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링’이라는 어감이 미치는 힘
가게 있을 때마다 윈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아침에는 조용한 음악이 점심을 먹고 난 후 졸음이 밀려올 때는 신나는 음악을 선곡하곤 하지만, 것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라야지만 가능하다. 신문의 아티클이 머리에 집중되지 않는다든지 할때는 음악이 소음으로 들려 볼륨을 낮추지만, 음악이 주는 즐거움의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귀중한 역할을 한다는데 이의를 달고 싶지 않을만큼 음악을 즐겨듣는다.
그런 엊그제 Al Green 의 Lead Me on의 음악이 흐르면 중간 쯤 ‘Take it darling ’ 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컴앞에 앉아 신문을 보던 남편이 “달링?“ 이라며 가까이 다가왔다. 처음 보는 행동이라 우습기도 해 손을 가리고 웃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만 좋은 척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호호호“ 로 반색을 하는 내 행동을 보고는 ”달링이라고 하니 그렇게도 좋아?“
”물론이죠“ 물론 나의 웃음이나 행동이 조금 과장된 반응이라고 지레짐작을 했을지 모르지만, 좌우지간 ‘달링‘이라는 언어는 좋다라는 뉘앙스로 들리길 원했다. ’달링‘ 이라는 언어의 유희가 주는 힘은 실로 대단했다. 자신의 술안주가 필요할 때 ”달링, 나 머머 먹고 싶은데?“ 라는 말로 나의 생각들을 결박해버릴때도 있었고,. 평소 때 귀찮아하는일을 주문할 때는 어김없이 ’달링’이라는 말로 선택의 여지를 나포해버린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말을 할때마다 쑥스럽긴 한지 모호한 웃음을 머금는다. 장난끼가 담겨있다는걸 알지만, 눈을 흘기며 남편이 원하는 걸 들어준다. 그런 오늘 아침 역으로 내가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할 때나 퇴근할 때 양손에 물건 드는걸 꺼려하는 남편 때문에 여간 속상해 하지 않았다. "이거 나중에 퇴근할 때 좀 가져오세요.” ”남자인 내가 우째 양손에 멀 들고 다니노?“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도 가볍게 거절을 해버리는 남편의 냉정함이 여간 서운하지 않는다.
아내들은 남편에게 많은 요구를 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데서도 고마움을 느끼고 사랑을 확인하려곤한다. 남편이 원하는 물건이 남편의 손이 닿기 쉬운곳에 있다면 굳이 멀리 있는 아내를 불러 요구하기보다는 자신이 해버리는 그런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을 원한다는 걸 남편들은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실지 행동에 옮기진 못하는 모양이다. 가부장라는 절대 권력에 아내라는 사람이 도전장이라도 내려한다는 생각이 인프라 되어있어서인지, 내지는 ‘그래도 내가 남편인데 ‘ 하는 사대주의 사상에 기대려는 나약한 행동인지 모르지만, 남편들의 그런 행동에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아내들은 남편이 이방인처럼 느껴지는지 모른다.
출근하든 남편은 현관문 앞에 놓여있는 종이 가방을 보자 “ 들고 나갈꺼가?” “네, 그것만 들고 나가면 되요.” “잘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할 때는 어떤 물건이라도 군말없이 들고가지만 걸어서 출근할 때는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손에 들어랴 할때는 꼭 한마디씩 하곤한다. 러닝머신을 뛰고 있던 나는 속으로 씨익 웃으며 “달링~~” 등산화의 신들메를 고쳐매던 남편이 피식하고 웃는다. 자신이 뱉어낸 말에 아내가 역으로 이용을 하고 자신이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여간 <달링> 이라는 언의 유희가 주는 힘은 실로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