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기우!?...^^

정순이 2004. 6. 3. 12:50

 

집배원이 던져주고간 한통의 엽서를 보고 모처럼 활짝 웃어보았다. 매번 엽서가 올때마다 모임에 참석하라는 간단한 텍스트만 주를 이루곤 했었다. 그런 어제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애교스러운 협박적인 아티클이 자꾸만 웃음짓게 만들었고, 혼자보기가 아까워 컴앞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이것 함 보세요~" 남편에게 건내주고도 연신 속웃음을 지었다. 벌써 동창회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횟수도 제법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매번 보내오는 엽서에 저으기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 두 번 모임에 참석하라를 엽서를 보내보고도 내가 참석하지 않고 반응이 없으면 그만보내면 부담이 적을텐테 외면하지 않고 매번 엽서를 보내오는 걸 접할 때면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어제 는 이번 6일 현충일날 <거제도>에 있는 친구집으로 가기로 하루일정을 잡은 모양이다. <거제도>에 살고 있는 동창생에게 연락을 했드니 반색을 하며 오라는 전갈을 받았단다. 이번 엽서를 받아들고서도 모임에 참석하진 않을거라는 생각으로 남편에게 엽서를 건냈었는데, 의외로 남편은 내가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줄 안 모양이었다.

 

"갔다와." 느닷없는 남편의 말에 귀를 의심하며 다시 되물었다. "네?" "갔다오라구," "정말이예요? 혹시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거 아니예요?""그럼 동쪽에서 뜨면 안가겠네." "@@@"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남편의 허락(?)이 떨어졌다. 은근히 남편의 기분을 맞추어준다. "현충일이면 다들 놀러가려던 일정도 자제를 해야하는데 그 친구들은 어떻게 된건지 현충일날을 택할게 뭐야, 전화를 해서 한마디 할까요~?"  

"그래바라, 생각이 있는사람들인지 한번 말해바라..."

 

연전이든가 가게에 들리는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나와 나이가 동갑이었지만, 다른 친구는 5살이나 아래다. 마음이 맞아 셋이서 만나게 되는 날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길어지곤 했다. 그런 어느날 모처럼 셋이서 만나게 되었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하던 한 친구가 노래방에 한번 갔다오자며 조심스럽게 말을 해왔다. 딴은 괜찮다 싶어 남편에게 말을 하게 되었고, 남편의 반응은 '시장시간'이라는 이유를 대며 보내줄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한번 좌절을 겪게되었고, 또 얼마후 다시 가게에서 만난 두친구는 또 다시 노래방 갔다오자며 의기투합을 했다. 지난번에는 내가 남편에게 부탁을 해서 안들어주었지만 이번에는 친구가 말을 하면 설마 거절하기야 하겠나며 자청하며 선봉대에 섰다, 그러나 역시였다. 노래방에서 1시간만 스트레스 풀고오겠다 며 세 번에 걸쳐 부탁을 해도 거절했던 남편이었다.

 

또 다른 친구가 하나있다. 사진관 할 때부터 우리가게 단골이었으니 꽤 오랫 동안 할고 지내는 친구다. 그 친구는 동회직원들과 모임을 만든 단체에 가입하라는 말을 한적이 있었다. "정순아, 우리 모임에 가입할래?" " 내가 시간이 어딨다고 그래? " "시간이야 만들면 되지 않어? 잠시 남편한테 맡겨두고 참석하고 돌아와 가게보면 되지않어?." 시간이 없다는 말로 친구의 요구를 거절하곤 하지만 그래도 집요하게 말을 해오면 남편을 끌어들인다. "남편은 내가 밖에 나가는걸 원하지 않아." " 이 바보야, 니가 자꾸만 남편의 뜻을 어기지 않을려니 그렇지, 몇번만 니 고집대로 밀고 나가봐, 남편의 생각이 달라질걸, 우리 와이프는 바깥에 내놔도 아무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면 와이프가 밖으로 놀러나가도 걱정을 안하게되거든, 집집마다 처음에는 남편들이 아내들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려고 해, 혹시나 바람이나 나지않을까 염려되서지 워낙 메스콤에서 많이 떠드니까 말이야... ,"

 

 "내 나이가 50살이 넘으면 바깥에 내보내준데. 그때 나다니지머, 굳이 남편생각 어기면서까지 내 주장내세우고 싶진 않아, 내 외출로 인해 남편과의 싸움은 원하지 않거든." 내 생각이 바뀌지 않자, 그친구는 자신의 모임을 피알하기 시작했다. 동회직원들하고 모임을 만들었다는것과, 봄 가을 때는 야유회를 꼭 간다는 것... 회원이 35명이나 되며 요즘같이 다들 살기 바쁜 세상에 애경사가 있을때는 모든 회원이 앞장서서 일을 거들어 주기까지 하는 아주 좋은 모임이라며  가입하라는 말을 해왔다. 다들 바쁜 삶을 살아가기에  친척이라고 해도 선뜻 달려와 주겠느냐는 말로 나를 자극했다.

 

정말 그렇다 내 이름으로 된 모임이 하나도 없는 나로써는 아들 결혼식에 하객이 없을꺼라는 생각을 해보면 아찔해지기까지 한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간 며칠 후 내 생각을 꺾지못한 그 친구는 남편에게 접근한 모양이다. 일을 하고 있었던 나는 남편의 태도가 어떻게 나올지 예의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오선지 위의 주파수를 오르내리며 친구가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남편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둘이서 어떻게 해결을 할건지 마른침을 삼키며 잠자코 있었다.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때  남편은 바디랭귀지로 그친구에게 더 이상 말을 하지말라며 손사래를 친 모양이었다. 그 친구가 다음말을 잇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칠뻔 한 서건(?)이었다. 타고난 특유의 활달한 성격으로 남편의 팬터마임했던 조금 전의 행동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왜 그러세요?민규엄마 집에만 가두어 놓지만 말고 좀 풀어주면 안되요? 왜 그렇게 몸짓 발짓으로 하고 그러세요? 얼마나 좋은 단체인데..."하고 따지듯 친구는 일갈 했지만 그래도 꿈쩍도 안한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하루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이번모임에 갔다오라는 말에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