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빙자한 테러
그녀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첫째는 부군의 부재부터 확인하게되고, 두 번째는 그녀의 기분을 살핀다. 물론 남편이 없을꺼라는 시간을 맞춰서 전화를 걸긴하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부군의 부재를 확인부터 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녀의 기분을 살피는 건 그날 컨디션에 많이 좌우되는 그녀의 목소리가 가라앉아있으면 영락없는 남편과의 불화가 있었을꺼라며 미루어 짐작하면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건 전혀 아니다. 다만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과 다를 뿐이다. 한 시간의 외출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그녀남편....어쩌다가는 목욕탕이지만, 더 시설이 잘 되어있는곳으로 가면 영락없이 남편의 시비가 기다리고 있단다. “아니, 가까운 목욕탕을 두고 왜 멀리 가누? 혹시 숨겨둔 남자라도 있는거 아냐?” 라는 둥....외출했다가 조금만 시간이 넘어도 영락없는 남편의 질책을 받아야한다. 외출이라고해봐야 자신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회친구 한 사람이 백화점 구경도 시켜주고 고급 음식점에 들어가 문화도 누린다는 그녀....
그녀나이 50세 이제 자기만의 공간만을 가질 나이도 되었건만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은 남편의 감시망을 벗어날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가정에 소홀히하고 외도에 눈길을 돌린다든가,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감시는 조금도 빈틈을 주지않는다. 어쩌다 친구들하고 모임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무리 소중한 만남이라도 뿌리치고 남편의 끼니 걱정이 되어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버린다는 그녀....그런각박한 삶을 사는 데도 그녀 남편의 불만은 그치지 않는다.
그나마 그녀가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건 아이들 때문이다. 두 살 터울인 두 아들이 번갈아 가면서 엄마한테 잘한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두 형제가 용돈을 모아서 계절이 바뀔때마다 옷을 사주기도하고, 생일만큼은 잊지않고 챙겨주고, 작은 소품하나라도 백화점에 들러 집에 있는 엄마를 불러낸다니....얼마나 기특한가...그녀의 몸에 걸쳐있는 여러가지 장신구는 아들들이 다 사준거라며 자랑을 한다. 그녀는 자신에게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을만큼 성실하고 알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남편의 불만이 많다. 무슨 이유인진 모르지만 스스로를 자신의 폐쇄된 공간속에 가둬두고 자신의 잣대로 아내의 행동이나 말에 재단을 하지않나는 생각이다.
그런 그녀가 작년에 자살을 기도했다. 내가 옆에서 봐도 삶을 영위해나갈 이유를 못 찾을 것 같았는데 성격이 예민한 그녀는 오죽했을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알싸해진다. 그런 일이 있고난 후 그녀 남편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지는가 싶드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예전의 그 자신으로 돌아가버렸다. 주변의 사람들은 남편의 생각을 많이 존중해주라고 하지만, 하는 행동이 너무 유아적이라 일소해버리고마는데서 부부갈등이 심해지는 진 모르겠다.
친정에 무슨행사가 있어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그녀...친정에서 남편이 술을 마시고 난 후 추태를 한번 부리고 난 후부터 남편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시는 친정에 가지않겠다고 맹세해버렸다는 그녀....행여 다시 친정에 갔다가 그런 행동이 은연중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녀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을터이다. 서로 반목과 팽팽한 생각이 긴장감과 불안감으로 도출되는 부부갈등....그들을 보고 있으면 항상 부비트랩을 몸에 지니고 전쟁에 뛰어든 戰士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그 부비트랩은 터져버리게 되는 폭탄. 그런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하는 그녀....
남편이 술을 그다지 많이 마시진 않지만, 어쩌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불안과 초조의 시간을 보낸다는 그녀....부부란 무엇일까? 아내는 남편이 너무 유아적행동으로 실망감을 안겨주고말았고, 남편은 아내를 행여나 딴곳으로 마음이라도 돌릴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 이 부부의 안타까움이 내재되어있다. 이 부부가 웃음잃지않는 모습만으로 인생을 즐길 행복은 진정 없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