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행복한 여자

정순이 2006. 8. 29. 12:03

 

그녀의 닉네임은 <행복한 여자>다 그말을 그녀로부터 들었을 때 ‘정말 그녀에게 어울리는 별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행복의 파랑새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고 있다. 아니 움켜쥐고 있다기보다는 둥지를 틀기에 더없이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에 행복의 파랑새가 떠나지를 않는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돈은 사람을 따라야지 사람이 돈을 좇으려고 하면 더 멀리 도망가는 습성이 있다’ 라는 아포리즘이 있다. 행복과는 반대의 개념이지 않을까 싶지만, 어디 부부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희생만으로 행복해질수 있을까. 남편이나 아내 서로 노력하고 늘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혼이라는 천형이 그들에게 형벌을 내릴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하지 않을까는 생각이다. 내가 유년시절 이웃의 부부싸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이 정을 나누며 사는 부부가 다시는 보지 않은 사람처럼 모진 소리를 하며 싸울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인프라 되어있었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보니 얼마나 설익은 생각이였는지....


결혼이라는 제도화된 테두리 안에서 사면초가에 몰려 적지 않은 난관과 장벽이 있음에 절망했던적이 꽤 많았다. 그렇지만 결혼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일탈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고 이런저런 생각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부창부수, 여필종부...물론 조선시대에서나 요구할 낡은 문자들이지만, 우리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대개 그런 생각이 바탕되어 남편을 위하는 태도에 소홀함이 없지 싶다. 같은 동네서 살다가 지금은 멀리 이사를 갔지만, 잊지않고 가게를 찾아주는 그녀가 정말 고맙다. 해서 냉커피 한잔을 그녀에게 내밀었고 이런저런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함몰되었다. 가끔 그녀의 부군은 아내와 같이 시장에 들릴때 가게에서 멀찍하게 서있다.


그녀 어깨 너머로 보이는 부군께 인사를 건네면 씨익 웃는걸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다. 항상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내에만은 지극정성이다. 부군은 사업으로 인해 항상 바쁘다. 해서 재정관리는 아내의 몫인데 아내가 어떻게 하는 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내를 믿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고 있으니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꽤 될것같으나 아내에게 다 미뤄두고 남편은 모른체 한다. 한번은 우스개 소리로 “ 내가 외도를 할 생각으로 돈을 빼돌리면 어떻게 할려고 관심을 갖지 않아요.”라고 앙살을 부려도 “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라...” 소귀에 경읽기 식으로 받아들이니 정작 답답해지는 건 아내쪽이다. 그집은 부부싸움이라곤 모르는 집안이다. 화가난 아내가 쫑알쫑알대면 남편은 묵묵히 듣고만 있다. 제풀에 꺾일때까지....그렇 유순한 남편도 불만이다. 아내인 그녀는 싸울때는 화끈하게 싸우고 싶은 데 남편이 대응을 해주지 않으니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다며 볼만을 터뜨린다.


그런 그녀가 쇼핑 가방을 몇 개 들고 들어왔다. “나는 여자들이 쇼핑 가방을 들고 백화점을 나오는 게 제일 부럽더라”며 그녀를 치켜세우자 “이래도 전부 남편 옷들이고, 자식들 옷들이지 내옷은 하나도 없어요. 나는 아직까지 시장표 옷을 사입는걸...” 그녀가 착한 남편을 보면서 깨우친 점이 있단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결혼하기전 막내로 자란 그녀는 유달리 부모로부터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 그러던 그녀는 결혼해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유난히 달콤한걸 좋아하던 그녀가 어느 날 늦은 저녁상을 물리고 디저트로 복숭아를 먹게 되었는 데 갑자기 남편이 “ 이 복숭아 아주 달다. 니가 먹어...”라며 자신의 입에 넣어주더란다. 그때 그녀가 가슴 밑바닥이 울컥하며 느낌을 받았든건 , 나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결혼하기 전 부모로부터 그런 사랑을 받았을때는 당연한듯 받아들였으면서도 자기 부모가 아닌 남(결혼초창기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이라고 생각할수 있는 남편으로부터 그런 사랑을 받았으니 코끝이 찡해졌을 것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그녀의 태도는 철없이 받기만 원했던 때와는 달리 나누어 주는것도 좋은 일을 하고 즐거워지는구나 라는 사실을 터득했다. 


아직까지도 저녁을 먹고 난 후 온천천 강변도로를 산책할때면 서로 두손을 꼭 잡고 다닌다는 그녀...자그마한 체구에 어디서 그런복이 깃들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행복한 웃음을 그칠 줄 모른다. 하루는 이런 일까지 있었단다. 하혈을 많이 해서 그녀는 남편과 같이 병원에 내원할 일이 있었는 데 남편은 복도에서 어떤 진단이 내려질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반면 아내는 치료받기 위해 치료실에 들어갔는데도 슬픈 표정을 짓지 않고 엷은 미소를 띄고 있으니 옆에서 눈여겨 보고 있던 간호사가 “뭐가 그렇게 즐거우세요?” “즐겁지 않을일이 뭐 있어야죠.” 라고 대꾸했다니....정작 바깥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남편의 표정이 너무 걱정스러운듯 해 간호사가 덧붙였다. “많은 부부들을 겪어왔지만, 부군처럼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만나보지 못했어요. 첫 인상은 아주 냉소적으로 보이든데...” “다들 그렇게 이야기 해요. 첫 인상은 아주 냉정해 보인다구요. 그렇지만 남편을 알고 나면 다들 말이 달라져요, 아내인 내보다 남편이 더 착하다구 그러는걸요.ㅎㅎ” 그런 그녀가 골다공증의 수치가 심해 병원에 다닌지 몇 년 만에 30대 젊은 사람들의 뼈만큼 건강해지고 수치까지  내려갔다는 의사의 진단이 냐려졌다. 의사가 덧붙인다. “아직까지 치료를 해본 사람들중에 이런 길지 않는 시일에 이렇게 수치가 떨어지는 건 보지 못했어요. 그 결과는 웃으면서  모든 걸 긍정적인 생각으로 산다는 것과, 늘 운동을 병행했는 게 많은 도움이 됐든거 같아요.” 라고...정말 그녀처럼 일소일노 라는 성어를 늘 삶의 빙의처럼 가슴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는 생각이 드는 정오의 한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