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 14일날, 설악산 등산을 위해 범일동 시민회관에서의 낯선 여인과의 만남은 내게 긴 여운을 남겼다. 친구와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디카를 들이대는 분 앞에서 어색한 포즈와 서투른 듯 어깨옆으로 손을 얹자 이내 나도 친구의 허리를 감았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친구와의 만남은 횟수가 거듭될 수록 그 정이 새록새록한다. 설악산에 가는 도중 차량내에서 수면제를 건내주며 “이거 먹고 눈 좀 붙여요.” 얼떨결에 받아든 약 한알에 감동의 파문이 일었다.
두 번째의 만남은 우리가게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였다. 길지 않는 만남이였지만,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정도로 살갑게 다가왔다. 태생적 성격도 있겠지만, 남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려는 행동이 미웁지가 않고 이뿌기만하다. 매운 청량초를 곁들인 삼겹살 쌈에 연신 땀을 흘리며 “아, 맛있다. 아, 매워~"를 연발한다. 손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부군(夫君)의 얼굴에도 땀이 흐르자, 손수건으로 닦아주기 바쁘다. 남편에 대한 진한 애정표현에 질투심과 부러움이 상반되었다.
다시 자리를 옮겨 영도 활어횟집에서였다. 친구 앞에 있는 물병에까지 손이 닿지 않아 “ 나 물 좀줘요.” 하자 “안줘~~” 라며 응대를 했다. 너무 귀여운 반응에 한참동안 웃었지만,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하는 행동이 이뿌다.^^ 다시 자리를 바꿔 노래방....스테이지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는 남편에게 SOS를 타전한다. “00이 오빠야, 나 좀 도와줘~” 만면에 그득한 미소를 띄우고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 부군..... 파안대소한건 지극히 당연한 반응~
다시 세 번째의 만남, 지리산 등산 취소로 만남이 이루어진 자리에서다. 두어번 만남에서의 느낌과는 다르게 부군 옆에서 얌전하게 앉아서 날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모습이 더 어울리는 여성처럼....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긴 친구와 나는 한몸이 되어 여흥을 즐겼다. 다시 곡이 바뀌고 느린 음색의 노래가 나오자 부군과 같이 블루스를 추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떼어놓으려 했으나 그 접착력 강도의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 떨어지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술이 취한김에 한 행동이였지만, 그들의 행동에서 진한 부부애를 보면서 시샘이 날 정도였다.
후일담으로 들려온 이야기....오대산 등산은 우중산행이였고. 하산길에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서 미끄러진 아내의 옷을, 버리기 전의 모습으로 깨끗이 닦아줬다는 사실과, 가게에 들렸을 때 두통이 있다는 아내의 말에 20여분동안 당번약국을 찾아헤맨끝에 두통약을 사와 아내에게 건내는 순애보에 감동 그 자체였다. 다시 맞이하는 일요일,이번에는 지리산 취소로 의기투합한 남자 세 분과 친구인 그녀 넷이서 마산 무학산을 갔다. 매번 일요일마다 쉴 수 없어 참석하진 못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다니는 것만 봐도 즐겁다. 무학산에서 내려온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니 부재중 전화가 한통 와 있었다. 남편의 번호였다.
버턴을 누르자 남편의 목소리가 아니라, 친구의 목소리였다. “같이 왔음 좋았을텐데...미안해서 어떡해~~?”를 연발하는 친구와의 통화에서 가슴 찡한 정을 느꼈고, 가게에 놀러오라는 말을 끝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제법 긴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륙색가방을 멘 남편이 골목길을 돌아오는 게 시야에 들어온다. “같이 왔어.” 남편의 말에서 미루어짐작할 수 있는 건 무학산에 같이 간 사람들이 뒤따라 오고 있음을 단음(短音)으로 표현한 것이다. 남편의 뒤를 이어 같이 들어서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스킨십으로 반가움을 대신했다. “어서와~~” 아주 오래 전부터 알아온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그녀는 성취욕이 아주 강해 보인다. 성취욕구가 강하다는 건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하는 타입이다. 미혼시절부터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본적없다는 사실과, 학부형 모임에서 노래방에 간 일이 있었고, 거기서 노래를 잘 부를 자신이 없었던 그녀는 ‘오늘은 노래를 부르지 않지만, 일년동안 부지런히 노래연습을 해 다음에는 제일 잘하겠다’ 는 위트로 즐거운 분위기로 이끄는 그녀는 진정 웃음제조기였다.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파워풀한 성격에 찬사를 보낸다. 부군과 같이 등산을 갔을때도 전화벨이 자주 울렸다. 자신의 소재를 확인시키고 , 안전함을 알려주는 남편, 남편의 소재를 확인하고서야 안심한다는 아내....정말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 아닌가.
이튿날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거진 13분동안 이어지는 통화에서 그녀를 다시 발견한다.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런 생각은 나만이 갖고 있는 게 아니였다. 우리 남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드니 “맛있는거 사줘야겠네...” “정말?” “그래, 언제 시간 내서 가게로 데리러갈게. 광안리 가서 회나 좀먹게....” 벌써부터 기대된다. 광안리에서의 횟집에서의 모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