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사돈 집안이 좋으면 머해요?

정순이 2006. 10. 6. 19:07
 

성묫길이 정체되는 시간을 피할려면 일찌감치 차례를 지내고 집을 나서는 게 낫다는 생각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차례상에 올려질 음식들을 부지런히 갖다 날랐다. 차례상이나 제수음식 상 차리기는 남편이 도맡아놓고 했다. 차례상에서 빠진 음식은 없는지 어동육서, 좌포우혜, 두동미서, 반좌갱우, 조율이시의 순서가 바뀌지는않았는지 확인만 하는 이선으로 물러났다. 다섯 동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바지런을 떨었다. 남자형제들과 조카들은 두 대의 차량에 동승해 성묘를 떠나고 난 뒤 다섯 동서들은 과일과 커피를 차린 상을 마주하고 도란도란 둘러 앉았다.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잦은 큰동서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고, 이에 뒤질세라 바짝 추격전을 벌리고 있는 셋째 동서나 막내도 자웅을 겨루고 있다.^


요즘 같이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보니 그 선택이 더욱 중요해짐을 실감한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는 어느 TV광고카피에서 십년을 ’평생‘이라는 보통명사로 바꾸면 딱 어울리는 문구가 된다. 선택하는 데 있어서 전자제품만이 아니라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신중한 선택을 해야함을 일깨워주는 카피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며느리 될 사람이나 사위될 사람만 마음에 든다면 사돈 될 사람의 집안은 따지지 않을 거 같은 데, 이웃하고 있는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 엘리트코스만 밟았던 자신의 아들이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사귀는 여성도 있다. 사귀는 여성은 남자보다 봉급도 더받는다. 일반적인 우리들의 생각으로는 어울리는 한쌍 같은데 남자의 엄마가 반대를 했다. 며느리 될 사람의 오빠가 장사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다고 신랑될 사람의 집안도 잘나가는건 아닌 데도 말이다. 자신의 아들정도라면 어떤 여성을 원해도 된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자신의 아들만 잘나보이는 청맹과니가 아닐 수 없다.

 

“난 며느리 될 사람만 마음에 들면 집안은 따지지 않을 거 같아요.” 라자 또 이야기 해줄게 라며 눈길을 사로잡는 큰동서다. “그 집은 아들이 우리나라 굴지의 대그룹에 직장을 적을 두고 있고,  사돈되는 사람은 교장선생님을 지낸 교육자 집안이래. 다들 교육자 집안이면 가정교육도 잘 받았을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진 않어. 아들이 결혼을 해서 봉급은 아내한테 다 줬고, 아내가 다 관리를 했나보더라구.  집을 구입할 때도 아내의 이름으로 했고, 차량을 구입할 때도 며느리의 이름으로 했데. 누구 명의로 하든 아들내외가 행복하게 잘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데. 그런 어느날 남편의 정년퇴직으로 생활이 곤궁해진 그녀는 많은 월급을 받는 아들에게 용돈을 달라면 주지 않겠나는 생각을 하고 창원에 살고 있는 큰아들 집으로 갔나봐. 아직 아들은 퇴근 전이였고, 마주한 며느리한테 매달 십만원의 돈을 좀 줄수 없느냐고 말을 했나봐. ” 그말이 떨어지자 두 동서는 ‘아니 고작 십만원을 달라하기 위해 자존심을 팽개친단 말이에요? 며느리한테 그런말을 해서 자존심 꺾느니 차라리 일을 해서라도 그 돈이야 못 마련할까’ 라며 격분을 했다.


두 동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큰동서의 말이 이어진다. ” 가관인건 시어머니의 말을 들은 며느리가 발끈하며 용돈을 줄수 없다고했데. 그 시어머니가 부산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얼마나 참담한 기분이였을까.  시어머니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고 시어머니로부터 그런말을 들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기분이 상한 며느리는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고, 도저히 시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든지 날마다 부부싸움을 했나봐. 아들한테 그런사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요구를 들어드리라고 했을테고 며느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절했을것이다. 본가에 들린 아들의 표정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지만, 자신의 자존심은 묻어두고 아들내외가 잘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창원행 버스에 올랐고, 며느리에게 ‘다시는 용돈 달라고 하지 않을테니 더 이상 싸우지 말라’ 고 부탁까지 했나보더라구. 그래도 한번 붙은 싸움의 불씨는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고, 결국은 이혼도장을 찍고 말았데.  자식들도 자신이 데려가지 않겠다는 아내의 행동에 질려버린 10년의 기나긴 세월에 종지부를 찍고나니 오히려 홀가분해졌다는 아들이다.

 

모든 재산을 아내에게 다 주고 본가에 들린 아들은 아들 둘을 어머니께 맡기면서 그랬데 “어머니, 이제 생활비는 제가 드릴께요. 부족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참으세요. 몇 년만 고생하면 이혼한 아내보다 더 잘살수 있어요. ‘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데. 이런걸 보면 사돈 집안을 볼 필요가 머 있겠어?” 수긍가는 말이 아닐 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