엿보인다. “자신의 말들을 듣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꺼라” 며 암묵적이고 주술적인 행동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생각을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