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이런 사실을 아세요?

정순이 2006. 8. 18. 12:17

지난 일요일(8월13일) 지리산 칠선계곡에 갔었다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같이 등산하기로 한 지인과 만나야 할 약속 시간에 늦어질까봐 연신 벽에 걸린 벽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체킹하면서 빠뜨린 물건이 없는 지도 확인했다. 빠짐없이 다 챙긴것 같아 서둘러 신들메를 고쳐신고 현관문을 나섰다. 현관밖에 나서니 남편이 현관문의 열쇠를 채웠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을 보는 순간 손목에 차고 있어야할 시계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들어가 손목시계를 가져나올까 하는 데 “휴대폰 폴드만 열면 시간을 알수 있잖아.” 시계를 가지러 갈려면 다시 등산화를 벗었다 신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망설이게 했지만, 약속시간에 지키기 그냥 떠나기로했다. 남편의 생각을 따르긴했지만, 배변 뒤에 휴지로 뒤처리를 하지 않은 거 같이 찜찜했다. 해서 가방속에 넣어 둔 휴대전화를 바지주머니로 옮겼다.  그러나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고속버스에 승차해 있을때는 버스기사분 정수리 위로 전자시계가 달려있어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걷기 시작할 때는 시간이 궁금할 때마다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전화를 꺼내 보는것도 여간 귀찮지가 않았지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었다. 


늘 습관처럼 시계를 착용하고 다녔지만, 시계줄로 인해 공기가 통하지 않아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트러블이 생기면서 여름에는 착용하지 않는다. 내 휴대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손가락에 꽂을 정도로 몇 명 되지 않아 전화를 걸어올 사람도 없어 휴대폰의 필요성을 느끼진 못하지만, 가끔 인터넷서점에서나 뭘 구입할 때마다 네 휴대 전화번호를 기입해야 할때마다 남편의 휴대폰번호나 아들의 휴대폰번호를 아르켜줘야할때마다 내 정체성은 없고, 남편의 이름아래, 아들의 이름뒤로 내가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울적해지곤했다. 어느 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나 소나 다 가지고 있다’ 는 그 흔한 휴대폰 하나도 나는 가지고 있지않다는데 대해 속이 상했다. 해서 구입하게 된 휴대전화는 내겐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되는 나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갑작스런 외출로 미처 거래처에 주문 전화를 하지 못했을 때, 아들과의 문제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마다 아주 요긴하게 활용되곤했다. 그런 생각이 바탕되어 휴대 전화는 늘 내곁에서 소중한 대접을 받는 개인소품 중 일순위에 등극되어있다.


칠선계곡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계곡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사람도 있었고, 바위위에 옆으로 누워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톤을 높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요구에 응해주고 난 후 남편은 “물에 들어가봐라. 사진 한 장 찍게...” 물에 들어가기 싫었지만, 남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조심스럽게 물에 들어갔다. 한 발짝 물에 들여놓으니 “좀 더 들어가봐라...” 다시 한 발짝을 들여놓자 디지털 카메라의 빨간 섬광이 빛을 냄과 동시에 피사체는 뷰파인드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물체로 남겨졌다. 물밖으로 나가려고 한 발짝을 옮기는 순간 갑작스런 물세례가 나를 향해 질주해왔다. 너무나 갑작스런 기습에 물밖으로 나갈려고 했지만, 시야가 물로 가려 저항 할수도 없었다. 그때 물속에 있던 다른 분까지 합세를 해서 내 손목을 잡고 물속으로 밀어넣었다.  완강한 남자 두분의 협공에 꼼짝없이 물세례를 받게 되었고,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휴대 전화는 침수되고 말았다. ‘아차‘하고 물밖으로 나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옆에 있던 지인은 “ 요즘은 휴대전화기가 침수돼도 수리가 가능해요. 옛날에는 물에 빠지기만 하면 고장난걸로 알고 다들 버리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우선 본체에서 베터리를 분리시키고 바짝 건조시키고나면 괜찮을꺼에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안심을 시켰지만, 불안한 마음은 영 가시지 않았다. 지인의 말에 따라 베터리를 분리시키고 바위위에 제법 긴 시간동안 건조시켰다. 집에 돌아올 무렵 다시 휴대전화에 베터리를 삽입시키고 집에 도착하자 말자 충전을 시켰다. 그러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침수된 휴대 전화는 충전을 시키면 안된다. 아직 다 건조되었는 지 모르는 상태에서 충전을 시키면 더 물과 전기외ㅏ 마찰되면서 고장을 일으킬수 있다는 것이다. 일면 수긍이 갔다. 휴대전화 배터리에 충전이 다 되면 빨간불에서 녹색불로 바뀐다. 액정화면이 뿌옇게 흐려져있다. ’안 되나보네...‘고장이 났다는 생각에 자꾸만 날 물속으로 밀어넣었던 분들이 원망스럽기까지했다.  이튿날 출근길 옆에 있는 대리점으로 갔고, 상황설명을 하니 “ 일단 침수되면 안 되요” “그래요? 그럼 해지시켜주세요.” 매장에 있던 다른 고객도 나와 같은 고장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에 들렀던 모양이다. “요즘은 할머니들도 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데 해지하면 불편해서 어떡할려구요? 이 참에 좋은 걸 하나 구입하시지 않구요.” “....” 해지를 한다면 휴대폰이 내 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매장직원에게 건냈다.

 

“이제 쓸모없을텐데 버려주세요.” 소중하게 다뤘던 휴대폰이 막상 내손에서 없어진다는 생각에 그 허전함은 말할 수 없을정도였다. 퇴근 길 해지요금을 들고  다시 그매장에 들렀고, 해지요금을 지불하고 내 휴대전화를 달라고했다. 비록 사용은 할 수 없지만, 버리고 싶진 않았다. 매장 직원은 한참동안 진열장 아래 상자안을 헤집는거 같드니 찾지 못했는 지 휴대 전화가 잔뜩 들어있는 두 개의 박스를 진열장 위에 올려놓았다. 박스 하나에 들어있는 휴대 전화는 수리할 수 없는 제품들인거 같이 흠집이 있어보였고, 내 휴대전화기가 들어있는 박스에는 그나마 수리를 하면 사용할 수 있는..그러니까 좀 깨끗해 보이는 것이 들어있었다. 내 휴대전화기를 찾아서 내 손에 건내주면서 “이것맞죠?”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내 휴대 전화기 액정화면에 붙여져 있는 견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침수‘ 그렇담 침수된 휴대전화는 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내용이다. 이미 해지 하고 난 후라  때는 늦었지만, 서비스센터로 가져갔다면 수리가 가능하지 않았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 전화기를 판매하는 매장에서는 침수된 휴대폰은 수리되지 않는다고하면 고객이 새로 구입하지 않겠나는 얄팍한 상술을 엿볼수 있었다. 이런 정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매장 직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을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