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troy)영화를 보고나서...
택시를 타고 15분 거리안에 영화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난 이후부터는 가끔 신문아랫쪽에 영화포스트에 시선이 머물곤 한다. 오래 전, 그러니까 명절 때 하루에 두편씩 너댓편의 영화를 보고난 후 이번이 세번째 나들이다. 그러니 영화를 본다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빈약하다. 볼때마다 느끼는건 자주 와 질 것 같지만 여의치 않은걸 보면 나자신의 게으름에 변명할 여지도 없다. 일전에 남편이 <패션 오브 크로스> 라는 영화를 보러가자는 말도 하긴했지만 그 당시가 지나고 나니 기억의 저편으로 희미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어제...
"민규아빠, 신문 하단에 영화포스트가 났는데 <트로이>를 한다는데 우리 보러갈까요?" 기회만 생긴다면 바깥에 나가는걸 좋아하는 남편이 거절할리만무다. 가까이 다가온 남편도 영화포스트를 보더니 " 재미있겠어네, 그럼 오늘 보러갈까?" 말을 끝내기가 바쁘게 컴앞으로 다가간 남편 이전에 몇번 '오투시네마' 사이트를 기웃거렸던 기억을 더듬으며 북마크 되어있나를 두리번 거려보드니 보이지 않아 검색을 하고 그 사이트로 들어갔다. '트로이' 영화가 상영하는 시간은 7시와 10시 였다. 가게를 마치고 볼려면 10시에 상영하는 프로를 봐야할 것 같았고, 예매를 하기 위해 사이트 하단에 보이는 '예매하기' 옵션을 클릭했다. 인터넷 예매를 한다는건 시간과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편의를 제공한다는 프리미엄이 붙어서인지 천원이라는 요금이 추가되어있는게 아닌가. '인터넷수수료' 라는 명목으로...
아직 좌석은 많이 남아있는 듯했다. 그정도 남아있는 좌석이라면 상영시간 얼마전에 예매를 해도 볼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았다. 일전(명절)에 갔을때는 제법 많이 남아있는 좌석을 확인하고 출발을 했었는데도 영화관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매진이 끝났을 때를 생각하면 오늘역시도 그럴지 모르겠다며 9시가 조금넘어서 바로 출발했다. 도착하니 시간이 꽤 남아있었지만 매진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서둘러 3층 매표소로 올라가 예매부터 끝냈다. 아직 많은 좌석이 남아있었다. 아마 평일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상영할 시간까지 기다릴려면 무료하게 기다려야한다는 생각에 다음부터는 영화를 보러올때는 평일을 택해야 한다는것과 상영시간 조금전에 도착을 해도 영화를 볼수 있겠다는 욕심까지 생겼다. 밀폐된 공간에서 상영히간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잠시만이라도 시원한 바람이나 쐬고 들어오자는 생각을 공유하며 밖으로 나온 우리부부는 건물 외벽에 조성되어있는 화단옆 난간에서 잠시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다.
수세기를 거쳐 전해져 내려온 전설, 복수를 위해 왕을 전쟁에 부름을 받은 전사,왕을 배신한 왕비 사랑이 목숨걸 가치가 있다면, 이보다 더한 전쟁은 없다. 인간은 늘 전쟁을 해왔다. 권력을 위해, 영광과 명예를 위해, 그리고 때로는 사랑을 위해...
블록버스트..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3200년 전의 그리스 시대, 다른 나라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발단이 된다. 두 나라와의 싸움에 앞서 한가지 제안을 한다. 서로 패한쪽은 승자한 쪽이 원하는데로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서로의 나라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으로 지명되어있는 사람을 호명한다. 구척장신의 헐크모습을 한 남자가 광장으로 걸어나올때는 운집해있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그에 맞서 대적할 사람을 호명했으나 대답이 없다, 쥐죽은 듯 고요함이 심리적싸움에서 이미 밀리는 듯 했고, 조롱하듯 비웃어댔다. 그 자리에 나왔어야 할 사람은 신의 아들이라고 까지 한 "아킬레스"였다.
왕의 사신은 급하게 말을 달려 '아킬레스'의 움막을 찾는다. 앳돼보이기까지한 한 아이...크다란 눈을 깜박이며 얼굴을 들이밀고 움막안으로 들어가보니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정사를 끝내고 나른한 듯 잠자고 있었다. "저기요." 왕의 밀사를 받은 그 소년은 '아킬레스'를 깨워 전장으로 보내라는 복명을 받았지만 그 평화스러움이 부서지기라도 할까봐 들릿듯 말 듯한 작은소리로 나직히 말했다." 지금 급히 가셔야겠는라데요."눈을 뜬 '아킬레스' "아직 날이 밝지않았어. 날이 밝고 난 후에 다시 찾아와" 왕의 부름을 거절하는 용기..오만하기까지 한 그의 배짱에 "벌써 날이 밝았는걸요." 로 대꾸한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은 '아킬레스'는 말을 달려 전장에서 일전을 벌리지만 ‘아킬레스’가 나비같이 날라 벌같이 내리꽂는 칼에 한방에 쓰러지고 마는 상대.... 싱거워보이기까지했다. 그로써 ‘ 아킬레스’ 의 용맹함은 더욱 더 빛을 발한다 . 싸움에 승리한 나라에서는 축제가 벌어졌다. 그날 밤 축제의 분위기를 피해 침실로 돌아온 스파르타 왕비 앞에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 가 나타난다.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있던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 와 ‘파라오’ 와의 키스는 두 나라간의 큰 전쟁의 서막을 울리는 기폭제가 된다. 가장 잔인하고 불운한 사랑에 빠지고 만 비련의 두 주인공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 사랑에 눈 먼 두 남녀는 트로이로 도주하고, ‘파리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왕은 자신의 형인 ‘아가멤논’과 함께 모든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규합해 트로이로부터 헬레네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일으킨다.
트로이 정복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불세출의 전쟁 영웅 ‘아킬레스’ 뿐. 인간 중에는 당할 자가 없을 만큼 초인적인 힘과 무예를 가진 아킬레스는 모든 적국 병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킬레스는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의 여사제를 아가멤논 왕이 빼앗아가자 몹시 분노해 더 이상 전쟁에 참가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칩거해버린다. 아킬레스가 전의를 상실하자 연합군은 힘을 잃고 계속 패하게 되고 트로이의 굳게 닫힌 성문은 열릴 줄을 모르는데… 금지된 사랑은 한 나라의 문명을 파괴시킬 만큼 거대한 10년간의 전쟁을 일으키고, 자존심을 건 양국의 싸움은 피바람 날리는 전쟁터에 불멸의 신화를 탄생시킨다.
자신이 왕으로 모시고는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칩거하고 있는 ‘아킬레스’ 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한건 사촌동생의 죽음이었다. ‘아킬레스’의 갑옷을 입고 자신이 ‘아킬레스’라며 싸움을 자초한 사촌동생과 ‘파리스’의 형은 일전을 벌린다. 그 싸움에서 ‘아킬레스’의 사촌동생은 처참하게 목숨을 잃는다. 목에 선혈이 낭자한 걸 차마볼수 없었던 ‘헥토르’는 다시한번 가슴에 비수를 꽂고 난 후 투구를 벗긴다. 아!오욕의 나이여. ‘아킬레스’ 라 생각했던 ‘헥토르’는 앳된 소년의 모습으로 죽어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절망한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사촌동생을 본 ‘아킬레스’ 는 사촌동생의 장례식을 치루고 난 후 한필의 말과함께 트로이로 들어간다.
자신의 사촌동생을 무참히 죽인 ‘헥토르’를 죽이기 위해서다. ‘헥토르’를 죽인 ‘아킬레스’는 말 뒤에 밧줄에 시신을 묶어 득의에 찬 웃음으로 귀환한다. 늦은 밤 한 늙은이의 방문을 받는' 아킬레스' 그의 움막을 찾아온 사람은 다름아닌 ‘헥토르’의 아버지다. “아킬레스, 그대는 정말 용감했었오, 내 일찍이 그대의 용맹함도 알고 있었다오, 그대의 부친은 32살에 요절하셨다는것도 알고 있소, 자식의 죽음을 보지 않고 돌아가신 그대의 부친을 생각하면 참으로....” 그말을 들은 ‘아킬레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넘겨주며 장례식을 치르는 12일간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다.
그 난공불락의 요새인 트로이가 무너진건 12일간의 장례식이 끝난고 난 뒤 사막 한가운데 낯이 선 목마가 보였다. 모든 사람들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며 철통의 요새안으로 옮긴다. 이윽고 밤이 되기 무섭게 ‘아킬레스’와 스파르타의 군사들은 목마안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온다. 그리고 신전 안 곳곳에 불을 붙인다. 타오르는 불길속에서도 한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아킬레스’ 잠시동안 마음을 줬던 트로이의 여인...‘파리스’의 사촌여동생...둘은 가까스로 만났지만 ‘파리스’가 당기는 화살시위가 '아킬레스‘의 무릎을 관통한다. 한번 두 번 세 번.....쓰러지는 ’아킬레스‘....
그의 어머니는 '아킬레스'를 죽지않는 신으로 만들기 위해 물에 담구지만 그의 발목부분만은 담그지 못했기에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비운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