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오류 .....
추석 전, 잠시 가게에 들리고 오늘 들렀으니 보름 여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이다. 사회에서 알게된 친구지만 친구가 먼저 이름을 불러주기에 나 역시 부담느끼지 않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피트니스클럽에 갔다가 잠시 시장에 들렀다며 내가 끓여주는 냉커피 생각에 들렀다는 허물없는 친구... 명절이라 시댁이 있는 서울에 간다는 말을 했었든게 추석 3일전 쯤이다. 시댁에서의 힘듦을 뒤로하고 부산으로 돌아왔던 친구는 시아버지의 갑작스런 심한 통증으로 병원응급실에 입원했다는 시동생의 전갈을 받고 부랴부랴 다시 서울로 갔었든게 일주일 전 일이다. 친구의 동생으로부터 알게 된 건 친구 시아버지의 부고소식이었고, 삼우제를 지내고 난 후 49제를 부산으로 가지고 부랴부랴 내려온 것이다. 핏기없는 친구의 얼굴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건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어느정도인지를 잴 수 있는 척도에 다름아니다.
“고생많았제~?” “고생은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생한 흔적이 핏기없는 얼굴에서나 움푹들어간 눈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 어짜피 한 번은 치러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위무가 될꺼야.”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 일년도 채되지 않아 시아버지께서도 병환이 생긴것이고 이번에 돌아가신 것이다. 부부가 살아가다 배우자 중 한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난 후의 그 빈 공간은 쉽게 채우지 못해 힘들어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생각없이 살것 같은 미물일지라도 배우자의 부재는 남은자의 슬픔으로 남아 쉬이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장묘문화에 생각이 많이 바뀐거 같아, 나만해도 그렇거든. 몇 년 전만해도 화장하는 게 참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깨끗하지 않을까로 바뀌는거 있지?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토가 묘지로 뒤덮힌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기도하구...” “시아버님은 국가유공자셔, 해서 국립묘지에 모셨으니 그런부분에서는 걱정되지는 않았어....” “그럼 시어머님은 ?” “시어머님은 다른데 모셨어.” “그럼 부부의 음택이 따로 있단말이야?” “누가 아니래. 나라에 헌신한 국가유공자가 먼저 죽으면 그의 배우자가 죽어도 바로 국립묘지에 안장이 되는 데 국가유공자 당사자인 남편보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국립묘지에 모실 수 없게 되어있다는거야.” “무슨 제도가 그래?”
“누가 아니래...부부가 같이 합장할 터는 마련해놓고도 아내가 먼저 죽으면 국립묘지에 먼저 안장시킬수는 없다고하니..” ”무슨 제도가 그래? 어짜피 부부가 합장한 묘터는 있는데도 안장하지 못한다면 유족으로서는 이중으로 재정적인 부담을 지게 되는거아냐?“ ”누가 아니래..그래도 나라에서 그렇게 정해두었으니 우리같은 소시민들이야 어쩌겠어?아무리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해서 항의할 수도 없는 입장이구...“ 이런 비효율적인 제도로 많은 유족들에게 이중부담을 짓게하는 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한다. 이중 부담도 이중 부담이지만, 한번 음택에 모셨는데 다시 이장해야한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얼마 전 가게에 들린 지인은 택일을 해서 이장을 한다고 했다. 그 비용도 만만찮지만, 무엇보다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또 다시 겪어야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친구도 이제 몸을 추스르고 나면 시어머님을 시아버님이 계시는 국립묘지로 이장을 해야한다. 참으로 번거롭고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담하지 않아도 될 사회비용부담으로 우리 서민들의 세금이 더 걷혀진다는 생각을 하면 공분을 느낀다. 위정자들은 자신들이 그런처지에 노출되지않아 현실을 모른단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