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그대! 떠나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정순이 2004. 8. 3. 12:08

거리 곳곳이 한산하다. 다들 휴가를 떠난 듯하다. 오래 전 '월드컵' 이 열리는 시각에 가게마다 내려져 있는 셔터를 보는 것 같다. 출근하는 아침에야 아직 이른 시각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지만, 퇴근할때도 거리가 어두컴컴할 정도로 많은 가게들이 휴가로 인해 셔터문이 닫겨진걸 알수 있었다.

 

그런 어제 늦은 오후..... "이집에는 피서가지 않아요?" " 피서요? 나가봐야 고생만 할껄요. 해서 피서는 반납한걸요." 내지는 다들 휴가를 갈 때 나서봐야 길만 복잡할테니 다른 사람들이 휴가를 갔다오고 난 후에 휴가를 갈꺼라는 말은 누구한테랄것도 없이 피서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얼버무리고 만다. 자영업을 하고 있으니 굳이 피서가자면 못갈것도 없지만, 아들이 어릴때는 아들의 등살에 못이겨 피서를 가곤했지만 , 피서를 갈 때 마다 느꼈던건 피서를 가서 먹을 음식을 준비해야한다는 사실과, 갔다와서 씻어야 하는 비품 때문에 고생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같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때면 피서가자고 조를  아들이 인제 다 자라 군대에 입대해있으니 달리 말할 사람은 없지만, 남편은 언제라도 내가 휴가 하자는 말만 한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사람이다. 어쩌다 지인들이 피서간다는 이야기를 할때 부러운 듯한 표정과 시샘어린 말이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내 말의 허리를 자르고 "우리는 못가나? 니만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휴가할 수 있다 아니가. 휴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도 니 때문에 못하는건데 지금 무슨말을 하노?" 휴가를 갈 생각을 않는 내가 영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찡그리며 빈정거리듯이 나를 힐난하는 남편이다. '누가 모른데...가만히 있음 어디가 덧나남...' 내지는 "군대에서 고생하고 있는 민규생각을 하면 이렇게 생활하는것도 고마워해야죠." 속으로 궁시렁거리기는 하지만 남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 입을 다물고 만다.

 

7월말이나 8월초입부터 시작되는 휴가로 인해 시장안이 썰렁해져있다. 한집건너 셔터문이 닫겨있으니 남편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아닐 듯하다. 퇴근길에 수박한통을 사다 수박화채라도 해놓아야겠다. 넓은 집에서 에어콘을 틀어놓고 돗자리 위에 누워있으면 세상부러울 것 없는 넉넉함이 바로 피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