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짝짓기 계절?

정순이 2006. 4. 13. 11:15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다 받으며 인기절정이던 벚꽃이 비의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거리를 어지럽힌다. 봄의 정령이 다녀가고 벚꽃이 핐다는 소식을 들은지가 며칠 되었지만, 그저께 겨우 벚꽃 구경을 했을만큼 집과 가게만을 다람쥐 챗바퀴돌듯하고 있다. 물론 아파트 앞뒤로 조경수로 심겨져 있긴 하지만, 어디 군락지 만하겠는가.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양쪽 가로수로 심겨 있는 사잇길을 걸어보는것도 꽤 운치가 있을텐데....나이가 들면서 메말라가는 정서탓인지 좀체로 외출하자는 말을 않고 사는 남편이다. 물론 먼저 나설수도 있긴하지만, 집을 나선다는게 귀찮다는 생각이 앞서 말을 않고 있다.


웹서핑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데 “ 머하세요? 장사 할 생각은 않구....” 그런말이 들려오면 미안한 듯한 웃음을 지으며 고객에게 다가간다. 가게에 들린 그녀는 뭐가 좋은 지 입이 귀에 걸려있다. “머 좋은 일이라도 있나보네요?” “손님 접대 할려면 ‘전골’ 이 좋을 까 아님 ‘소갈비’가 더 나을까요? 전골음식을 만드는 건 자주 해먹어서 자신이 있는 데, 소갈비찜은 아직 한번도 해먹은적이 없거든요.” “어떤 손님이기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실까?” 나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그녀는 “예비 사위 될 사람이 온데요.” “그래요? 그럼 딸아이가 결혼을 한단 말이에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설애 정도라면 어떤 남성도 다 좋아할껄요. 요즘 그런 아가씨 보기 드물죠.” “보기 드물긴요. 얼마나 못됐다구요~” 항상 딸아이한테만은 칭찬에 인색하던 그녀다. 그러나 남편이 없는 그녀는 딸아이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도저히 꾸려나가질 못할정도로 가게도 성업을 하고 있다. 한때는 동서가 있어 딸리는 일손의 빈자리를 채워주긴 했지만, 그 동서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멀리 이사를 가버렸다. 그러니 무엇보다 딸의 손길이 필요했을 것이다. 1 시간 거리에 있는 가게에 출근하랴, 퇴근해서 자식들 뒷바라지 하랴...그러려면 혼자서는 무리다.


물론 아이들이 다 자라긴 했다. 그렇지만  다 자란 아이들도 귀차니즘을 신봉하는 자식들은 엄마야 고생을 하든가 말든가 자신의 외모에만 신경쓰는 요즘 아이들이 많다는 걸 주변에서 듣고 보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과 같은 부류에 속하지 않은 그녀의 딸을 볼때면  “00엄마는 딸 하나는 잘 둔거 같아요.“ 라는 말로 칭찬을 하면” 민규엄마는 우리 딸아이를 겪어보지 않아 모르죠?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지...“ ”그거야 엄마가 잘못하니까 한 마디 하는거겠죠.“ 그녀와 딸을 보고 있으면 다정한 친구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른 아침에 딸아이와 같이 목욕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보는 그들은 꼭 사장과 비서, 물체와 그림자....


딸은 아버지 대신 엄마를 보호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보디가드, 그렇게 엄마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엄마가 고기를 주문 하면 딸아이는 뒤에서 바구니에 담아 들고 다니는걸 한번도 귀찮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요즘 세상에 저런 얌전한 아가씨가 어디있노?” 라는 나의 말에  매번 “바보죠 머, 아직 이 나이 되도록 연애도 하지 못한걸요.” “아니 남자들이 눈들이 삐었나보네. 이렇게 착하고 예쁜 여성을 가만히 두게...” 그렇게 말을 하면 씨익 웃고 만다. 자기도 인정을 한다는 듯한 웃음이리라. 왜 자신의 딸을 착하고 예쁘다는걸 모르겠는가. 다만 남들이 딸아이 칭찬할 때 동조하지 않을뿐이다. 하긴 남들이 자기 자식을 칭찬 해줄 때는 가만히 있거나 반어법을 많이 사용한다는 걸 익히 느껴왔다. 또 그렇게 표정관리를 해야지 않나는 생각이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벌써 몇 장의 청첩장을 받아놓고 있다. 바야흐로 짝짓기의 계절이 왔음이다~