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어디 참한 색시 있으면 중매 한 군대하세요.” 가게를 하고 있으니 가끔 이런 부탁을 받곤한다. 물론 농담이 가미된 진담이겠지만, 아직 한번도 진지하게 그들의 부탁에 응한적은 없었다. 그만큼 중간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는 걸 아주 오래전에 뼈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난 중매에는 자신 없어요.” 라는말로 아예 발을 들여놓으려하지않는다. 그말의 내면에는 아주 오래 전의 기억이 중첩되어온다. 자신의 딸의 나이와 어느 직장에 근무한다는 어느 고객의 딸과 큰오빠의 장남인 친정조카와 연결시켜보려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무산되고 난 후부터는 아예 媒子라는 보통명사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물과 기름과의 관계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옛날에는 부모님이 정해주는 배필과 혼사를 치렀지만, 요즘은 아예 부모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연애를 하는 경향이 많다. 해서 말주변이 없는 미혼인들이나 결혼에 무관심 한 사람은 결혼적령기를 넘기기 일쑤고, 종래에는 부모에게 의지하게 된다. 부모가 사회활동으로 인맥이 두텁다면 그나마 도움을 받을터이지만, 그렇지않다면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자신의 중매는 자신이 선다.‘ 말이 있다. 그말의 의미를 인수분해해보면 결국은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본인은 가만히 있어도 뚜쟁이들이 설쳐될 것이라는 뉘앙스가 함축되어있다는걸 알수 있다. 그녀도 ‘밑져봐야 본전‘ 이라는 생각이 인프라되어있겠지만, 나 역시 건성으로 들어넘기곤한다. “일전에 사귀는 아가씨가 있다는 말을 들은거 같은데요?” “그랬죠, 그러긴했는데 사정이 있어서요.”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되묻고도 싶었지만 그녀의 눈길에 내눈을 얹는걸로 암묵적요구를 한 셈이다. “오래 전에 그러니까 그아이 부모와 상견례를 하려고 날을 받았더랬어요. 그런데 우리집에 어느 승려가 온적이 있었어요. ” 탁발승인거 같았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답답해 보이는 회색빛 두루마기를 걸치고 목탁을 두드리며 집집마다 시주하러 다니는 승려다. 우리가게에도 하루에 몇 사람이나 들릴만큼 승려들이 많이 오는편이다.
“마침 이웃사람들도 놀러와 놀고 있었는데, 스님이 오셨기에 가볍게 아들 생일을 말하고 궁합이 어떤지 한번 봐달라고 했드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거에요. 사귀는 아가씨와 결혼을 하게되면 몇 년 이내에 아들이 죽는다는 점괘(?)가 나오지 머에요. 그말을 듣고 나니 기분도 찜찜하고해서 몇 몇 사람들한테 물어보았어요. 물론 점술가의 말을 다 믿는건 아니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결혼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더라구요. 난 그런 생각이였어요. 아들이 사귀는 여성을 집에 데려오면 마음이 좀 들지 않더라도 성사시키고 축복해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아가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어요?” “얼마전에 이야기를 했었어요. 도저히 이 사실을 숨긴채 아들하고 헤어지게 할 수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가씨하고 같이 철학관에 갔었죠.그아가씨도 그 이야기를 듣자 아무말을 않더라구요. ” “그 상황에서 무슨말을 하겠어요. 사귄지는 오래되었어요?” “그러니까 아들이 대학 졸업할 때 알게되었으니까, 4년 정도 되었네요.” “정이 많이 들었을텐데....”
“아들도 그 아가씨와 헤어지기 힘들었든지 둘이서 다른 철학관에도 가 본 모양이더라구요.거기서도 마찬가지 점괘가 나왔으니 아들도 생각이 달라지든가봐요. 그 일 이후로 만나는 횟수가 줄어드는거 같았고, 요즘은 거의 만나지 않는거 같았어요. 하루빨리 다른 아가씨를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번 이런 일을 겪었으니 두 번 다시는 이런일은 겪지않을꺼에요. 아직 막내를 결혼시키지 않았는데 , 막내가 결혼할때는 철학관부터 가봐야겠어요.” 경험만큼 많은 걸 깨닫게 해주는 교과서는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잡았던 손을 놓아야하는 그들의 심정은 듣지 않아도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하루빨리 서로에게 좋은 배필이 나타나길 소원해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