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종량제 실시로 빚어진 에피소드
몇 년 전 처음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 될꺼라는 이웃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메머드급 뉴스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은 매달 개최하는 반상회에 참석했다가 통장님을 통해 들었던 모양이다. 재치와 위트로 좌중을 웃기곤 하는 웃음제조기로 인정을 받는 사람이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귀는 그 사람에게 쏠려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의 진원지가 오류를 일으켰을꺼라며 도리질을 해보다가,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혁기적인 발상에 국민 모두들이 동참을 하면 적지 않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종전에는 프라스틱 용기에 쓰레기를 버리기만 하면 돼 버리지 않아도 될 물건들을 쉽게 버리는 경향도 있었고, 비닐은 몇 십년동안 썩지않아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후에야 알수 있었을 만큼 무지했다.
비닐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과, 비용이 따로 든다는 사실과 일자리를 잃어버리게되는 쓰레기 수거업자들을 생각한다면, 잘못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 국민들의 호응을 받으며 자리매김 됀 쓰레기 종량제다. 처음에는 쓰레기 종향제 비닐에 모든걸 담아두기만 하면 다 수거를 해 갔다. 한 여름 전신주 앞에 내어놓은 쓰레기 종량제 비닐에서 흘러나온 음식물 침출수가 거리를 더럽혀 눈살을 찌푸리곤 했는 데, 다시 자기 집 앞에다 쓰레기를 내놓는 문전수거로 깨끗한 거리로 바뀠다. 그래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아직까지 전신주 앞에 쓰레기를 몰래 갖다놓는 사람들도 있다.
엊그제 가게에 들린 그녀는 며칠 전 밤에 있었던 일을 상기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킥킥 거렸다. “ 음식물 쓰레기는 일주일에 한번 씩 수거해간다는 건 알고 있죠?” 자리에 앉기가 바쁘게 생뚱맞은 말로 서두를 꺼냈다. 재래시장에서는 쓰레기를 따로 분리를 하지 않고 종량제 비닐에 넣어두기만 하면 다 수거해간다. 일반 가정집보다는 좀 수월한 면이 없지않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종전에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전과 다를 바가 없게된다. 정부의 취지에 역행하는 꼴이고, 쓰레기 종량제 비닐을 만드는 업자와 정부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고 만것이다. 귀찮다는 생각과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아도 수거해간다는 편리함에 길들여져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도 같은 비닐에 넣어버리게되는 결점이 있다.
똑소리나게 살림살이를 잘 할것 같은 그녀는 쓰레기분리도 철저하게 한다.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사람들이 육안으로 분별할수 있게끔 투명한 비닐을 사용한다든가, 프라스틱 용기중 야쿠르트병이나 음료수를 먹고난 PET병, 진간장 병도 따로 분리를 해서 하는 모양이다. 통장이 나눠준 쓰레기 분리수거 메뉴얼대로 따라하는 모범국민인 셈이다. “오래전에 음식물 쓰레기 통이 파손돼 다시 하나를 통장님으로부터 얻었거든요. 그런데 또 뚜껑이 파손됐지머에요.
그러니 이름을 적어 넣어야 하는 공간이 없는거에요. 미리 음식물 쓰레기통을 준비 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해보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버렸고 수거해가면 너무 고마운거고 수거해가지 않으면 어쩔수 없이 일주일 동안 악취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그래서 묘안을 짰죠. 16절지에 못 쓰는 글이지만, 크다랗게 ‘ 이름표를 넣어두는 공간이 파손돼버려 이름표를 넣어두지 못했어요.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테니 수거해가시면 너무나 고맙겠어요.’ 라구요. 혹시 못난 글씨라 보지 않으면 어떡할까는 생각, 혹시 종이가 바람에 날려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샐룰로이드 테이프로 단단히 붙여두었죠. 그런데 그날 쓰레기를 다 수거해간거 있죠?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통에 이런 글귀가 남아있지 머에요?
‘다음에는 두장의 이름표를 넣어두세요.’ 라구요. 그 내용을 보는 순간 코끝이 징해지는 거 있죠? 명절 때마다 수고하신다고 얼마간의 돈을 드리곤 했었지만, 항상 수고하신다는 생각에 작으나마 보답을 하자고 드렸었는데, 그게 덕을 본 모양이에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는지 모른다. 그녀의 톡톡 튀는 발상의 재치에 혀가 내둘렸다. 항상 택시를 탈 때도 어느정도 기반을 잡은 개인택시보다 영업용을 고집한다는 그녀,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집이 있어 집앞에까지 태워다 달라고 말을 못하는 양심있는 그녀, 물건을 싣고 택시를 타면 어쩔수 없이 집앞까지 갈 수밖에 없어, 거스름돈은 받지 않는다는 살아있는 양심의 소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