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아들이 무엇이기에...

정순이 2004. 7. 12. 11:59

고단한 삶에서 엿보이는 그녀는 남루한 입성을 하고 가게에 들렀다. 8살 쯤 되어보이는 한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필요한 찌개용 부위를 주문했다. 그녀를 보면서 생각한건....너무 진하지만 않다면  화장기없는 맨얼굴보다는 자연스럽게라도 화장을 한 모습이 보는사람입장에서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기없는 수수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나이는 어림잡아 50중반은 훌쩍 넘어보였다. 그런 그녀는 8살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가게에 들렀으니....

 

요즘같이 기능성화장품들이 만연하는 세상이라 얼굴을 보고 나이를 가늠한다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다. 해서...."늦동인가보죠~?" "네" "몇살 때?..." 몇살 때 늦둥이를 낳았느냐를 궁금했었지만 행여 나이를 묻는다는 빈정(?)거림이라도 느껴질까 싶어서 말끝을 흐리며 그녀의 대답을 구했다. "40살 때 임신을 해 41살에 애기를 낳았으니..."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위로 딸이 둘이 있는데 새삼스럽게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에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 생각이 얼마나 옳았는지 느끼겟어요." "일전에 이아이하고 손잡고 온 여자애가 누난가보죠? 걔는 고등학생 나이정도 되어보이든데...터울이 많이 나는가봐요."

 

"딸셋을 낳았어도 남편은 달리 말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술만 한잔되면
남의 집 남자아이를 보면 머리도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그런데서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수 없었죠. 그런 어느날 임신이 된거에요. 혹시 또 딸일 까 싶어서인지 남편은 아이를 못낳게 하더라구요. 하지만 내가 고집을 부렸죠. 위로 두딸을 낳으면서 안면을 터 둔 주치의가 있었죠. 나는 절박한 상황이었는데도 그 의사분은 말씀을 안하시더라구요. 태아성별을 해주면 법에 저촉된다는게 이유였죠. 그러나 말 끝에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많이 드시고 애를 낳아 잘 키우세요.' 그러시는거 있죠. 그말을 들었을 때 의사선생님의 생각을 읽었죠.

 

아니나 다를까 아이를 낳아보니 아들인거 있죠?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가끔 내가 힘들어할때도 딸보다 나이가 어린  아들이 나를 챙겨줄 만큼 나한테 잘해요. 지금은 내가 이 집에 시집와서 내 할 일을 다 한거같이 뿌듯함을 느껴요. 만약에 나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여자를 보면 그런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무슨일이 있더라도 아들은 낳아야 자신이 기죽지 않고 살수 있다는거요." "네...""지금이야 내가 집에서 왕노릇하는걸요." 입가에 큼지막한 미소가 번지는 걸 보니 행복의 바이러스가 그녀주변에 가득한거같아  보는 이로하여금 즐거움을 선물받는거 같았다.

 

아들!!?? 꼭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그녀를 보면서 느꼈던건 딸을 놓고도 단산수술을 단행한 용기있는 많은 커플들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 중심에 친정 둘째오빠가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