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알파&오메가

정순이 2004. 7. 14. 12:20

나른한 오후 냉커피 한잔으로 졸음을 쫓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낯이 익은 고객이 지나가고 있다. 마시고 있던 커피잔을 들어올리며 한잔하고 가라는 시늉을 했다. 그냥 지나칠려다 나의 요구에 가게에 들린 그녀에게 내가 마실 커피를 타면서 남편몫으로 타둔 커피를 냉장고에 꺼내주었다.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가드니 그녀의 표정이 시원함의 탄성을 질렀고, 그녀의 웃음아래로 스테인리스 머그잔에 바깥의 따뜻함과 만난 냉기가 물방울을 만든듯 송글송글 맺혀있다.

 

언제였던가 종종걸음으로 퇴근길을 서둘렀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그녀는 자신의 시부모님도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 길거리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시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공감대를 표시하며 반가워하곤한다. 30대 중반 쯤 되어보이는 그녀... 수수한 외향에서 느껴지는 알뜰함은 젊은 새댁들의 박제화되어있고 만연해있는 우선 쓰고보자는 황금만능 사상은 어느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남편은 우리나라에서 굴지의 그룹에 직장의 적을 두고 있다. 부도가 나 그룹의 회장은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지 오래전이다. 해서 대기업이지만 봉급은 많지 않은 선입감은 갖고 있었지만 남편의 봉급액수를 밝히는 순간 미간이 찡그리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흔히 남들에게 대기업에 다닌다는 말을하면 우선 봉급을 많이 받는걸로 생각하기 쉬우나 허울좋은 외피와는 달리 한달 봉급이 일백오십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요즘같이 이태백이니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신조어가 만연한데 그나마 자신의 남편은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고단한 삶의 밑바닥에 서있어도 그녀는 어떠한 만남이나 이야기중심에서도 고단한 삶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박봉을 받는 남편이라면 자신도 남편의 어깨에 드리워져있는 삶의 무게를 나누어 질 생각을 가지고 있는 착한 아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애들이 어느정도 크고나면 일자리라도 구해야 할까봐요.남편의 봉급으로는 아이들 교육시키기도 빠듯해요.인터넷으로 할수 있는 일자리를 구해보곤 있지만 쉽진 않더라구요. 그리고  맞벌이 하는 가정이 많아서인지 우리아이친구들 이야기들어보면 욕에 대해 개념을 몰라서 얼마나 말을 거칠게 하는지 어른인 내가 다 놀래겠더라구요.것도 따지고보면 맞벌이 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모에게 가정교육을 못 받은 탓이란걸 느끼겠더라구요. 그런 애들을 보면서 느꼈던건 우리애들도 내가 집에 없으면  저런아이들과 다름없을꺼라는 생각에 섬뜩해지기 까지 하는거 있죠? 해서 좀 더 자라고 난후 사물을 볼줄아는 개념이 형성되면 직장을 구할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그렇죠? 사교육비가 왠만해야죠. 우리아들 어릴 때만해도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더 심할꺼에요. 유치원 다닐 때부터 대학 졸업할때까지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를 계상해보면 집한채 값은 거뜬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안 시킬수는 없으니..."

 

빠듯한 생활비로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상대적 풍요로움에 안타까운 마음과함께 미소가 번지고 만다.(비아냥의 미소는 아니다.) 남편봉급의 3/1은 아이들 교육비로 충당한다는 그녀는 문명의 편리함을 쫓지아니하고, 모유수유를 했었다는 것과 한집에 서너대꼴은 가지고 있다는 흔한 휴대폰하나 갖고싶은 충동하나 느끼기 않는 알뜰한 주부의 모습 그 자체다. 현모양처가 모법답안은 아니다라는 남성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들을때면 현모양처이면서도 남편의 힘듦을 거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든아내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언제 보아도 대견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