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선함의 뒤끝에는.....

정순이 2006. 10. 30. 11:26


“우리 아들이 교통사고 났었어....” 아들의 교통사고 이야기를 하시면서 당시의 상황이 회상되는 듯  목소리가 꺽꺽하셨고, 말씀을 하시면서 가슴이 울컥해지는지 눈자위가 붉어지셨다.  “다친데는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는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오래간다는데...” “얼마나 놀랬는지 지금 집에서 자고 있거든” “자고 있다뇨? ” “ 좀 씻고  내일 쯤 병원에 가볼려구....” “그럼 교통사고나서 병원에 가보지도 않았다는 말이에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사거리에서 신호등 받고 있는 데 갑자기 뒤에서 들이받았나봐.새차로 교체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다 망가졌지뭐야. ” “차가 다 망가질 정도인데도 몸은 괜찮단 말이에요?” “그 충격으로 목이 좀 뻐근하긴해도 심하지는 않다고하네....” 사람이 살아가면서 운명이나 교통사고도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때가 종종있다. 이 분의 아들과 같이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로 잠시 정차해있는데도 뒤에서 들이받는 추돌은 어떡할 수가 없는 불가항력적이다.  


“어떻게 그렇게 하셨어요? 바로 병원부터 가서 진단부터 해봤어야죠.” “가해자측에서 다 알아서 해준다고했나봐” “그말을 어떻게 믿어요? 멀쩡히 눈을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간다는 세상인데....”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난 이튿날 그 분의 아들은 병원에 진단서를 끊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그러나 가해자측에서는 합의금으로 30만원을 제시했단다. 병원에서 진단서 끊으며 들인 돈이 합의금의 전부였다고하니... 할머니의 말씀을 빌리면 가해자측은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 합의금을 더 줄수 없다고 했고, 아들을 그말을 받아들여 합의를 해준 모양이다.처음 교통사고가 났을 때는 자신이 다 알아서 해준다고 해놓고, 정작 합의를 볼 때는 엉뚱한 말을 하니...피해자인 아들만 손해를 본 것이다. 


피해자측에서 지나친 요구를 하는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합의를 본다면 그게 어디 나쁜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지금은 괜찮다고는 하나 나중에 사고의 후유증이 어떤 해괴한 모습으로 얼굴을 들이밀지 알 수 없는일이다. “우리 아들이 그렇게 착해... 남이 힘들다고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거 있죠? 그러니 지난 번에도 직장 동료가 돈 좀 빌려달라고 했을 때 돈을 빌려주고 아직도 돌려받지 못하고 애를 먹고 있지..오늘 준다 내일 준다, 말만 하고서는 돌려주지 않으니...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이라도 갚아야 할거 아냐? 그게 벌써 2년이나 되었네..며칠 전에 다시 돌려달라고 전화를 했드니 도리어 큰소리치면서 돈이 없으니 어떻게 줄수 있냐고, 자꾸 그러면 고소를 하겠다는거 있지? .” “고소를 하면 손해보는 사람은 채무자인 그 사람일텐데 고소를 하겠다고 하는걸 보면 할머니쪽이 너무 순순하게 나가니까 그래요? 그럴때는 매운맛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들이 원래 그래...”후일담이지만, 아들은 교통사고 이후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미 합의는 끝난상태인데.....뼈저린 경험을 통해서 학습하는 기회가 되길......


가수 이효리가 집으로 돌아가다 길에서 취객을 발견하고, 그 취객의 동생한테 연락해 안전하게 귀가시킨 일이 메스컴을 달구었다. 연예인들의 선행은 그 파장의 주파수가 높고 길다. 다른 연예인들과는 달리 지나치기 쉬운 너무 흔한 일이라 더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운지 모른다. 나 역시 이른 아침에 볼일이 있어 길을 가다보면 취객들이 길거리에서 다리를 뻗고 자는 모습들이 자주 목격되곤했다. 그럴때마다 흔한 일이라는 생각에 지나치곤 했고, 그들을 깨운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물에 빠진사람 건져주면 보따리내놔라는 식으로 나올까는 두려움이 일기도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같으리라. 사정이 이러니  이효리의 선행이 더 돋보이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 역시 잔잔한 감동이 파문을 일으켰다. 스터디셀러라고 하는 성경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이 있다고 알고 있다. 불쌍한 사람을 도와 선을 행하라는 뜻이지만, 남이 알아주길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선행을 하라는 말씀이지만, 그말의 의미가 많이 희석되어진 건조한 요즘 세상인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