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누수....

정순이 2006. 7. 14. 12:53

 

하루를 경계로 수은주의 눈금이 오르고 내리는 수치가 극과 극을 달린다. 그저께까지만해도 쏟아지는 빗줄기에 서늘함마저 감돌드니 어제부터는 한 여름의 언저리에 걸려있다. 높은 습도로 인해 러닝머신의 작동마저 원활하지 않아 돌다서다를 반복하다 겨우 궤도에 진입했을무렵 전화벨이 집안의 눅눅한 공기를 자극한다. 한참 땀을 흘릴 때 흐름을 방해하면 조금은 짜증스럽다. 다행히 방학을 맞은 아들에게 전화를 부탁하고 계속 달릴 수 있었다. 관리실에서 누수로 인해 집에 방문하겠다는 아들의 전갈이다.


작년부터 아래층 천정에서 물이 샌다는 말이 있긴 했으나, 너무 큰 공사가 될거 같아 차일피일 미루다 여기까지 오게 된것이다. 달포 전 인터폰을 매개로 해서 아래층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와 통화를 하게 되었고,  집 열쇠를 자신한테 좀 맡기고 출근 하라는 부탁을 했었다. 퇴근 길에  열쇠를 가지러 아래층에 들렀드니 정말 가관이 아니였다.  방바닥에는 아예 작은 프라스틱 용기에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옆 모서리에는 장판이 들려진채 퀴퀴한 곰팡이 냄새의 악취가 후각을 자극해왔다. 심각해보였다. “정말 심각한데요. 상황이 이런데도 반응이 없단 말이에요?” 할머니와 공분을 나누며 집으로 올라왔다. 만약에 내가 그같은 경우라면 전화가 불이 날 정도로 채근을 헸을 터인데...


그러나 일반 가정집도 아니고, 공동주택인 아파트 단지라 엄두가 나지 않았든지 몇 번의 민원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드니 장마철을 앞두고는 안되겠다싶었든지 사전에 아무 언질도 없이 전화를 하고 바로 올라오겠다는 것이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고,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건 10시 쯤 되면 다들 출근해버리고나면 집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마음이 조급했던 모양이다. 해서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가벼운 옷차림으로 있다가 황급히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잠시후 인터폰이 울리고 관리실 소속인 아파트 기사가 객쩍은 표정으로 현관문안으로 들어선다.


“죄송합니다. 운동하시는 데 방해를 한거 같아서요.” 낯선 얼굴이다.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온지 5년 째 접어들었는데 3번 째로 승선한 기사였다. “아니에요, 어디서 물이 새는지 원인을 밝히는 게 우선 아니겠어요? 아래층에 가보니 장난이 아니더구만요.” “그렇죠?저도 엊그제 가보았는 데  심각하더라구요.” 집안에 있는 모든 수도 꼭지는 다 잠궈진 상태에서 수도 계량기를 들여다보드니 계량기 유리안 빨간침의 움직임이  미세하게나마 돌아가고 있는걸 보면, 어디선가 누수가 되고있다는 뜻이다. 목욕탕에 샤워기 연결 부분이나, 세면대 수고 연결 부분을 확인을 해보아도 누수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는지 두손을 들고 만다. “이건 사람의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구요,  장비를 갖고와야 될거 같아요.” 그말을 남기고 아파트 기사는 가버렸고, 얼마 있지 않아 관리실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혹시 아는 사람 중 누수 전문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고, 괸리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일만분의 일이라도  자신들이 누수전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불러 공사를 했을 경우 가격으로 인해 마찰이라도 생길까 싶어 몸을 사리는 듯 싶었다. 전혀 아는 사람이 없다는 나의 말에 아주 조심스럽게 어느사람을 추천했고, 내 전화번호를 확인한 다음 그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방문하라고 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가방속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청바지에 넣어두었다. 행여나 진동이 울려도 받지 못할까는 생각에서였다. 늦은 오후 청바지 속에 들어있던 휴대전화가 진동음으로 단말기가 덜덜거렸다. 폴드속을 들여다보니 낯선 번호였고, 슬라이드를 올리자 낯선 음성이 “00아파트 000호에 사시는 분 맞죠?”

 

“네...누수 때문에 전화하셨나보죠? 비용은 얼마나 들거 같아요?” 지난 번 시댁에서도 누수로 인해 공사를 재개했는 데 그 비용이 꽤 들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터라 가격부터 알고 싶었다. “35만원 정도 들거 같아요. 장비를 갖고 가서 하루종일 일을해야하고....” 사족처럼 부연설명을 곁들인다. 생각보다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들은 하루 일당치고는 3십만원대를 이야기 할려니 하루일당의 상징성이 부각되었던 모양이다. 일단은 남편과 의논하고 전화를 드리겠다는 말을 하고  폴드를 닫았다. 부실공사로 인해 목욕탕 천장이나 거실 천장 곳곳에서 누수의 얼룩이 남아있고, 앞 베란다 벽이나 뒷쪽인 테라스 벽에도 곰팡이가 쓸어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부실공사로인해 누수가 되고있다면 당연히 공사업체가 부담을 해야할 거 같은 데   입주민이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데 정말 속이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